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울에 친구가 몇 없다. 20여 년이 넘게 한 지역에서만 살았던 데다, 서울은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왔던 기억하고, 첫 직장에서 교육차 2주간 머물렀던 게 전부. 그런 내게 서울에 아는 사람이 몇 있겠나.
이건 비단 서울에 국한된 건 아닐 텐데, 타지에 있다 보면 동향 사람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같은 기억을 공유하지 않았더라도 행정구역만 같다면 무조건 반색하게 된다는 것.(해외에서 자국 사람을 만나면 그리 반갑다죠?)
그래서인지 타지에서 만난 동향 사람하고는 상대적으로 쉽게 친해지는 편이다. 본인은 낯을 무지막지하게 가리는 타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부러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서울에서 사귄 친구-거의 직장에서 만난-를 살펴보면 대개는 동향 사람이거나 서울 외 타지 출신이 많다.-동료와 친구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내가 친구라 부르는 인맥은 회사 '밖'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들이다.-
서울 토박이들은 모른다는 '시내'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며 박장대소하는 '촌' 사람들. 고향에 드디어 버거킹이 생겼다며 자랑하는 내 말에 맞장구를 칠 줄 아는 친구 말이다.
친구뿐 아니라 이건 남녀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번은 회사 선배를 통해 소개팅을 받은 일이 있었다.
"부부가 고향이 다르면 명절 때 얼마나 고생인지 아니?"라며 운을 뗀 그 선배는 내게 나와 같은 동향 사람을 소개해줬다.
일면식 이전부터 왠지 내 인연이 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 물론 느낌에서 그쳤지만.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에 끌린다고 한다. 한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에게 벽에 걸린 이성의 얼굴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사진을 고르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신기하게도 참가자 모두 자기의 얼굴을 합성한 이성의 사진을 골랐다. 매일 보는 내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발견했을 때 그게 ‘호감’이라는 감정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서울의 이방인을 자처했던 나는, 그래서 나와 같은 동향 사람(혹은 외지 사람)에게 쉽게 끌리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