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16장-3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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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4] 너를 품에 안으면 [16장-3부] — 수면 아래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6-3)

며칠 후 여전히 피로와 스트레스의 무게를 업고,

매일 아침 선율이 와 동료들은 “시작 전 루틴”부터 밟았다.


커피가 식기 전에. 숨이 돌아오기 전에.
경찰서는 돌아가야 했다.


상황통제실 유리 너머로 모니터들이 줄지어 켜져 있었고,
어제도 오늘도 똑같이—

사기, 협박, 신고,

민원, 민원, 민원.


위에서 내려오는 압박감은 소리 없이 목을 조였다.


“미제로 넘기지 마라.”


그 말은 늘 똑같았고, 늘 더 무거워졌다.

선율이는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Radio check.”
(자막: 무전 체크.)


상황통제실이 바로 받아쳤다.


“Loud and clear.”
(자막: 선명하게 잘 들려요.)


선율이는 고개만 끄덕였다.
잘 들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늘도 무너질 틈 없이 돌아가야 한다는 게 중요한 거였다.

오늘은 선율이 와 동료 아사드가 같이 나가기로 했다.


얼마 전 접수된 온라인 사기·협박 건 탐문 조사.

솔직히, 둘 다 알고 있었다. 대개 이런 건

“성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끝난다.


아사드가 헛웃음처럼 한숨을 쉬었다.


“야 로보트. 오늘도 허탕일 확률 높다. 너나 나나 알잖아.”
“그냥… 잠깐이라도 저 지긋지긋한 사무실 공기에서 벗어나자고.”


선율이는 대답 대신 방향지시등을 켰다.
핸들을 꺾었다.


말을 줄일수록, 하루가 조금 덜 흔들렸다.

출차 전에 선율이는 상황실로 무전을 쳤다.


(8000번부터는 경사 직위 유닛 넘버였다.)


“8xx8 and 8xx1, show me en route to

○○ Tree Apartment at 1135 ○○ Tree Street.

8xx8 is on the lead.”
(자막: 8xx8, 8xx1. ○○트리 아파트

(○○트리 스트리트 1135)로 이동 시작. 8xx8이 선두임.)


상황통제실이 답했다.


“That’s clear.”
(자막: 명확히 확인.)


차는 천천히 경찰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선율이는 룸미러를 한 번 봤다.


뒤에 남은 건 건물이 아니라—업무량 같았다.

아파트까지 5분 남았을 때였다.


무전기에서 톤이 바뀌었다.

상황실 목소리가 “일반 콜”이 아니라

“우선 콜”의 무게로 내려앉았다.


“Missing child. Approximately 7 years old.

Possible autistic child.”
(자막: 실종 아동. 약 7살. 자폐 가능성.)


“Last seen by her mother at the playground

near the apartment complex.”
(자막: 마지막 목격자는 엄마. 아파트 단지 놀이터 근처.)


“Wearing pink shorts, Minnie Mouse white shirt.”
(자막: 분홍 반바지, 미니마우스 흰 티.)


선율이는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아사드는 말이 멈췄다.


차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 조용함은 “생각”이 아니라 “본능”으로 가득 찼다.


선율이 가 무전기를 잡았다.


“8xx8 and 8xx1, show us en route. We’re nearby.”
(자막: 8xx8, 8xx1. 출동 이동 중. 근처에 있다.)


상황실이 답했다.


“That’s clear.”
(자막: 명확히 확인.)


아사드가 낮게 말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 자폐 아이면, 빨라야 돼.”
“특히—물.”


선율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답이 필요 없는 말이었다.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은
소리보다, 사람보다, 규칙보다—
어떤 순간엔 ‘물’에 끌린다.


그리고 그건 “실종”이 아니라
시간 싸움이 된다.


선율이는 액셀을 조금 더 밟았다.
비표식 순찰차의 엔진 소리가 커졌고,
그 소리만큼이나 머릿속이 차갑게 정리됐다.


“놀이터… 수영장… 배수로… 단지 내 물 있는 데부터 간다.”


아사드가 바로 받았다.


“오케이. 난 관리사무소부터.”
“문 열려 있는 출입구, CCTV, 수영장 펜스… 다 확인한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달랐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놀이터 쪽으로 모여 있는 어른들.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 사이에서 혼자 서 있는 여자.

엄마였다.


비표식 순찰차가 멈추자 선율이 와 아사드는

동시에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아사드가 먼저 다가갔다.


“Ma’am, we’re with the police.

You called about a missing child?”
(자막: 어머니, 경찰입니다.

실종 신고 하신 분 맞으시죠?)


여자는 이미 울고 있었다.
숨이 일정하지 않았다.


“네… 네… 우리 딸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놀고 있었는데…”


선율이 가 천천히 무릎을 낮추고 눈높이를 맞췄다.


