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하던 시스템의 안감은 비릿한 텃세였다
사실 나는 스타트업 대표 시절, 맥도날드의 시스템을 동경했다.
누가 와도 즉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표준화, 오차 없는 매뉴얼, 그리고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결과물을 내놓는 그 무결점의 알고리즘. 그것은 경영자들에게는 일종의 성전(聖殿)과도 같았다. 나 역시 내 사업체에 그토록 이식하고 싶었던 탄탄한 시스템의 정수를 배우기 위해 이곳에 뛰어든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스템의 안감은 밖에서 보던 것만큼 매끄럽지 않았다.
설계도가 아무리 완벽해도 그 톱니바퀴 사이사이를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크루들이 내뱉는 날 선 텃세는 시스템의 효율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버그(Bug)"였다. 교육보다 지적이 앞서고, 정보 공유 대신 친분을 과시하며 신입의 기를 꺾는 행위들. 이 유치한 권력 관계는 맥도날드가 그토록 자랑하는 '최적화'를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었다.
초를 다투는 전장에서 인간의 감정적 소모라는 노이즈가 발생할 때마다, 내가 우러러보던 시스템의 성전에는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나이 든 크루들끼리 주고받는 찰나의 눈빛, **“그냥 이해해줘”**라는 그 서글픈 신호는 이 버그를 수정할 수 없는 시스템 하에서 우리가 찾아낸 유일한 패치(Patch)였다.
음료 준비가 끝나면 또 다른 관문이 열린다. 고객의 테이블까지 쟁반을 배달하는 ‘테이블 서비스’. 나는 2층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을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내린다. 헬스장의 '천국의 계단'이 근육을 위한 선택이라면, 이곳의 계단은 시스템의 완성을 위해 내 관절을 빌려주는 강제적 수행이다.
가장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해결하지 못한 '마지막 1미터'. 그 아날로그적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는 오늘도 무릎의 비명을 뒤로하고 계단을 오른다. 수없는 반복 끝에 깨달은 것은, 완벽한 시스템일수록 그 틈을 메우는 인간의 노동은 더욱 원시적이어야 한다는 역설이었다.
나는 지금 최저시급을 받으며 시스템이 포기한 공백을 메우는 가장 인간적인 변수로 살아가고 있다. 노트북을 덮고 현장으로 뛰어든 내가 마주한 진짜 주권은, 역설적이게도 이 수없는 계단 위에서 거친 숨을 내뱉을 때 비로소 증명되고 있었다. 탄탄한 시스템 안에 숨어있는 '인간'이라는 버그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나는 비로소 기계가 채우지 못한 인생의 진짜 데이터를 코딩하고 있다.
다음 편에 계속: 무릎 연골과 맞바꾼 테이블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