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서 자란 아이

ep2. 그때부터 난 혼자가 됐다

그러니까, 사실 아빠는 출장이 아니라

집을 나간 것이었다.


몰려오는 배신감과 슬픔 속에서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어린 나이에도

이혼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어쩌면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조용히 방에 들어가

그저 눈물만 흘렸다.


“이제 아빠랑 같이 살 수 없구나.”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내가 학창 시절에 흘렸던 눈물 중

가장 깊고 아팠던 건,


‘이혼 가정’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아빠 없이 홀로 서야 했던 나 자신이 너무나도 서럽고 외로웠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무게는 내 마음 한켠에 깊은 구멍을 남겼고,

그 구멍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았는지 모르겠다.

매일 밤, 컴컴한 방에서 혼자 울었다.


겁이 많아 늘 아빠와 함께 자던 나는

이제 더 이상 같이 잘 사람이 없어졌다.


엄마는 나와 함께 자며 돌봐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언니와 같이 자고 싶다고 말했지만,

언니는 귀찮았던 건지 거절했다.

그 일로 우리는 울고 불며 싸우기도 했다.


매일같이 싸우는 우리가 지겨웠던 걸까,

엄마는 전화기를 들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애들 못 키우겠으니까, 당신이 데려가.”


하지만 아빠는

“나도 못 키워. 알아서 해.”

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날, 엄마는 말했다.

“또 싸우면 고아원에 갖다 버릴 거야.”


그 말은 내게 상처와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당장 같이 잘 사람조차 없는 나에게는

벼락처럼 내리 꽂힌 말이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온몸에 꽁꽁 싸맨 채 엉엉 울었다.


‘왜 이렇게 됐지… 왜…

내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아.’


그 생각만을 끝없이 되뇌며

세상을 저주하듯 잠에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불행은 시작에 불과했다.


엄마는 일 때문인지 주말에는 들어오지 않았고,

언니는 사춘기 때문인지 방황하느라 늘 늦게 들어왔다.


내가 무서워하는 벌레가 자주 나오는 그 집에서,

혼자 있는 집이 너무 싫은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소파 한 구석에

마치 부적이라도 붙여놓은 냥

그 자리에서 친구 지연이랑 종일 전화를 했다.


전화하면 그래도 덜 무서웠다.

지연이가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하면 두려웠고,

전화가 끊긴 뒤에는 TV를 보면서도

온몸에 두려움이 곤두서 있었다.


그 시절만큼 도어락을 누르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반가웠던 적은 없다.


열 살인 내가 겪었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분명 아니었다.


그때 엄마는, 아빠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


혼자 있는 게 익숙해질 법도 한데, 난 아니었다.

원래도 겁이 많았던 나에게

혼자 있어야 한다는 건

매일 밤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난 혼자 자야 했고,

주말에는 혼자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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