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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MIN May 14. 2024

스페인어가 좋더라. 그냥.

어쩌다 스페인어를 하게 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

진부한 말이지만 특히나 어릴 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너는 커서 뭐하고 싶어?"

이런 질문에 나는 항상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의 '나'를 종종 그리곤 했다. 뭐가 되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고 싶은게 나의 추상적인 꿈의 잔상 중 한 페이지였다. 중학교 때부터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이 갔고, 즐기지 않던 의무 교육 과목들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건 그나마 영어였다.


지극히 평범하게, 남들과 똑같이,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한국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이 과연 내가 가고 싶어하는 길인가.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입시라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해야했던 과도하고 의미없던 경쟁 속에 지쳐 엄마 앞에서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이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너무 힘들다고 울던 어린 시절의 나. 엄마는 날 측은하게 생각하셨지만 엄마의 손에도 별다른 방도는 없었다. 날 잘 달래주셨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냥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받아드리는 아이들과 달리 나는 끊임없이 "왜?"를 던지며 "이게 정말 맞는거야?"를 물어보던 아이였다. 의무적인 한국 교육의 분위기 혹은 의미없는 과도한 경쟁은 내가 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추상적인 외국에서 살려면 외국어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영어는 이미 포화 시장이니 차라리 스페인어를 해보자 그렇게 결심했다.


의무적으로 즉 주도적이지 않게 배웠던 '영어'는 좋아하는 언어였지만 나에게는 왠지 항상 평가받을 그런 언어였다. 차라리 평가 당하지 않게 아무도 모르는 언어를 하자. 내가 틀려도 그 누구도 나를 평가하지 않을 언어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스페인어를 주도적으로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스페인어학과를 선택하여 대학교에 진학했고 대학교에서는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배운 과목들을 공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스페인어 배우는게 너무나도 즐거웠다. 대학 생활보다 스페인어 배우는게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것이다.


난 지금도 스페인어를 일상에서 95%이상 사용하는 그런 일상을 산다.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한다. 한 사람이 여러가지 언어를 하면 그 언어를 할 때마다 언어의 톤, 어조, 억양 등에 따라서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한다고. 나에게 스페인어가 그런 것 같다. 한국어 혹은 영어를 할 때보다 스페인어를 하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말을 어떤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 잘 말할 수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 같다.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자 내면의 또 다른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다.


언어를 통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는게 얼마나 가슴 뛰고 신나는 일인가. 나라는 존재는 늘 변하고 있고 아직도 배워야할 알아가야할 나의 모습이 굉장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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