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나머지가 있는 나눗셈을 빠른 속도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약간 감탄도 나오면서 조금 생소하기도 했다. 얘가 언제 이렇게 컸지? 아이의 시간은 어른의 시간보다 정말 빨리 간다. 물론 그렇게 말하기엔 나도 어느새 불혹의 나이가 넘었으니 우리 엄마가 보시기엔 똑같긴 할 거다.
우리 부부의 주요 취미 중 하나는 옛날 아기 때의 애들 사진을 보는 거다. 요즘은 각종 앨범이나 클라우드에서 알림을 통해 1년 전, 2년 전, 3년 전 등 다양한 시간별로 정리해서 알려주니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첫째가 태어난 2014년 이후 우리의 과거 사진들은 아이 사진으로 도배가 됐고, 둘째가 태어난 2018년 후로는 그나마 있던 다른 사진마저 거의 다 사라졌다. 그 옛날 사진을 보면 정말 너무너무 예뻐서 옛날에 애들이 이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럴 때마다 딱 1시간만 그때로 돌아가서 말랑말랑해 보이는 볼따구를 마음껏 주물럭 거리면서 뽀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이렇게 시간이 금방 갈 줄은.
작년 말에 2주 동안 꿀 휴가를 얻어서 혼자 유럽 여행을 다녀왔을 때 정말 자유로웠다. 하지만 동시에 예전에는 모르던 종류의 새로운 외로움이 크게 있었다. 홀가분하고 좋은데 마냥 즐겁지만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는데 왠지 의욕이 크게 생기지 않는 그런 기분이랄까. 옛날부터 길게든 짧게든 늘 혼자 여행을 다녔기에 혼자 다니는 여행은 굉장히 익숙한데 이전과의 차이라면 아이들이 있고 없고였던 것 같다. 조잘거리는 걸 듣기도 하고 때론 잔소리를 하기도 하는 그 시간이 자주 그리웠다.
당연하지만 애들을 보는 게 늘 즐겁지만은 않다. 세상에 마냥 좋은 게 어디 있으랴마는 아이들과 관련되면 그 편차가 유독 심하다. 여행 와서도 아무 관심이 없는 걸 보면 짜증도 훅 나고, 뭐 좀 새로운 걸 먹자 하면 일단 거절부터 하기에 항상 먹는 것만 먹는 것도 싫고, 그럴 거면 그냥 숙소에서 스마트폰이나 보고 있으라고 하고 싶다가도 그래도 또 같이 가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다시 한번 참는다. 그러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자고 있는 애들의 모습을 보면 또 그렇게 흐뭇해진다. 자고 일어나서 부스스한 모습도 예쁘다. 잠깐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진심으로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뿌듯하기도 하다. 가령 나고야에서 히츠마무시를 말 그대로 흡입하던 첫째를 볼 때 같은.
아이들이 태어난 뒤로 생활의 중심은 아이들이고 여행 가서도 늘 아이들이 제일 먼저다. 우리 엄마도 그랬을 거고 우리도 그렇다. 이건 머리로 생각해서 하는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당연하게 그렇다. 그런데 또 그게 싫지가 않은 게 묘하다. 짜증도 많이 나지만 좋은 일도 많고, 지나고 나면 짜증은 다 사라지고 큰 행복으로만 포장이 된다. 세상에 이런 묘한 행복을 주는 존재든 아님 물건이든 다른 게 또 있을까? 힘들면서 좋고 귀찮으면서 흐뭇한 신기한 존재. 앞에 있는 조그만 녀석을 보니 언제까지 이렇게 귀여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얘 때문에 다른 데를 못 가서 서운했는데 말이지. 참 묘하고 묘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