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3/4] 너를 품에 안으면 [15장-3부] — 첫 만남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5-3)
텍사스 경찰서 로비는 화려하지 않았다.
벽은 무난한 색, 조명은 밝기만 맞춘 형광등.
그런데도 딱 필요한 만큼은 깔끔했다.
누가 봐도 “정기적으로 관리받는 곳”이라는 느낌.
대신 너무 현실적이라서 더 서늘했다.
여자는 접수창구 앞에 섰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자는 목소리를 낮췄다.
‘연예인’이 아니라 ‘민원인’의 톤으로.
“전화받고 왔어요. 사건 관련해서… 협조하라고요.”
“성함이요.”
여자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딱 필요한 만큼만 말했다.
“최… 윤서요.”
직원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직원이 윤서의 발음을 한 번 듣고, 잠깐 멈칫했다.
“통역 필요하세요?”
여자는 잠깐 망설였다.
필요 없다고 말하면 자존심은 지킬 수 있다.
근데 지금 필요한 건 자존심이 아니었다.
“한국어 가능한 경찰관… 있나요?”
“알겠습니다. 잠시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여자는 의자에 앉았다.
그 순간,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비었다.
여기선—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그게 자유 같았다가,
곧바로 끝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직원이 덧붙이듯 말했다.
“신분 확인 때문에요. 아이디랑 얼굴 대조해야 해서…
마스크 잠깐만 내려주세요.”
여자는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였다.
대기 의자에서 20여 분을 버티는 동안,
로비는 사람 소리보다 에어컨 소리만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마침내—문이 열렸다.
여자 시야 바깥에서 선율이 가 들어오는 걸 보고
누군가가 작게 킥킥 웃는 소리가 났다.
접수대 근처를 서성거리던 남자—지미였다.
누군가 웃음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지미는 선율 이를 보면서 입꼬리를 올리며,
지미는 선율을 보더니, 고개를 아주 작게 까딱였다.
‘맞지?’라는 표정으로.
여자는 못 본 척 고개를 숙였다.
점점 여자에게 다가오는 선율.
셔츠와 배지.
키가 컸고, 걸음이 정돈돼 있었다.
무뚝뚝한 얼굴. “친절한 사람”이라기보다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의 인상이었다.
그가 여자 앞에 멈춰 섰다.
서류를 한 번 확인한 뒤, 절차처럼 말했다.
“서류상 이름이… 최윤서 씨로 되어 있는데, 맞으세요?”
그 순간, 기록 속 ‘여자’는 최윤서가 됐다.
숨는 법을 배운 사람이—절차 앞에서 다시 불려 나오는 방식으로.
윤서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스크를 천천히 내렸다.
선글라스도 벗었다.
아주 오래된 습관이 가슴에서 꿈틀댔다.
‘혹시 날… 알아보려나.’
선율은 아주 짧게—미소를 지었다.
윤서는 바로 알았다.
그 미소는 ‘알아봐서’가 아니었다.
민원인을 안심시키려고 꺼내는, 형식적인 미소였다.
“안녕하세요. 로버트 신입니다. 한국 이름은 신선율이고요.”
“안쪽으로 가시죠.”
면담실(인터뷰룸).
문이 닫히자 선율은 테이블 위에 놓인 사건 파일을 당겨 펼쳤다.
맨 위엔 고소 접수 기록과 진술 요약이 클립으로 묶여 있었다.
혐의명, 피해금액, 계좌번호, 캡처, 링크, 신고 요약…
펜 끝으로 중요한 부분을 표시하며 사건을 정리했다.
그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정확했다.
윤서는 그 모습을 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녀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의 반응을 더듬었다—자기를 알아보는지.
“혹시 예전에 어디서 뵌 적 있나요?”
“저… 기억 안 나세요?”
선율의 손이 멈췄다.
그는 서류 위에 시선을 두고 있다가—잠깐, 정말 잠깐 윤서 얼굴을 올려다봤다.
“네…?”
윤서의 목이 한 번 잠겼다.
선율이 조심스럽게, 너무 현실적으로 말했다.
“아, 죄송한데… 제가 기억이 잘 안 나서요. 누구셨더라…”
윤서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선율은 놀리거나 비웃지 않았다.
정말 몰라서 묻는 톤이었다. 그래서 더 아팠다.
“저는 기억이 없습니다. 오늘이 처음 뵙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윤서 씨 말씀대로라면, 어디서 보셨는지 언제였는지 말씀해 주세요.”
윤서는 잠깐 웃을 뻔했다.
웃음이 아니라 허탈함이 올라왔다.
“… 한국에선…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윤서는 여전히 웃지도 못한 채, 짧게 물었다.
“TV… 안 보셨어요?”
