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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팅게일 Dec 27. 2023

불친절한 간호사가 되었다(1)

내가 간호사가 되기로 한 이유

프롤로그


2012년 가을, 한 대학 강의실이었다.

20살이었던 나는 그날의 교수님의 강의가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여러분이 이 해부학을 배운다고 의료인이 되는 건 아닙니다. 병원의 행정직군으로써 일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해부학을 배우는 것입니다"


억울했다.

'내가 뭣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있는데?'

'하루에 해부학 단어를 몇 십 개를 외우고 있는데 고작 외우는 게 끝이야?'

내가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는 것이 무용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어른들이 그랬다. 인생에서 전환점이 되는 건 어느 시발점이 있다고..

그러나 20살의 나는 그 시발점을 눈치채지 못했고, 2013년 10월 군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22살의 나를 꿈틀거리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5년 5월 초여름 어느 날.

뉴스에는 메르스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7월이 전역이 예정이었던, 말년 병장의 나는 그저 세상에는 그런 일이 있나 보다 했다.

그리고 6월이 되었다. 군부대에서 야간사격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 훈련 후 외박, 2박 3일 휴가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박과 휴가로 들떠있던 말년인 내게 청천벽락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메르스가 심각해져서 휴가, 외박은 당분간 취소한다"

말년에게 휴가를 자르는 것만큼 분노가 되는 것이 있을까?

살면서 그렇게 욕지거리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휴가를 못 나간 어느 날,

나는 뉴스에서 흘러나온 한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방호복을 입고 땀 흘리는 간호사였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메르스 환자를 인공호흡한 간호사였다.

내 마음을 꿈틀거리게 한 장면이었다.


'간호사라면 내가 공부했던 것 들을 충분히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이 달아오르고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2015년 7월, 나는 전역을 하였고 간호학과 편입을 알아보게 되었고

2016년 2월, 나는 간호학과 입학 합격 서류를 받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설렘과

그 설렘을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3월 봄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내가 생각한 간호사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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