“언제 마지막으로 보셨어요?”


엄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5분… 아니 10분? 제가 잠깐 전화받는 사이에…”


아사드가 바로 물었다.


“Has she ever wandered off before?”
(자막: 전에 혼자 멀리 간 적 있나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끔요… 근데 이렇게 빨리 사라진 적은 없었어요.”


선율이는 이미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놀이터에서 가장 가까운 위험 구역.


수영장.
단지 뒤편 물 고이는 곳.
배수로.


그리고—엄마가 작게 덧붙였다.


“우리 애는… 물을 좋아해요. 너무 좋아해서…”


엄마는 제일 먼저 근처 수영장으로 뛰어갔다.
그 애가 좋아하는 곳이 거기였으니까.
혹시라도—거기 있을까 봐.


“근데… 없었어요.

그래서 혹시나 ‘그럼 다시 놀이터일까’

해서 되돌아왔는데도—
여기에도 없어서…

그때서야 신고한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선율이의 가슴이 한 칸 더 내려앉았다.

선율이 가 상황실에 무전을 쳤다.


“8xx8 to dispatch. We’re on scene with the mother.

Request additional units for perimeter search.

Focus on water areas first.”
(자막: 8xx8, 현장 도착. 보호자 접촉.

추가 유닛 요청. 수색은 물 있는 곳부터.)


상황실이 답했다.


“That’s clear. Additional units en route.”
(자막: 명확히 확인. 추가 유닛 이동 중.)


아사드는 관리사무소로 뛰었다.
CCTV. 출입기록. 경비 호출.


선율이는 놀이터 주변을 훑었다.
그네, 미끄럼틀, 모래밭—아이는 없었다.


선율이 가 몸을 돌렸다.

“다시 수영장부터.”


수영장 펜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안쪽은 조용했다.


이상할 정도로.

선율이 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수영장 한쪽 구석.

수면 아래.


분홍색.

너무 작은 분홍색이
물결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로보트.”

관리사무소에서 돌아온

아사드의 숨이 한 번에 꺾였다.


“Oh my God! Jesus Christ!”
(자막: 맙소사… 젠장…)


아사드는 반사적으로 무전기를 움켜쥐고,

거의 씹어 뱉듯 먼저 박았다.


“Dispatch—possible drowning!

Child in the pool!”
(자막: 상황실—익수 의심!

수영장 안 아동발견!)


선율이는 바로 뛰어들었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때렸지만,

감각이 올라오기 전에 이미 끝나 있었다.


아이를 끌어안고 물 밖으로 올라왔다.

작았다.
너무 가벼웠다.


선율이는 아이를 바닥에 눕히며 즉시 손을 움직였다.
압박. 기도 확보. 숨 확인.


그 사이 아사드는 무전기를 잡고 상황실에 박아 넣듯 외쳤다.


“Dispatch! Child located!

Request EMS priority to our location!

We need medics now!”


(자막: 상황실! 아동 발견!

현장으로 EMS 최우선 요청!

구급대 지금 필요!)


상황실이 즉답했다.


“That’s clear. EMS notified. Continue scene preservation.”
(자막: 명확히 확인. 구급 출동 통보 완료. 현장 보존 바람.)


멀리서 발소리가 쏟아지듯 들려왔다.
도착한 순찰대원들이 펜스를 넘어 들어왔다.


아사드가 숨도 고르지 못한 채, 그러나 명령은 또렷했다.


“Perimeter. Move people back. Nobody in the pool area.”
(자막: 외곽선. 사람들 뒤로. 수영장 구역 아무도 들어오지 마.)


“Scene preservation.

Treat it as suspicious until we rule it out.”
(자막: 현장 보존. 배제될 때까지 의심 사건으로 간주.)


대원들이 바로 움직였다.
테이프. 출입 차단. 목격자 분리.


주변 주민들을 밀어냈다.

왜냐면—이런 사건은 단순 사고로 시작해도,
끝까지 단순 사고로 남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돈이 쪼들리고, 숨이 막히고,
집 안이 무너져 있으면…

세상은 가끔 가장 약한 쪽으로 터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가끔은… 아이가 그 대가를 먼저 치른다.


구급대가 도착하자 현장은 더 조용해졌다.
소리가 사라진 게 아니라—소리가 다 “업무”로 바뀐 느낌이었다.


들것이 지나가고,
산소마스크가 흔들리고,
구급대원의 손이 아이의 가슴 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구급대원 둘이 자세를 바꿔가며 압박을 이어갔다.
누군가는 턱을 들어 기도를 잡고, 누군가는 호흡을 넣었다.


동작은 빠르고 정확했다.
완벽하게 “해야 할 것”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율이 와 아사드, 그리고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관들은—
눈빛만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물에서 끌어낸 순간의 체온,
입술 색,
손끝의 감각.

