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서 자란 아이

ep3. 우리 아빠가 불쌍한 사람인 줄 알았다

이혼했다고 아빠를 안 보고 살지는 않았다.

가끔 만나 밥을 먹고, 헤어질 때는 늘 5만 원을 손에 쥐어줬다.

내 나이에 맞는 돈은 아니었다.


그저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걸

돈으로라도 메꾸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때의 어린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한테 잘하던 아빠는,

이혼하고서도 화이트데이나 빼빼로데이면

달콤한 선물을 사들고 집 앞으로 왔다.


이제는 같이 살지 않으니 아빠 차에서 시간을 가졌는데,

아빠 차에서 인사하고 내려 집에 들어가는 그 순간들 이참 묘하고 싫었던 기억이 있다.


항상 같이 들어가던 그 집에 들어갈 때

아빠에게 “안녕”하고 인사를 하고,

나 혼자 또는 언니랑 집으로 들어가는 그 길이 얼마나 슬프고 괴로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를 것이다.


그리고 아빠를 만나고 집에 도어록을 누르고 들어가는 그 순간들은,

항상 엄마 눈치가 보였다.

묘하고 어색한 공기가 돌았던 것 같다.


이혼하고 처음 아빠가 사는 집에 갔을 땐 충격을 먹었다.

살면서 발도 디뎌본 적이 없는 좁고 허름한 원룸이었다.

아빠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언니한테 울면서 말했다.

“아빠 이런 곳에 사는 거야? 불쌍해… 너무.”

언니는 씁쓸한 표정만 지었고,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딸바보인 아빠는,

그 좁은 원룸의 그 좁은 부엌에서

소고기를 구워 우리에게 먹이기 바빴다.

그래. 글을 쓰며 돌아보니,

아빠가 우리를 버린 건 아니었던 것 같았다.


당연히 소고기를 먹는 내 맘은 편하지 않았다.

좁고 허름한 원룸에서

이혼한 아빠의 지갑에서 나온 소고기를 먹는데

어떻게 마음 편하고 행복할 수가 있을까

그냥 먹었던 것 같다.


지금도 소고기는 즐겨 먹지 않는다.


아빠를 만나고 온 어떤 날은 집에 돌아와서 펑펑 울었다.

아빠가 보고 싶었던 건지,

그저 엉엉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본 엄마는 내게 말했다.

“아빠한테 갈래, 지민이? “

울고 징징거린다고 화내는 말투가 아니었다.

조금 지치고 심란한 얼굴에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한 목소리었다.


근데 참 신기하다.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몰랐는데도

엄마의 차분한 말에

순간 엄마와 못 살까 봐 겁이 났다.

“아니…”

라는 대답과 함께 눈물을 삼켰다.


어쩌면,

그 허름한 집에서 살기 싫었던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빠는 내게 세상이었다면 엄마는 우주였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렸던 나는 매일같이 울고, 투정을 부렸다.

그걸 보던 언니는 결국 나한테 말을 꺼냈다.

“아빠가 나쁜 사람이야.”


듣고 충격을 받았던가?

십 년도 더 지난 일이라 대화 하나하나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불 꺼진 거실 소파에서 그 얘기를 해주던 그날의 언니의 모습은 선명하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었던 걸까.

그 어린 나이 속에서 어디까지 상처받고 받아들였을지 기억하고 싶지 않다.


난 울다가 차분히 물었다.

“뭐가? 아빠가 뭐가 나쁜 사람이야? “


그리고 마음이 무너지는 말을 들었다.

“아빠가 바람피운 거야. 그래서 이혼한 거야. 그래도 아빠가 불쌍해? “


언니의 그 말을 들었을 땐 그냥,

멍했다.


그저 속으로,

내가 마주하고 있는,

마주해야 하는 사실들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내 바람과 달리

그 말을 듣고 주마등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여자.’


이혼 전에 아빠가 가끔 우리를 데리고 나가

어떤 아줌마와 밥을 먹고는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그 아줌마에 대해 캐물었다.


난 알고 있었나 보다.


그 여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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