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가짜 생일이 돌아온다. 나는 주민등록번호상 생일과 태어난 날이 다르다. 본래는 1월생이지만 외할아버지가 출생 신고를 늦게 한 탓이다(아빠가 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다). 1년 학교 빨리 가 봐야 나은 것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덕분에 빠른 연생이면서 한 번도 빠른 연생으로 살아 본 적이 없다.
생일이 두 개라고 해서 당연히 생일파티를 두 번 하지 않았다. 초등학생, 중학생 때는 하필 생일이 방학 기간, 그것도 일 년 중 가장 추운 때여서 친구들에게 제대로 축하를 받아 본 기억이 없다. 그게 서러웠다.
급기야 대학생 때는 4월이 생일이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하는 모든 웹 사이트에서는 가짜 생일에 맞춰 축하 메시지나 할인 쿠폰 등을 보내온다. 가끔은 깜짝선물을 받는 것 같아 기분 좋고 가끔은 짜증 난다. 내 생일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났는걸.
문득문득 의문이 들었다. 3월생만 되어도 빠른 연생은 피할 수 있는데, 외할아버지는 왜 4월까지 기다려서 출생 신고를 한 걸까.
날씨가 좋다. 적당히 따뜻한 온도와 살랑이는 바람, 여기저기 만발한 봄꽃들. 어쩌면 외할아버지는 첫 손주에게 봄을 선물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창 추운 겨울 말고, 꽃샘추위 왔다 가는 초봄 말고. 완연한 초록이 세상을 물들이는 봄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