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3루 맛집 떡볶이와 감튀
비오는 어린이날. 아이들과 함께 야구장에 가기로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날. 오픈 시간 알람 맞춰서 겨우겨우 티켓도 구해 놓았는데 이틀이나 비가 오다니. 이번 연휴에는 별다른 여행 계획이 없었던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린이날 표와 이틀 후 일요일 표까지 끊어놓았고, 다행히 이틀 우천취소 후 일요일 오후에는 비가 그쳤다.
홈 구장이지만 원정 자리에 앉아야 하는 엘지vs두산 경기. 지난번에 음식 사 간다고 조금 늦게 갔다가 주차가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무려 3시간 전에 도착했다. 일찌감치 가까운 자리에 주차도 하고 기념품 샵에 가서 둘째군이 갖고싶다는 유니폼도 하나 사주러. 핑크색 응원방망이도 하나 장만했다.
일찍 도착하니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선수들도 일찌감치 도착한 관중들도 연속 우취 후에 오랜만에 하는 경기라 들떠있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오늘 꼭 이겼으면 좋겠다' 는 마음.
오늘은 뭘 먹어 볼까?
지난번에는 밖에서 사 갔으니 이번에는 안에서 먹어보자 하고 3루쪽에는 어떤 음식이 있나 둘러보았다. 새로 생긴듯한 떡볶이 가게. 떡볶이 하나를 주문하고 나서 보니 웬지 셋이서 하나는 부족할 것 같아 하나 더 주문했다. 뚜껑까지 깔끔하게 닫아서 포장해 주시니 간편하게 들고 갈 수 있어 좋았다.
새빨갛고 통통한 떡볶이는 보기와 다르게 무척 부드러웠다. 몰랑몰랑하고 매콤달콤한 맛. 부산에서 유명한 떡볶이 가게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대학생 때 광안리에서 처음으로 이런 떡볶이를 먹어보고 충격 받았던 기억이 난다. 떡볶이라 함은 가느다란 밀떡이 최고인 줄 알던 나에게 부산이 고향인 언니가 먹어보라며 사주었던, 가래떡을 그대로 퐁당 담궈 만든 듯한 커다란 떡볶이. '나 쌀떡 안좋아하는데.. 크고 단단한 떡 잘 안먹는데..' 하면서 한입 물었는데 세상 부드럽고 어떻게 이렇게 큰 떡에 양념이 잘 베어 있는지 무척 신기했다. 이후로 '부산 떡볶이는 맛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딱 그 맛. 부산 떡볶이 맛이다.
떡볶이와 오뎅을 다 먹고 나서도 경기 시작까지 아직도 한 시간 이상 남았다. 홀짝홀짝 맥주를 마시다가 뭔가 허전해서 다시 나가서 둘러본다. 이제 제법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여기저기 가게들마다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떡볶이집 옆을 보니 핫도그 가게가 있었는데 감자튀김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감튀를 한번 먹어보자.
어니언 맛으로 주문해 보았다. 바삭한 감자튀김에 소스가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다. '어 이거 맛있는데?' 떡볶이 먹고 배가 부르다는 남편과 둘째도 슬금슬금 거들기 시작. 어느새 우리는 감튀도 깨끗이 비웠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경기를 관람할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니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초반부터 점수를 쭉쭉 내기 시작해서 무려 홈런 세 번에 11대1로 이겼다. 오늘은 시작 전에 다 먹기를 잘했구나. 시작하면서부터 도저히 앉아서 관람할 수 없는 분위기의 경기였다.
사실 올해 개막전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직관 갈 때마다 졌기 때문에 팀을 위해서 가지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도 했었는데 드디어 이기는 경기를 관람하게 되어 무척 신난다. 그래 이제 우리 가족은 승리요정으로 거듭나는거야!!
봄비로 인한 짧은 방학기간동안 선수들이 몸도 마음도 충전되었기를. 그래서 5월부터는 진짜 신나는 경기를 해주기를. 앞으로의 경기들이 더욱 기대되는 엘지트윈스. 무적엘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