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본가에 가는 날. 시내버스로 딱 한 시간 거리다. 짐은 늘 두 개. 하나는 노트북과 책, 필기도구가 든 에코백이고, 다른 하나는 여행용 보스턴백이다. 그 보스턴백엔 반찬 가게에서 산 반찬들이 그득 들어 있다. 주말 내내 먹을 소중한 양식이다. 에코백은 어깨에 메고, 보스턴백은 손으로 든다. 두 가방 모두 제법 무게가 나간다. 버스 정류장이 멀지 않은데도 도착하면 숨을 고르느라 한참이다. 종점에서 두 정거장 앞이어서 탈 때는 거의 내가 첫 손님이다. 뒷문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는다. 원래는 버스 뒤쪽 자리를 좋아하지만 내릴 때쯤이면 만원이 되어 무거운 가방을 들고 그 사이를 비집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한동안 이리저리 치고 치이다 선택한 방편이다.
독립한 지 4년 차, 매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지난주엔 더럭 부아가 났다. 반찬이 가득 든 무거운 가방을 그냥 내던지고 싶었다. 아빠가 ‘고생 가방’이라 부르는 그것을.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 말을 안 들었으면 아무렇지 않았을까. ‘고생’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괜히 나만 손해 보는 것 같고, 나 혼자 희생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그 반찬, 아빠만 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가끔은 내 고데기나 헤드셋 같은 물건도 그 가방에 함께 들어간다. 다정함도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 백번 맞는 이야기다. 이게 다 평소에 운동을 안 해서 생기는 화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스리자. 그리고 조금씩 운동을 시작하자. 그 가방이 더 이상 ‘고생 가방’이 아니라 그냥 ‘가방’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