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러더라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네가 먼저 좋은 사람이 돼"라고. 그래, 좋은 친구를 만나고 싶다면 내가 먼저 그래야겠지... 하지만 생각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나저나 나는 친구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친구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맹목적으로 신뢰했고, 함께 할 때면 세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변변한 가로등 하나없던 동네 놀이터. 처량하게 삐그덕 거리는 그네에 앉아 새우깡 한 줌에 소주를 홀짝일때도 그저 함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우리는 가진게 없었으나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시간을 아낌없이 공유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시절의 친구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추억은 남았으나 다시 찾지않는 그시절 불량식품처럼 우리 마음도 그렇게 변질되었다. 이제 우리는 고민을 나누거나 서로를 걱정하지 않는다. 대신 누가 승진 했는지,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아이들은 어느 대학을 갔는지가 태연하게 그 틈을 채웠다. 모두들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알리려는 듯 있는 힘을 다해 떠들기 바쁘다.
가엾게도 언제부턴가 나는 친구를 찾거나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관심 없어진지 오래다. 그들의 행복과 기쁨조차도. 나는 다만 '고독한 성장'이라는 인생의 두번째 챕터에 들어선 채 껍질만 남은친구들에게 나의 새들한 사연을 말하기 싫을 뿐이다. 이별을 고하는 감미로운 슬픔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