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비로笑

무념, 안도, 사소한 순간

by 날마다

소녀는 무엇 때문인지 오랫동안 웃지 않았다.

어느새 웃는 법조차 잊은 듯했다.

사람들은 소녀의 무표정 속에서 슬픔을 감지했지만,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변의 위로는 공허하게 흩어졌고,

날들은 무심히 흘러갔다.

그런 소녀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온 것은 한낮의 어느 오후였다.

낡은 책방을 지나다가 문득 발길이 멈췄다.

빛바랜 간판이 달린 그곳은 오랜 세월을 견뎌온 듯했지만, 문 너머로 흘러나오는 따뜻한 책 냄새는 낯설지 않았다. 호기심에 이끌린 소녀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책방 주인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그는 소녀를 보자 한참 동안 미소를 짓더니, 아무 말 없이 한 권의 책을 건넸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거야.” 그의 말에 책을 받아 들었다.

그 안에서 소녀는 자신이 잊고 지내던 감정들을 다시금 마주했다.

며칠 뒤, 소녀는 다시 책방을 찾았다.

책방의 주인은 없었지만,

테이블 위에는 또 다른 책이 놓여 있었다.

소녀는 그 책을 들고 나왔다.

마치 주인이 소녀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소녀는 그곳을 자주 찾았다.

하루는 책을 읽던 중 문득 자신이 미소 짓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있던 무거움이 어느새 가벼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소녀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비로소, 웃던 내가 기억이나...”

웃음은 그렇게 찾아왔다. 거창하지 않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작은 순간 속에서...


소녀.. 비로소, 비로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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