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후회라는 걸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불면의 밤을 지새우면
왜 독방에 오래 수감된 죄수가 미쳐버리는지 알 수 있다.
생각의 굴레를 끊을 수가 없어 차라리 미쳐 다른 세계로라도 가고 싶다.
차라리 전쟁이 나거나 좀비가 나타나는 상상만 밤새 할 수 있다면,
허무맹랑한 꿈속으로라도 빠져들 수 있다면 그것도 축복이다.
나의 괴로운 기억, 가장 부끄러운 기억과 잘못된 선택들만 어둠과 함께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창살 감옥에 갇혀 바다에 내던져진 죄수처럼 후회라는 바다에 익사하는 형벌을 받는다.
귓구멍이며 콧구멍, 폐 안쪽까지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후회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부터 아주 먼 과거까지 샅샅이 훑고 지나간다.
한숨과 함께 내뱉을 수 있는 담배 연기 한 모금이 간절하다.
몽롱하니 잠에 빠져들게 하는 알콜 한 모금이 간절하다.
나는 왜 누군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사지 멀쩡한 육신과 또렷한 정신을 가지고도 살기가 싫은가
어린 왕자에 나오는 주정뱅이처럼 잊기 위해 마시고 또 마시고 싶다.
현실을 마주하기가 싫어 밤낮없이 취해 있는 중독자처럼 취해서 깊은 생각으로부터 도피하고 싶다.
시간은 새벽이면 잔인할 만치 느리다가도 거시적으로는 순식간에 흘러가버려
한 것도 없이 나이만 먹는다.
스물 하나, 스물 둘, 스물 셋, 스물 넷, 기어이 스물 다섯이 되고서도 후회할 일들은 더 쌓여만 간다.
아니, 어쩌면 몇 년이 지나가고도 하는 생각은 똑같다는 것이 가장 괴로운 지점이다.
스물 하나에 울며 했던 생각을 스물 다섯에 울며 또 한다.
또 괴로워하고, 또 자책하고, 또 경멸한다.
후회의 무게는 더 진해지고 깊어진다.
그래, 마치 한이라도 서린 것 처럼.
한 서린 한숨을 뱉으며
오라는 잠은 안오고 점점 더 또렷해지는 맨정신을 혐오한다.
인생을 몇 년이나 낭비했어도 여전히 스물다섯이다.
왜 나는 마흔다섯이라도 된 것 처럼 후회할 일이 많은가?
아니, 애초에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면 맨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50대는? 60대는?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의 바보같은 짓들과 낭비한 시간들이 이렇게 하나하나 나를 짓누르는데
어른들은 이 무게를 온전히 이고지고 나아가는 걸까?
성인이 되고 5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한심하리만치 똑같다.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도 못하며,
남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
계획 세우기만 좋아하고
정작 실천은 미루고 또 미루다 눈 돌려버린다.
불성실하고 자기 자신 하나 컨트롤하지 못하며
집중력도 낮고 인내심도 없다.
게을러터졌고 오만하며
능력은 없으면서 욕심만 많고
능력을 쌓을 노력도 하지 않고
조금만 힘들면 피하고 포기하기 급급하고
무언가 제 힘으로 부딪혀 이루어 낸 적도 없고
매사에 부정적이고 남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도 받지도 못한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산 주제에 가진 것에 감사할줄도 모르며
남의 인생을 염탐하며 나와 비교하고
주위 사람들의 성취를 축하하지 못하고 질투하고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어떻게든 깎아내리기 바쁘며
그들과 비교되는 나의 초라함을 상기시키기 싫어 자기위로를 한다.
내가 혐오하는 바로 그 부류와 정확히 같다는 것을 애써 회피한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도 타개해 나갈 실행력도 없으면서
내일부터는 뭔가 달라질거라는, 하루아침에 나 자신이 180도 달라질거라는
어리석을만큼 근거 없는 믿음만 마음 한 켠에 품고 산다.
이렇게 괴로워하다 뜬눈으로 밤을 지샌다.
사실 밤에 잠이 안오는 이유는 대낮까지 늦잠을 잤기 때문이고
대낮까지 늦잠을 잔 이유는 어젯밤에 잠이 안왔기 때문이다.
악순환이다.
이 굴레를 끊을 수가 없다.
내 인생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