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지만 쓸모있는 일기 #1.
그러고보니 이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지도 3년이 가까워진다. 10월이면 3년이다. 가장 최근의 직장이서인지 아니면 그 첫날을 계속 잊지못해서인지, 날짜까지 늘 기억난다. 10월 16일. 첫날 정말이지 꿈에라도 내가 저 사람과 일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사람을 만나러 가서일까, 여기서 나의 표현은 흥분됨과 기쁨, 설레임은 1프로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싫었던 건 아니지만, 지나고보면 .... 사실은 싫었다는 표현이 맞는걸까? 일단 뭐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 분에 대한 생각은 넘겨버리자.
전 회사를 6년 넘게, 7년 가까이 다니고 3개월을 쉬었다. 그 회사를 그만둘 때,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더 새로운 것을 하고 싶고, 더 새로운 재미를 찾고 싶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 일의 질량이 아니라 일의 종류, 일의 재미를 더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이후 3년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도 유효한 욕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꿈꾼다.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을 안하는 직장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순간 발목을 잡는 것은 늘 '돈'이다. 돈과 일말의 미련.
난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는 스타일인데, 대신 그 결정의 순간까지 오는 길이 꽤나 험난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했다가 긍정적인 마음을 억지로 불어넣다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가 그러나 역시 아니구나 이런 반복을 대충 100번쯤 하는 것 같다. 100번쯤 그 순환고리를 하다보면 다행히도, 일말의 미련에 미련이 없어진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미련까지 사라지는 거다. 그때야말로, 결정의 순간이다.
퇴사 결정 전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순환고리는 단순히 그 결정만을 주제로 삼지 않는다. 이 나이에 닥친 나의 현실과 앞날을 처음엔 긍정적으로, 그리고 후엔 객관적으로, 때로는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그 동안의 내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에 들어간다.
물론, 이런 성찰따위가 시작되면..................................
행복할 리가 없다. 당연하지 않나, 대체 뭐가 행복하겠나.
아 이렇게 쓰고 보니........
앞으로 나의 일기가 분노와 자괴감과 자학으로 똘똘 뭉쳐 시작될 것임을 점점 확신하게 된다.
그러고 싶진 않은데,
담담하고 차분하고 아름다운 일기를 어디 한번 남겨보고 싶다.
분노와 자학으로 시작하지만, 그 끝은 아름답기를.
아름답고 평화롭기를.
어디 한번 그렇게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