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엄청 온 겨울날이었다.
마음이 헛헛하여 혼자 무작정 부안으로 향했다.
다행히 내소사까지 가는 버스가 있긴 했지만
지나치게 많이 온 눈 때문에 돌아오지 못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뒷 일은 생각지 않고 일단 갔다.
사람이 없어서 고요한 길,
마치 눈 쌓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들으며 가고 있는데
저 멀리 다른 한 사람이 보였다.
아니, 등에 업힌 아이까지 하면 두 사람.
그 정겨운 모습 위로 나무에 쌓인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숲 속을 걸어가는 세 사람,
그리고 온 사방엔 눈.
내가 걸어본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