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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월 whalemoon Aug 08. 2022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는 날 당황케 했다

불안에 대하여

 한동안 공황장애 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있는 듯 없는 듯 늘 들고 다녔던 비상약의 쓸모가 점점 줄었고 안정화되어가는 것 같았다. 최근 여러 일들을 많이 겪었지만 나는 꽤나 강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기는 했다. 엄마도 옆사람도, 집에 있는 멍멍이들도 오직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에게만 의지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무너질 수는 없으니 더 단단해져야만 했다.


 아버지의 장례 즈음 시작된 옆사람의 알 수 없는 통증들과 공황장애 증상들은 장례 이후 더욱 심화되어 응급실에 달려갈 정도로 나타났고, 결국 예전부터 권유하던 정신과를 다니는 길을 선택했다. 엄마도 아버지의 병간호로 심신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고 울고 굶고 잠을 이루지 못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병이 나버리고 말았다. 사실 두 사람에게 내 심신은 아무것도 아닌가 싶을 만큼, 그 둘은 나를 찾았고 나는 타의적으로 단단해졌다.


 나에게만 몰리는 그들의 의존이 부담스러웠는지 최근 회식 후에 심한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술도 많이 먹었고 생각도 많은 하루였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책임져야 할 일들이 잔뜩 있었고 그날따라 날도 습하고 더웠다. 회식 후, 자주 가던 바에서 맥주를 한 잔 더 마시고 난 뒤, 오랜만에 지인들을 마주쳐 인사를 하고 근황 토크를 나눴다. 슬슬 힘들어져서 집에 가려는 데 택시가 잡히질 않았다. 결국 퇴근 후 집에서 쉬고 있던 옆사람을 불렀고 차에 타기 직전쯤 공황이 몰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눈앞이 흐릿해지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음에도 비가 내리는 것처럼, 안개가 낀 것처럼 내 시야가 좁아졌다. 불안감이 예고 없는 소나기처럼 몸에 쏟아져 내렸고 그건 곧 공포로 바뀌었다. 손톱과 손 끝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심호흡을 했다. 이미 10년이 넘는 시간을 공황과 싸워왔기에 금방 괜찮을 줄 알았으나 집에 가는 내내 입술부터 목구멍까지 바싹바싹 말라가는 느낌이었다. 미친 듯이 올라가는 심장박동 때문에 머리가 더욱 어질어질해지고 괜찮냐고 걱정하는 옆사람의 목소리는 아득히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집에 도착하고 계단을 올라가 내 공간에 들어서자 한결 괜찮아졌다. 갑작스레 쏟아지던 소나기가 천천히 그치면서 보슬비로 변하듯, 그렇게 천천히 괜찮아졌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갑작스레 또 날 덮친 것인지 알 것 같았지만 알 수 없었다. 부담감인지 술인지 급하게 마신 커피 때문인지 계속 쌓여가던 스트레스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원래 그 주에 정신과에 가는 날이었지만, 일정으로 인해 가지 못했던 게 다행이었다. 예약을 변경한 덕에 공황장애로 급격한 공포를 맞이한 다음 날 정신과 선생님을 만났고 비상약을 다시 처방받고 상담을 하고 한층 더 나아졌다. 그대로 집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주말마다 챙겨보던 드라마도, 읽다가 소파 위에 둔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푹신한 토퍼 위에 누워서 혼자 있을 때는 잘 켜지 않는 에어컨을 켜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싶었는데 자꾸만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무의미한 영상들을 틀어놓고 연신 스크롤만 했다.


 제대로 큰 공황 상태를 겪은 지 이제 겨우 3일. 적어도 일주일은 지난 것처럼 나에게 많은 일들이, 생각들이 있었다. 공황이 꿈이었던 것처럼 기억에 남았다. 다시 생각하려 하면 심장이 발작이라도 일으킬 것 같아 깊게 생각하진 못하지만 그렇게 어렴풋이 남아있다.


 아마 술을 먹어서, 집에 가면 쉴 수 있어서, 그래서 마음을 놔버렸었던 것 같다. 오래간만에 술을 잔뜩 먹어버렸으니까 나도 어리광 좀 피우자 싶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강해져야 하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사실은 나도 많이 힘들고 지쳐서 조금은 내려놓고 싶은 게 현실이다. 다만 내가 아주 조금 내려놓더라도 주변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나비효과처럼 크게 다가갈 테니 내가 조금만 더 잘 이겨내야만 한다고 얘기한다.


 "너니까"


 나도 모르는 나를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나 보다. 그리고 그들이 보는 게 맞는 건지 난 여전히 잘 버티고 있다. 오늘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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