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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심 Feb 17. 2024

책을 좋아하는 어느 노부부의 귀촌 이야기-4

구정 연휴에 떠난 캠핑


2024년의 4일간 구정 연휴가 지났다. 황금 같은 연휴에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보낼까? 하는 즐거운 궁금증보다 연휴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며 부러움에 절었던 구정 연휴였다. 내가 청소 일을 하는 두곳 중 한곳은 구정이 더 바쁘단다. 그래서 구정 연휴를 쉴 수 없다길래, "아, 그래요. 그럼 나와야죠." 했다. 구정 연휴 기간(2월 9일~2월 12일) 대신에 2월 12일~13일 날 쉬고 오라기에. " 아, 그래요.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덧붙인다. '참내! 4일간도 아니고, 연휴 끝자락 붙잡고 2일간 쉬라는데 뭐가 감사하다는 거야~' 아쉬움에 혼자서 몰래 투덜대었다.




작년 2023년 11월에 경상북도 봉화로 남편 먼저 귀촌을 했다. 함께 가자고 하는 남편에게 나는 돈을 더 벌어서 가겠다고 했다. 만류하는 남편을 설득해 안심시키고 호기롭게 두 곳의 청소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훗날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지금 시간의 자유를 잃고 사는 아이러니한 삶에 갇혀 살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구정 연휴를 즐기고 싶었다. 남편과 나는 캠핑을 즐기는 터라 부랴부랴 캠핑장을 섭외했다. 2월 12일~13일은 구정 연휴 끝자락이긴 하지만 고속도로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몇시간 동안 고속도로에 꼼짝못한 채 갇힐 수도 있다. 그래서 가까운 곳을 찾아보았다. '의왕 왕송 호수 캠핑장' 이 여러모로 적합했다. 일주일마다 내가 봉화로 내려갔었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내가 있는 곳으로 올라왔다. 갑자기 떠난 캠핑이라 캠핑장 예약이 가능한 것은 카라반도 글램핑도 아닌 데크 몇 자리만 아슬아슬하게 남아있었다. 우리 부부는 자연을 더 느낄 수 있는 노지 캠핑을 즐기는 편이지만 아직은 겨울이었다. "추울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섰고,  주차장과 데크가 떨어져 있어 루프탑텐트를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아쉬웠다.  "그냥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 즐기자! 이런 것이 또 캠핑의 묘미가 아닌가" 하는 긍정의 마음을 북돋우며 예약을 했다. 2박 3일에 5만 원이라는 저렴한 금액이었다.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캠핑장에 비치된 소형 리어카에 짐을 실어 예약한 데크4까지 나르는 것이 우리 노부부(?)에게는 무리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날씨는 더 추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데크 주위와 그릇 등에 성에꽃이 잔뜩 피어있었다. 전기 사용이 가능함을 미리 알아두었기에 전기장판을 가지고 갔다. 그 덕에  따뜻하게 잘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캠핑러들에게  불편함은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돌아온다.  손이 시려서 장갑을 끼고 덜덜 떨며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겨울 캠핑의 멋이려니 하고 즐겼다. 캠핑장에서 숯불에 구워 먹는 고기는 왜 그리도 맛있을까!  자연의 힐링이 주는 맛이 덤으로 얹혀서인 것 같다. 먹는 것 다음으로 좋아하는  캠핑 일상은  '풍경멍', '하늘멍', '불멍'이다. 마음 가는 대로 마음을 따라가는 '멍'안에서 여유와 행복을 느낀다. 그림 같은 풍경이 아니라도 '풍경멍'을 하다 보면 있는지도 몰랐던 마음속 아늑한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왕송호수 캠핑장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인 화장실, 샤워장, 설거지 하는 곳에 대한 관리 감독이 잘 되고 있어 깨끗했다. 북쪽으로는 의왕, 남쪽으로는 수원을 접하고 있는 왕송 호수의 넓은 주위에는 시골스러움이 군데군데 남아 있어 좋았다. 남편과 왕송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두 시간 이상 걸렸다. 오리떼, 왜가리, 백조 등도 볼 수 있었던 습지 주위에 감도는 공기가 싱그러워, "와~ 왕송 호수  정말 좋네. 한적한 시골 같아' 어린아이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아침부터 닭 울음소리가 잠을 깨워 정겨움을 느꼈던 곳, 난생처음 스카이 레일을 타고 하늘을 날았던 곳,  이곳은 행복한 추억의 장소가 되고 있었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주말부부로 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4개월이 흘렀다. '에이, 구정 연휴도 맘껏 쉴 수 없는데 그만두고 내려가 버릴까?', '남편의 연금에 내 인생을 맡겨버릴까?' 투잡 청소 노동으로 적지 않은 돈이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지만 시간의 자유가 그리워 일상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복잡한 생각들에 무료해질 때쯤 캠핑을 왔다. 지루하게 살고 싶지 않은데 지루할 수밖에 없는 일터를 잠시 떠나 생각들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니 '처음 생각, 처음 결심'을 기억해 낸다. 마음에 새로움의 꽃이 핀다. 역시 캠핑은 남편과 함께 하는 훌륭한 취미생활이다. 우리를 무언가 더 특별하게 느끼게 되는 캠핑이 참 좋다.



"꽃이 활짝 피는 봄,  단풍이 물드는 가을, 눈을 맞으며 오들오들 떠는 겨울, 땀을 뻘뻘 흘리며 수박 한 입 떼어 물며 즐기는 여름에도 또 캠핑 오자." 고 남편과 그리고 내 마음과 약속한다.





"삶이 힘든 시기일수록 마음속에 아름다운 어떤 것을 품고 다녀야 한다. 그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라는 류시화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남들보다 짧은 구정 연휴였다. 짧아서 더 다급하게 달려갔다. 자연 속에서 세상과 동떨어져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이 나를 또 구원하였다. 기간은 짧았지만 마음은 충분히 쉴 수 있게 해준 캠핑은 내 마음속 아름다움이다. 새로운 기억과 행복한 추억으로 충전했으니 다시 길을 떠나자.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 주는 글쓰기 세계로! 먹고 살 걱정 없이 글만 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노동의 현장으로!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의 저자 이순자 작가님이 마음에 심어 준 말씀을  빛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이제 시작이다. 정진하리라.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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