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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삼오 Sep 22. 2020

[필사와 감상] 두부의 규모

200907

황혜경, <두부의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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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무너지는 것에 환상을 가지던 때가 있었다. 멋있어 보이니까.
모두가 박수칠  떠나는 뒷모습처럼,   일을 끝내고 조용히, 홀연히 사라지는  정도가 고요하고, 부드럽게 무너지는 우아함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행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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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다. 우아하고 완벽하게 무너진다는 ,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정도 일상에서나 가능하다는 . 
아름답게 무너질  있는 것은 없다.  시간 불린 몸집을 짓이겨 짜내고, 짜내고, 짜내어 겨우 모든 물기를 빼내 굳어진 두부에게도 고요한 무너짐이란 없다. 우물우물.  속이 소란스럽다.
아무렇게나 두부를 자를  있는 사람으로   있다면.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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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페어링은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와 영화 블랙스완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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