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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 Jan 09. 2024

제과점의 일상 - 기다림

요리를 하다보면 기다림이 필요한 순간이 꼭 찾아옵니다. 


사실 저는 성격이 아주 급한 편입니다. 운동을 할 때에도 성격이 급해져 판단을 잘 못하는 날이 많고,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에도 중간을 건너뛰고 결말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제게, 제빵은 꽤 힘든 종목입니다. 제빵은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비교적 짧은 기다림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어떤 제품은 하룻밤을 꼬박, 혹은 일년의 시간을 거치기도 합니다. 


처음 제빵을 했을 때에는 기다리는 시간을 아주 힘들어했습니다. 기다리다가 반죽을 한번 '쿡' 찍어보고, 이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하고 바로 구운 적도 꽤 많았습니다. 그러면 반죽은 충분한 발효를 거치지 않았기에 향긋한 빵 냄새도, 부드러운 식감도 가질 수 없습니다. 

이런 실패의 시간을 꽤 오랫동안 겪다가, 학교를 다니면서 억지로라도 기다리는 과정을 버티게 되었습니다. 기다리지 않아서 제품이 예쁘지 않게 나오면 결국 성적이 낮게 나오게 되니, 다른 일을 하면서 기다려야했습니다. 


요즘 제 가게에는 다양한 빵 제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치아바타부터 시작해서 포카치아, 소금빵까지. 마음같아서는 더 많은 종류의 제품을 내고 싶지만 1인 매장으로 운영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전날 저녁, 저온 장시간 발효를 시작합니다. 저온 장시간 발효를 하면 좋은 점은 제가 퇴근을 한 후여서 다시 출근하지 않는 한, 발효는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억지로 버텨가며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다음날 오전에 오면, 이미 발효를 충분히 주었기 때문에 제품의 크기에 맞춰 발효시간을 조금만 주어도 된다는게 매력입니다. 성격급한 제게는 아주 딱인 방법이죠. 물론 오전에 발효를 시키면서 수십번 고민합니다.

'이걸 빼, 말아?'


살면서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기다리다보면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도 해결이 되어있을 때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다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급하게 오븐에 넣으면 제품이 완성이 되지 않듯이, 

'이 정도면 너와 나의 사이도 좁혀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성급한 고백은 관계의 완성이 되지 않는 듯 합니다. 그 사실을 요즘에 와서 깨닫는 중이기에 후회와 미련도 가끔 남기도 합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여유를 갖고 멀리 보면 나의 행동에 대한 답도 나올거에요. 




기다려보세요. 성급하게 반죽을 오븐에 넣으면 빵은 절대 완성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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