선율은 더 캐묻지 않았다.
이 질문이 윤서에게 어떤 종류의 상처인지, 본능적으로 아는 눈이었다.
선율은 펜을 다시 들고 사건으로 윤서를 돌려세웠다.
“알겠습니다. 근데 최윤서 씨,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누가 알아보느냐가 아니라—누가 최윤서 씨 얼굴을 쓰고 있느냐입니다.”
윤서가 낮게 물었다.
“…그럼 전, 피의자예요?”
선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지금은 확인 대상이고요.”
“자료 보면 볼수록… 피해자일 가능성이 커요.”
윤서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
그 내려앉음은 안도라기보다, 버티던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선율이 캡처 한 장을 짚었다.
“이 문장 습관이 달라요. 말투도요.”
“그리고 이 패턴은 보통 개인이 아니라… 팀이 움직일 때 나옵니다.”
윤서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팀이요…?”
선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직형.”
윤서는 그제야 알았다.
세상이 날 몰라서 서운한 게 아니라,
세상이 날 알아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무서운 거였다는 걸.
선율이 말했다.
“지금부터는 제가 질문할게요. 기억나는 것만 정확히.”
“잡을 수 있다고 가볍게 말하진 않을 겁니다.”
“근데… 찾는 건 제 일이니까요.”
윤서는 아주 작게, 교민처럼 짧은 단어를 흘렸다.
“…okay.”
(자막: …네.)
선율이는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무뚝뚝한데—이상하게 믿을 만했다.
윤서는 그제야 처음으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선율은 그 숨을 붙잡지 않았다.
오늘은 깊게 파고들 날이 아니었다.
“오늘은 기본 정보만 확인할게요.”
그는 서류를 한 장 꺼내, 윤서 쪽으로 살짝 돌려놓았다.
이름, 생년월일, 현재 주소.
연락 가능한 번호와 이메일.
최근 바뀐 번호나 계정이 있는지.
선율은 펜 끝으로 한 줄을 짚었다.
“최근 6개월 동안은요.”
“어디서 지냈고, 주로 뭐 하셨어요? 큰 흐름만요.”
윤서는 짧게, 가능한 사실만 골라 말했다.
선율은 고개만 끄덕이며 체크했다.
감정은 끼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선율은 펜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윤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저는요?”
선율은 현실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곧 연락드릴 겁니다.”
선율은 한 박자 쉬고 덧붙였다.
“그리고 당분간은 연락 가능한 상태로만 계세요.
정식으로 수사가 들어갔습니다.
추가 확인 때문에 바로 연락이 갈 수 있어요.”
“이동 계획 있으시면—특히 장거리나 출장이면—미리 말씀만 주세요.”
“그때까지는, 혹시라도 수상한 전화나 문자, 이메일…
어떤 것도 반응하지 마세요.
저희 쪽에서 연락이 오면, 제가 먼저 드린 번호로
다시 전화해서 확인하고 받으세요.”
윤서가 입술을 떼려 하자, 선율이 먼저 끊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수상한 연락이 오면요—일단 캡처부터.”
“증거 확보하기 전까진 차단하지 마세요.”
“그게 증거입니다.”
“날짜랑 시간은 꼭 보이게요.”
선율은 한 박자 쉬고,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전화가 오면 받지 말고—통화 기록만 남기세요.”
“문자나 이메일은 ‘읽음’ 표시가 뜰 수 있으니까,
가능하면 알림에서만 확인하고 캡처하세요.”
“링크는 절대 누르지 말고, 계좌번호나
이름 같은 게 나오면 그것도 같이 캡처해 놓으십시오.”
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율이 덧붙였다.
“캡처 모으신 건…
제가 연락드리면 그때 넘겨주세요.”
“지금은 윤서 씨가 움직이는 것보다,
기록이 쌓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윤서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끝난 줄 알았는데, 끝난 게 아니었다.
문을 열기 직전, 선율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했다.
“그리고요.”
혹시라도 이메일이나 전화에서 ‘긴급’ 또는 ‘지금 당장’
같은 표현으로 행동을 재촉하면—
그 자체가 가장 위험한 신호입니다.
“급하다고 재촉하면, 그게 신호예요.”
“피해자라며 돈 요구하면 끊으세요.”
“모르는 변호사, 중개인—‘도와주겠다’는 말도요.”
“캡처. 기록. 그리고 공식 채널로 다시 확인하세요.”
윤서는 대답 대신,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면담실 문이 닫혔다.
윤서는 복도를 걸었다.
숨은 다시 들어왔지만,
가슴속 어딘가가—아직도 잠기지 않았다.
—다음: 15장-4부에서…
[안내 — 모방 범죄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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