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회사는 버스를 타고 다녔다.
강남에서 한남대교를 지나서 쭉 가는 노선이었는데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잠시 모든 걸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바깥세상은 날마다 시시각각 변하니까.
요즘은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오늘도 변함없이 출근을 하다가 문득
이곳은 왜 이렇게 답답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곧 알게 되었지.
지하이기 때문에, 갇혀있는 것 같아서.
이동 중에 내가 볼 수 있는 건 광고판뿐.
그래도 기차는 덜컹거리는 창밖을 바라보는 낭만이 있는데,
덕분에 과정이 즐거움이 될 수 있는데,
지하철엔 그런 것이 없다.
그저 효율을 위한 이동 수단일 뿐.
빠르지, 그렇지만 낭만이 없이 차갑다.
지하철 7호선 장암행을 타고 가다 보면
유일하게 즐거운 순간이 딱 한 번 있다.
청담역에서 뚝섬유원지역으로 가면서
터널에서 나와 빛이 들어오는 바로 그때.
한강이 한눈에 보이고,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이 보이는 그때.
비로소 생기가 돈다.
기왕이면 내가 이동하는 모든 과정이
조금 더 낭만적이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지하철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현실의 벽은 너무나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