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과의 사소하지 않은 이별

by 본격감성허세남

2008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서점에 갔다가 커플 저금통이 예쁘게 서있길래

충동적으로 구입해서 선물로 줬다.

서로 남는 동전을 차곡차곡 모았다가

기념일에 뜯어서 그걸로 부담 없이 맛있는 것을 사 먹자는 나름 재미있는 시도였다.


그렇게 약 9년.

'곰선' '곰재'라고 이름 붙여주며 함께 했던 아이들이

너무 오래되어 부서지고 망가진 바람에

결국 곁을 떠났다.


일상에서 각종 이유로 생기는 만남과 이별,

여행지에서 만났다가 금방 헤어지는 사람들,

이런 수많은 이별들은 태연하게 이뤄지는데

왜 한낱 무생물에 불과한 이 아이들과의 이별은 이토록 아쉬웠는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정이 들었나 보다.

그 아이들에게서 얻은 돈으로

재미있게 보낸 추억들까지 더해지니

사소한 저금통은 소중한 아이들이 되었나 보다.


이별만큼은 사소하지 않게 치러주었다.

예쁘게 사진도 찍고,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소중하게 안고 나가서 버리고 돌아왔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몸이 흠뻑 젖었다.

이 사소하지 않은 이별을 하늘도 아쉬워하나 보다.


안녕. 이렇게 글로나마 기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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