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

by 본격감성허세남

2004년 7월에 방문헸던 용두암이 생각보다 더 멋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냥 흔한 관광지인 줄 알고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렀던 건데 그 위용이 너무 멋져서 한참 동안이나 바라봤었다. 그리고 20년이 넘게 지나 26년 2월에 다시 찾은 용두암은 여전히 멋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놀라움이 추가됐다. "똑같다." 무려 20년이나 흘렀는데도 마치 작년처럼 하나도 변하지 않았었다. 이게 생성된 시기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20년이라는 시간은 아마 눈 깜짝할 정도의 시간일 거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런 당연한 것들을 잊고 살곤 한다. 20년 동안 나라는 사람은 거의 모든 것이 변했는데, 나뿐만 아니라 20년 전에 내가 살았던 곳을 찾아가도 아마 남아있는 게 별로 없을 건데, 자연은 놀랍게도 똑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아마 내 마음인 것 같다. 나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게임하기도 좋아한다. 돌이켜 보면 20년 전에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었는지가 생생한데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가짐은 거의 같다. 초등학교 땐 엄마 아빠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엄청난 어른으로 보였지만 어느새 내가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사실 딱히 아는 건 없더라. 20대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내 앞에 있는 것들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순간순간 잘 판단하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대학생 시절에는 졸업한 선배들이 하늘 같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 알고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 초년생 또는 주니어 레벨에 불과하더라. 그리고 지금 와서 내 모습도 돌아보면 주니어 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건 없다. 살다 보니 요령이 조금 더 생겼을 뿐이다. 그냥 나는 여전히 나인데 겉모습만 많이 변했다. 이런 사실이 조금 우습기도 하다. 사실 한 사람의 자아는 영원히 어린애다.


추억이 쌓인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 추억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다. 덕분에 이렇게 감탄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니까. 누군가 나에게 "20대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아니요."라고 할 수 있다. 돈도 없고 부끄러운 일 투성이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결국 가장 큰 이유는 그때의 나나 지금의 나나 같은 사람이니까, 여전히 어린애 같은 사람이니까가 아닐까 싶다. 같은 마음이라면 오늘을 사는 게 좋지 굳이 과거를 다시 살고 싶지는 않다.


시작은 20년이 넘었음에도 똑같은 자연환경에 대한 놀라움이었지만 마무리는 나 역시도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거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만 암튼 그렇다. 아마 20년이 또 지나도 그럴 거다. 용두암도, 그리고 환갑이 넘은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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