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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가볍고, 반복은 무겁다

by Shadow Tipster

하나만 있어도 된다, 단 하나만


아침에 눈을 떴다. 출근 시간이 다가온다.
몸은 침대 밖으로 나가려 하고, 마음은 이불 속으로 숨어든다. 대체 왜 회사에 가는 걸까? 무슨 소명이 있어서? 무슨 열정이 있어서? 아니다.

그저 어제도 갔으니 오늘도 가는 것. 관성의 물리학은 인간의 일상에도 예외가 없다. 출근길은 익숙하다. 몸이 기억해서 알아서 걷는다. 지하철도 제자리에 있고, 어제 봤던 얼굴이 오늘도 같은 칸에 앉아 있다. 하지만 정작 익숙한 것은 길이 아니라, 무표정이다. 질문 없는 표정, 기대 없는 눈동자. 그런 것들이 매일 아침을 구성한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선다.

지금 하는 일에는, 무엇이 있는가?

돈은 되는가?
재미는 있는가?
배울 것은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는 자각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이 일이 나에게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즐거움을 주는 것도 아니며, 성장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라면, 대체 나는 왜 아직 이 자리에 있는가?

그때 마음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나온다.
“때려쳐!” 뜻밖에도, 그 목소리는 분노나 절망이 아니라, 담담함으로 가득하다.
“망설이지 마라. 시간은 네 편이 아니다.”

우리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조건을 붙이곤 한다.
좋은 사람들과 일해야 하고, 워라밸이 맞아야 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보람도 느껴져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것을 갖춘 일은 없다. 그러니 기준을 줄여야 한다.

돈, 재미, 공부. 셋 중 하나만 있으면 족하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비록 재미없고 배울 게 없어도 괜찮다.
돈은 기회를 사준다. 돈은 다음 선택의 자유를 준다.
돈은 단지 생존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최소한의 자산이다.
돈이란 종종 지겨운 노동을 통해 들어오지만, 그것이 다음 재미와 배움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열어주기도 한다.


재미있는 일이라면, 수입이 적고, 성장이 더디더라도 괜찮다.
재미는 지속의 힘이다. 웃으며 견딜 수 있다면, 하루가 그다지 길지 않다.
재미는 버티게 만들고, 버티는 자에게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재미는 인생의 전면에 있지 않아도, 배경음악처럼 흐르며 일상의 리듬을 바꾼다.


배움이 있는 일이라면, 지금 당장은 힘들고 가난하더라도 괜찮다.
배움은 미래의 나를 만든다. 지금 배우는 것이 훗날의 선택지를 늘려준다.
배움은 ‘왜 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유일한 논리다.
그것이 없으면 인간은 쉽게 지친다. 모든 일을 반복이라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로 자신을 변호한다.
“어쩔 수 없잖아.”
“다들 그렇게 살아.”
“지금 그만두면 더 힘들어질 걸?”


물론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은 많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어쩔 수 없음’이 일상이 되는 순간, 후회는 구조화된다. 그 후회는 ‘그때 그만뒀더라면’이라는 문장으로 재생되고, ‘조금만 더 용기 냈더라면’이라는 소리 없는 한탄이 된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많은 일을 견딘다.
하지만 정말 견디는 것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먹고는 살겠지만, 사는 맛은 점점 사라질지도 모른다.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이 되고, 어느 날, 문득 물음표 하나만 남는다.

“내가 지금까지 한 일이 뭐지?”

그러니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돈, 재미, 공부. 단 하나라도 있으면 된다. 셋 다 없다면 그건 당신의 삶을 좀먹는 일이다. 하루를 갉아먹고, 결국 인생을 허물어뜨린다. 오늘 저녁,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하는 일에는 무엇이 있는가?
돈이 되는가?
재미가 있는가?
배울 것이 있는가?

그 질문에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그만두어라. 용기를 내어라. 하루의 무게는 가볍지만, 하루의 반복은 무겁다. 반대로, 하나라도 있다면 붙잡아라.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줄지도 모른다. 재미에서 수입이 생기기도 하고, 배움에서 길이 트이기도 한다. 중요한 건, 단 하나라도 있는가 없는가다.


그러니 결론은 간단하다.
지금 선택하라.
그리고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게 하라.
“그때 용기 내줘서, 정말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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