그건 “가능성”의 문제라기보다,
시간이 만들어낸 결론에 가까웠다.


늦었다는 걸.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현장은 무너질 거라,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테이프 밖에서 억눌려 있던 엄마가
몸 전체로 밀고 들어오려다 누군가에게 붙잡혔다.


“안 돼! 안 돼! 내 아기! 내 아가—!”


그다음은 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에서 절규가 폭발했다.


“아아아아—아아악!! 내 애기야!!”


숨이 끊길 때마다 소리가 다시 터졌다.


“돌려줘!! 제발 돌려줘!! 아아악!!”


그건 울음이 아니라—
세상이 무너진 사람의, 가장 큰 절규였다.


방금 전까지 웅성거리던 사람들 목소리가

그 소리 하나에 완전히 눌렸다.


선율이는 순간,
다리 밑 “인간방패” 사건에서
여자가 잡혀가며 아이를 불러댔던 소리를 떠올렸다.


그때도 악몽 같았고,
그때도 귀에 박혔다.

근데 이건—비교가 안 됐다.


그때의 소리가 “분노”와 “저항”이었다면,
지금 이 소리는
그 어떤 의미도 없이, 그냥 무너지는 소리였다.


살릴 수 없는 걸 마주한 인간이
몸 안에서 마지막으로 꺼내는 소리.


구급대원의 손은 멈추지 않았고,
엄마의 소리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더 단단하게 테이프를 잡아야 했다.


누군가는 엄마를 붙잡고,


“Ma’am, please—step back. Please.”
(자막: 어머니, 제발… 뒤로만 물러나 주세요. 제발요.)

를 반복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인 채
시선만 바닥에 박아 넣었다.


그 조용함은
잔인할 정도로 “현실”이었다.


선율이는 한 발짝 물러섰다.
젖은 유니폼이 몸에 붙었다.
추운 건 물 때문이 아니라, 현실 때문이었다.


아사드는 상황실로 다시 무전을 쳤다.


“Dispatch, confirm EMS transport.

We’re securing the scene. Start CID notification.”
(자막: 상황실, 이송 확인. 현장 통제 유지. 수사팀 통보 시작해.)


상황실은 즉답했다.

“That’s clear. EMS transporting.

CID notified. Continue scene preservation.”
(자막: 명확히 확인. 이송 중. 수사팀 통보 완료. 현장 보존 계속.)


현장보존은 “선”에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난다.

출입구는 몇 군데였는지.

펜스는 누가 열었는지.
자물쇠는 정상인지.


그 시간에 거기 있던 어른은 누군지.

그리고—가장 불편한 질문.

누가 아이를 혼자 두었는지.


선율이는 그 질문을 엄마에게 직접 던지지 않았다.

지금은 캐묻는 시간이 아니었다.

현장은 아직 뜨겁고, 엄마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질문은 나중에—기록과 절차가 맡을 일이었다.

그 대신 선율이는 메모장에 적었다.


Mother: phone call (estimate < 1 min)
(자막: 보호자: 전화 통화 (1분 미만 추정))

Pool gate: temporarily open (cleaning)
(자막: 수영장 게이트: 일시 개방 (청소/관리 중))

Witnesses: pending
(자막: 목격자: 확인 중)

CCTV: verify timestamps
(자막: CCTV: 타임스탬프 대조 필요)

Scene preservation: suspicious until ruled out
(자막: 현장 보존: 배제될 때까지 의심 사건으로 간주)


펜 끝이 종이에 닿는 순간,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선율이는 모른 척했다.

모른 척하는 게 경찰이 배운 생존이었다.


수사팀이 도착하고, 현장 인계가 시작되자

선율이는 젖은 유니폼 소매를 한 번 걷었다.


그때,
갑자기 다리 밑 “인간방패” 사건이 떠올랐다.


차가운 콘크리트.

낮게 깔리는 비명.


작고 연약한 몸을 방패처럼 끌어당기던 순간.

물속에서 끌어낸 작은 몸의 무게가,
그때의 무게와 겹쳤다.


선율이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공기가 목에 걸렸다.

아사드가 옆에서 물었다.


“너 괜찮냐.”


선율이는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괜찮아야지.”


그 말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라는 걸—
선율 이만 알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 거실이 너무 조용했다.
조용한 게 아니라—대답이 없는 공간이었다.


선율이는 젖은 방탄복과 유니폼을 벗어던졌다.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샤워를 해야 한다는 건 알았다.
근데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손을 씻으려고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물소리가 귀에 박혔다.


수영장 물이 아니라.
그냥 물.


그 소리 하나가
하루를 다시 끌고 올라왔다.


—다음: 16장-4부에서…


[안내 — 모방 범죄 주의]
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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