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연애시대는 이혼 후 전개되는 부부였던 남녀의 이야기다. 서로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서 맴돌면서 일어나는 일과 그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그려낸, 좋은 드라마다.
드라마 연애시대 중 극 중 은호(손예진)가 뚜껑이 열리지 않는 피클병을 던지며 울먹이는 장면이 있다. 많은 이들이 연애시대의 명장면으로 뽑는 장면 중 하나.
“이 정도 하나 내가 못할까 봐. 내가 할 거야. 이까짓것. 내가 할 거야.”
“이거 어디 꺼야. 이런 거 하나 내 맘대로 안돼. 나보고 어쩌라고. 맨날 나만 이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내가 진짜 미쳐 열려라 좀!! ... 열려라 좀. 이 바보야!!”
화를 참지 못해 던져버린 피클병은 깨져버리고 은호는 엉엉 운다.
은호를 바라보는 시청자는 열리지 않는 피클병이 야속하다. 울고 있는 은호에게 감정 이입이 돼서 눈물도 찔끔 난다.
연애가 그렇다. 단단히 잠겨있는 피클병 하나 뜻대로 열지 못하는, 다시 말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연애다.
평소에는 담담했던 성격의 사람이라도 연애를 시작하면 감정이 널뛰기를 한다. 좋을 때는 매우 좋다. 하지만 괴로울 때는 너무 괴롭다. 그래서 감정의 중립을 지키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연애 때는.
그래서 연애가 끝나고 이별의 감정에 차츰 익숙해질 때 즈음, 평온한 상태의 나를 바라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오히려 꽤 괜찮다.
이별한 사람에게 자기계발에 투자할 것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상대방에 쏟았던 시간과 노력을 나에게 투자하라며. 나쁘지 않은 조언이다. 의지만 된다면 어학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좋겠고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만약, 공부도 운동도 시도하기 힘든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면 그냥 차분히 이별 후 자신의 상태를 관조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분명 균형을 맞추기 위해 까치발을 들어야 했던 시소놀이가 어느 순간 고요하게 멈춰있을 것이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어야 해, 라는 문장을 진리인 것 마냥 몸소 실천하기 위해 이별 후 소개팅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시간으로 잊는다는 편이 속 편하다.
열리지 않는 피클병을 붙들고 왜 나한테만 이래, 라며 절규했던 드라마 속 은호가 몰랐던 것이 있다.
열리지 않는 뚜껑을 여는 방법
1. 고무장갑을 끼고 병뚜껑을 돌리면 미끄러지지 않아 열린다.
2. 뜨거운 물로 병뚜껑에 부어주면 공기가 팽창돼 열린다.
3. 숟가락으로 뚜껑 가운데 부분을 톡톡 두드린 후 뚜껑 테두리를 돌려가며 두드리면 압력이 내려가 열린다.
방법은 있다. 단지 그 순간에는 몰라 지나쳤을 뿐이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고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연애도 이별도 그리고 삶도 그렇게 생각하면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