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by 달과별

편지를 쓸 때면

잉크가 번질까

후후 입바람을 부는

사려 깊은 누군가의 탁자나

양 볼보다 두 발이 더 통통한

사랑스러운 아기의 목마가 되고 싶었지만

균형이 맞지 않아 덜그럭덜그럭 흔들리는

의자가 되었지

나를 짓누르는 묵직한 것들이 있어야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어

반듯한 정자세로

고요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문득

우아한 고목이 된 건 아닌가 싶어서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흘끗 내 몸을 내려다보곤 해

그때마다

사락사락 나뭇잎 스치는 소리

귀 아프게 울려 와

매거진의 이전글악몽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