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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하연 May 28. 2022

네버랜드에서 뛰쳐나온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얻고 잃은 것들

막 '어린이'에서 벗어나 '청소년'이 되었을 즈음부터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붙는 제약과 누릴 수 있는 것들의 한계가 답답했고

무엇보다도 항상 누군가의 보살핌과 책임 하에 놓여진 존재인 것이 싫었다.


어른이 되면 원하는 대로 살고, 원하는 걸 사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무도 내 인생에 간섭할 권한이 없고, 내 삶과 관련한 모든 결정권이 오로지 나에게 있기를 원했다.


시간은 착실히 흘러 그로부터 몇 년 뒤, 지금 나는 어느 정도 그것들이 가능한 나이가 되었다.

물론 지금은 스스로를 일컬어 나이가 차 법적 성인이 되었을 뿐 어른은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의 내 기준에서는 이미 어른이 된 셈이다.

나는 그토록 원하던 어른이 되고 무엇을 얻었나


하는 말마다 습관처럼 섞여 나오는 거짓말 같은 거

지치고 힘들어도  마스크 위로 애써 짓는 눈웃음 같은 거

함부로 속마음 말하지 않는 법 같은 거

기대보다 걱정에 더 익숙해지는 거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 같은 거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이 사실은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게 없었다는 거


사랑이 생각보다 더 귀하고 더 어렵다는 사실 같은 거

더는 찾아오는 우울이 낯설지 않은 거

외로움에 내던더져 헤엄치는 방법 같은 거

세상에 온전한 내 편은 단 한 명도 없다는 느낌 같은 거

거대한 힘과 질서와 타고난 우월함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같은 거

때때로 아득함과 적막함 속에서 눈 감고 싶은 거


나는 어른이 되기 전에 정말로 이런 것들을 원했나

네버랜드에서 아이들을 끄집어내고 대가로 무엇을 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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