포르투에 오기 전 사진들로 많이 봤던 그 모습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알록달록 예쁜 언덕 위 구시가지와 그 옆에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철제 구조의 다리.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깨끗하고 기온도 20도 살짝 안 되게 적당해서 그냥 한없이 보고 있기에 딱 좋은 그런 날이었다.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이런 순간이다. 무언가 열심히 하거나 하지 않지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이국적이고 좋은 그런 순간. 딱히 막 흥분되거나 하지도 않지만 평온하게 기분 좋은 순간.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면 저런 순간이 가장 그립다.
사실 포르투 여행이 저 사진처럼 좋은 순간들로 가득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저 순간은 진짜 잠깐이었다. 1~2시간 정도나 됐으려나. 우기라는 명성답게 처음 포르투 공항에 내렸을 때부터 이미 비가 오더니 이내 숙소에 와서부터는 거세게 쏟아붓기 시작했다. 비는 3박 내내 계속 이어졌고 떠나는 날까지 비를 맞으며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에 가야 할 정도였다. 신발은 물론 쫄딱 젖어서 헤어드라이어로 말려야 했고, 하루 오후는 걷기도 힘든 날씨라 그냥 숙소에서 낮잠이나 자고 쉬기도 했다. 그러다 정말 잠깐 기적처럼 저런 순간이 왔던 거다. 그리고 곧 다시 흐려지고 비가 오기 시작했지. 그래 네가 멀리서 왔으니 한 번 보여줄게 그런 선심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저 사진만 본 사람은 그렇지 않겠지? 정말 멋진 여행이었다고, 부럽다고 생각할 거야.
돌아와서 사진을 다시 보다가 문득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일이 아닌 이상 결국 보는 건 어느 한 단면이다. 그리고 그런 단면은 대부분 다 좋아 보인다. 좋지 않은 걸 누군가에게 일부러 말하진 않으니까. 누군 뭘 했다더라, 누군 뭘 샀다더라, 누군 어딜 갔는데 엄청난 걸 봤다더라... 그렇게 보면 세상 모든 게 다 부럽다. 그런데 정말 그런지는 아마 그 사람만 알 거야. 딱 그 시점만이었을지, 아니면 사진은 좋아 보여도 다른 무언가가 있었을지, 물론 진짜로 좋을 수도 있고.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어느 한 단면만 보고 판단하는 건 얼마나 쉽고 동시에 얼마나 어리석은지. 굳이 누군가를 보며 비교할 필요는 없다. 그게 진짠지는 그거 하나만 보면 모르니까.
누구나 살다 보면 좋은 일도 많고 나쁜 일도 많고 그렇다. 어찌 됐든 인생은 계속되기에 순간에 좌우되지 않고 길게 봐야 한다는 걸 생뚱맞게 여행 사진 다시 보다가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