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by 본격감성허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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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멈춰 서있었던 오토바이를 타고 좋아하는 빵집에 다녀왔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확 달라진 기온이 느껴진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춥지 않네?' 예보를 보고 오늘이 따뜻할 건 알았는데, 그럴 거면 좀 서두를걸. 평소엔 오전 일찍 가는데 오후에 갔더니 좋아하는 빵이 몇 개 없다. 아쉬우나마 바게트와 식빵 위주로 구입했다. 도로에 차가 많아서 시간이 좀 더 걸렸지만 스쳐가는 바람에 기분이 좋다. 따뜻하면 미세먼지가 심한 게 요즘 한국 날씨인데 오늘은 미세먼지도 보통이네!


아이들을 데리고 오랜만에 집 근처 공원에 킥보드를 타러 갔다. 킥보드 세 대가 나란히 가는 모습에 스스로 좀 대견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다. 첫째는 이제 완전히 능숙하게 브레이크까지 조절하면서 탈 수 있게 됐고 둘째는 전보다 훨씬 안정적이 됐다. 자전거 연습장으로 쓰이는 작은 트랙을 한 10바퀴 이상 돈 것 같다. 중간에 더워서 외투도 벗어버렸다. 볼이 살짝 발그레해진 아이들 모습을 보니 귀엽네. 진짜 오랜만이다 이렇게 마음껏 밖에서 뛰어논 게.


저녁을 먹고 혼자 걸으러 나갔다.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뭔가 하나씩 좋지 않은 수치가 나오기 시작하는 나이. 이제는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 최근에는 너무 추워서 계속 집에서 실내 자전거만 탔는데 과감하게 이어폰 하나 꽂고 집을 나섰다. 조금 빠르게 시속 약 6킬로미터 정도로, 더 빠르지도 더 느리지도 않게 최대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약 50분. 한강을 따라 여의도 쪽으로 접어드는데 나지막하게 '아..'하고 탄성이 나왔다. 이게 얼마만인지. 기분이 좋고 괜히 웃음이 나왔다.


잠깐이면 돼 잠깐이면 눈 깜빡한 사이에 돌아올게
잠깐이면 돼 잠깐이면 잠깐이면 돼 잠깐


마침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릴러말즈의 노래가 절묘하다. 그 가사처럼 잠깐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갑자기 봄이 돌아온 것 같은 그런 날. 유달리 추웠던 겨울이었지만(나이를 더 먹어서 그런 걸지도...)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어찌 됐든 시간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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