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울 캠핑장에 만난 나의 하루

by 예심숲

차박캠핑: 2025.11.9~11.10

장소:보리울 캠핑장(강원 홍천군 서면 밤벌길 131-53)

입장료: 10,000원(당일 오전8:00~익일 오후14:00)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1박 2일 차박여행을 떠난다. 차박을 떠남은 내가 내 마음에 무언가 말해주는 것을 듣고 싶고, 내 마음에 울림을 주는 방향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치 안에 있는 것이 아니면 글로 쓰기 힘들기에 그 경험치를 애써 깊게 물들이고 싶은 큰 이유가 있기도 하다.


매일같이 청소부로 일을 하고, 만만치 않은 노동량을 버텨내기 위해 틈이 날 때마다 의무적인 잠을 자고, 청소하고 또 잠을 자면서 사는 삶의 경험치가 너무도 왜소해서 글이 될 수 있는 다른 작은 길을 내고 싶어 차박여행을 떠난다. 이 ‘작은 길-차박여행’에 마음을 열고나서 ‘청소’라는 노동이 한층 더 긍정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 노동이 나의 이야기의 보고임을 직감하게 되었다.


노년에 전신을 던질 수 있는 일, 철저하게 이기적인 자기만의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난 지금 하는 ‘청소 노동 + 차박 여행’에서 그 일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발견을 통해 아마도 나는 후덕한 노년을 보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자부한다.


사실 차박여행은 꽤 불편한 일이다. 친구는 ‘아유, 난 캠핑 너무 싫어!’ ‘펴고 접고 싣는 일!’ 이 귀찮아서 너무 싫단다. 그런데 나는 ‘펴고 접고 싣는 거추장스러운 그 일’이 너무 재미있고 좋다. 더구나 내 자동차는 그럴듯한 SUV 차도 아닌 아반떼 승용차이기에 불편함은 더 많다. 그러나 큰돈을 투자하여 캠핑카를 장만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충분히 나만의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차박여행의 가장 큰 설렘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자연 속에 푹 잠기는 하루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계절을 오롯이 담은 산, 해가 뜨고 지며 만드는 형형색색의 하늘을 이고 있는 바다, 포근하게 마음을 안아주는 숲의 푸름, 애써 핀 타프를 뒤흔들어 버려 쩔쩔매게 하는 바람…, 이토록 풍요로운 자연은 노동으로 녹초가 된 시들한 내 몸과 삶에 찬란한 설렘을 아낌없이 선사해 주고 있으며 살갗에 닿도록 계절을 느끼게도 해준다. 덕분에 피곤에 닳고 닳은 일상에 잊지 못할 차박여행의 기억이 덧입혀지면서 더없이 소중한 나만의 장소가 하나둘씩 쌓여가고 있다. 그래서 나만의 행복을 가진 노년을 살고 있다.



계절이 어느새 바뀌어 산과 나무들은 울긋불긋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 아직 가을의 절정에는 다다르지 않았지만 제법 알록달록 해진 나뭇잎들이 뒹구는 곳, 보리울 캠핑장에서 또 낭만의 1박 2일 여행을 하고 있다. ‘나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 전에 없던 행복감에 여지없이 푹 젖게 된다.


인간의 행복은 경제적 성공에 있는 것만은 아님을 뒤늦게나마 깨달아가고 있다. 천천히 ‘나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삶이 성공한 삶이지 않을까? 여가를 즐기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삶, 삶의 깊숙한 이면을 들여다보는 삶, 쏟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가 넘치는 삶을 사는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차박여행을 오면 내가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하며 삶을 지워가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단 한 줄이라도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한 문장 한 문장을 탄생시키기 위해 고초를 겪으며 살고 싶다.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하며 살겠다는 커다란 용기를 내고 있는 내가 참 좋다. 나도 열심히 하면 이런 창작의 열정이 내 마음에 넘쳐날 수 있을 것이다.


글 쓰는 일은 인간의 ‘혼’이 담기는 예술이다. 백발의 할머니가 된 후에라도 작은 독자 간담회를 갖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비록 남 보기에 초라한 삶처럼 비추어지는 청소부이지만 얼굴에서는 열정을 지닌 예술가의 빛이 나길. 애벌레가 나비로 변신하듯 진정한 글쟁이의 날개를 달고 싶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손미나 작가에게 황석영 작가가 한 말이다.

“…단정한 생각들은 모두 버리고 진흙탕으로 뛰어들어야 해요. 이렇게 한번 해 봐요. 불도 끄고 전화도 끊고 몇 날 며칠을 그냥 침대에 누워 있어 봐요. 어느 순간 갑자기 한 문장이 미나 씨에게 말을 걸 거예요. 그러면 그것을 적는 거지요. 분명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 그건 정말 신비로운 경험이에요. 한번 맛보면 절대 끊을 수 없는 그런 것.”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중에서, 손미나 지음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란 어떤 것일까?'

'첫 문장은 어떻게 만날 수 있나?' 하는 고민을 하며 사는 삶으로의 도약을 위해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있는 그런 일상을 벗어날 용기를 내어보자. 시들한 내 삶에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만들자….


보리울 캠핑장 곁에 흐르고 있는 홍천강의 새벽바람에 젖으며 이런 야무진 결심을 해본다. 순간을 제대로 즐겼던 이번 1박 2일 여행도 참 좋았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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