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초겨울,
잉글랜드 북부의 윈더미어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예약한 B&B에 체크인을 하고 먹을 것을 찾아 나왔다.
주변은 이미 어두워 다니는 사람도 드물고,
혼자인 나는 마을을 그냥 정처 없이 걸었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TV를 보다가 잠들었다.
혼자 긴 여행을 떠나온 지 약 1달 반이 됐을 때.
그렇다고 특별히 지겹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평온한 상태였을 뿐.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수시로 국내외로 여행을 다니고 늘 다음 여행을 꿈꾸지만
여행을 가도 흥분되거나 짜릿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담담한 하루를 보내고, 생각을 조금 덜 하는 정도랄까.
그래도 계속해서 여행을 하는 이유는,
돌아다니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한 도시를 3번, 4번 가기도 한다.
반드시 새로운 것을 보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여행을 가겠다고 무작정 사표를 던지기도 했지만
특별히 거창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내가 살아있는 한 또 여행을 떠나겠지.
"산이 있어 오른다"는 말, 믿지 않았는데.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다.
부자여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모습이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