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2/4] 너를 품에 안으면 [15장-2부] — 브리핑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5-2)
선율 — 다음 날, 오후
김민수 영사관 사칭 사건 이후로,
선율은 한동안 김민수가 마지막에 남기고 간 말을 떼어내지 못했다.
“저 사람들… 제발 잡아주세요.”
“저 말고도 또 당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수사는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진전은 없었다.
절차는 복잡했고, 공조는 느렸고,
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많이 잡아먹고 있었다.
피로가 쌓이면 말은 결국 의미만 남고,
소리는 배경으로 무너졌다.
커피를 몇 잔을 마셨는지,
저녁을 먹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선율만 그런 게 아니었다.
같이 붙은 동료들도 같은 얼굴이었다.
“요즘 온라인 사기 신고 계속 들어오잖아.”
“AI까지 엮이면 피해자도 더 빨리 무너지고.”
“인력 더 끌어와야 돼. 안 그러면 우리 과로로 죽는다.”
다른 동료가 비틀 웃었다.
“와이프가 그냥 경찰서에서 살래. 집엔 오지 말래.”
웃음이 났지만, 그 웃음은 길지 않았다.
누구도 농담이 농담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후 늦게, 반장인 **캡틴**이 팀원들을 불렀다.
캡틴: “야, 다들 모여봐. 브리핑 짧게 한다.”
사이버수사대 브리핑룸이 조용해졌다.
키보드 소리만 몇 번 툭툭 끊겼다.
캡틴: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 국방장관 목소리를 AI로 복제해서
100만 유로가 털린 사건 있었지. 다들 뉴스로 한 번쯤 봤을 거다.”
팀원 1: “… 국방장관 목소리요? 그게 된다고요?”
캡틴: “된다. 더 무서운 건—‘진짜처럼’ 됐다는 거야.”
캡틴은 서류를 한 장 넘기듯 말을 이었다.
캡틴: “그리고 이런 것도 있었다.
단 3초짜리 음성만 따서 가족 목소리처럼 만들어서,
피해금 2억 원 날린 케이스.
삼촌 목소리인 줄 알고 돈 보냈다는 피해자도 있었고.”
누군가 짧게 헛웃음을 삼켰다.
캡틴: “세 번째. 70세 노인이 영상통화로
‘연인’이라 믿었던 사람한테 속아서
약 1만 달러대를 보냈다.
얼굴도, 표정도, 말투도—전부 진짜 같았다.”
로페즈: “……하. 영상통화면 거의 끝 아닌가요?
그걸 어떻게 구분해요.”
캡틴: “마지막. 모두들 알만한 인기드라마의 유명 배우인 것처럼
만든 딥페이크 영상으로 43만 달러가 사라진 사건도 있었다.
이젠 목소리도, 영상도—그 자체로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야.”
잠깐 정적이 흘렀다.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사건 목록이 갑자기 더 차갑게 보였다.
아사드: “… 캡틴. 우린 절차가 있으니까 그나마 버티죠.”
아사드는 잠시 멈칫했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아사드: “근데 문제는… 우리야 그렇다 치고,
보통 사람들은 이런 거 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피해자들 보면, 당하는 순간엔 그게 사기인지 구분을 못 해요.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캡틴: “맞는 말이다.”
캡틴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말투를 더 딱딱하게 눌렀다.
캡틴: “그래서 우린 사건 처리만 할 게 아니라,
예방 가이드를 머리에 박고 있어야 한다. 피해자한테
‘왜 속았냐’가 아니라—‘어떻게 안 속게 하냐’를 먼저 알려줘야 해.”
로페즈: “근데 요즘은… 진짜 구분이 되나….”
선율: “캡틴,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율: “일반인한텐 복잡한 기술 설명 필요 없습니다.
규칙 몇 개만 박아두면 됩니다.”
선율: “첫째, ‘지금 당장’ ‘급하다’ ‘비밀이다’—
이 말 나오면 일단 멈추게 해야 합니다.
둘째, 끊고 공식 번호로 다시 전화(콜백) 하게 하십시오.
셋째, 돈·계좌·상품권 요구 나오면—무조건 가족이나
지인 한 명 더 끼워서 교차 확인하게 해야 합니다.”
아사드: “…그러니까 결국, ‘목소리랑 영상’
믿지 말고, 절차를 믿어라… 그거네.”
선율: “맞아. 요즘 사기는 사람을 속이는 게 아니라,
사람 판단 속도를 속여. 그래서 ‘빨리 결정하게 만드는 말’부터 끊어야 돼.”
로페즈: (팔짱을 낀 채 피식) “야… 말은 쉽지.”
로페즈: “솔직히 의무 보수교육도 시간 없어서 겨우겨우 듣는데,
이제는 이놈의 AI까지 전부 의심하라고?”
선율: “그래서 더 해야 돼. 바쁠수록, 급할수록—그때가 제일 털린다.”
로페즈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반박할 말도 없다는 얼굴이었다.
캡틴: “좋다. 결론.”
캡틴: “앞으로 들어오는 모든 사건,
오늘 이야기한 사례들 전부 참고해서 본다.
‘이게 말이 되냐’가 아니라—‘이게 가능하냐’부터 체크해.”
캡틴: “연결성 확인. 재검증. 공식 채널 확인. 이 세 개는 기본이다.”
캡틴: “각 팀, 오늘부터 적용한다. 브리핑 끝.”
“그리고 야, 로버트.”
선율이 고개를 들자, 캡틴은 아래층을 턱으로 가리켰다.
“아래층에 한국인 여자 한 명 와 있어.”
“면담 네가 가. 한국어 되니까.
이 건은 고소 접수된 투자사기고, 아직 확정 단계 아니야.
용의자 몰이 하지 말고 사실관계만 확인해.”
그리고 캡틴은 덧붙였다.
웃긴 듯 말했지만,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지미가 봤다는데… 엄청 예쁘대.”
동료들이 바로 끼어들었다.
그중 로페즈가 팔꿈치로 선율 이를 툭 치며 웃었다.
“뭐야, 로버트. 너 여기서 살더니 이유가 있었네?”
“지미가 신분 확인 때문에 잠깐 마스크 내린 거 봤다며?
지미가 그런 말을 했다면 그 자식 보기보다 눈이 높거든. 그럼 거의 확정이지.”
“야, 로버트. 경찰서에 몰래 숨겨둔 여자친구 데려오면 어떡하냐.”
그가 킥킥 웃었다.
“야, 빨리 내려가 봐. 우리도 궁금하다고.”
그 말에 몇 명이 동시에 낄낄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을 가장 먼저 비틀어 꺾은 건—아사드였다.
FTO 때, 선율이 와 다리 밑에서—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 자기 딸을 인간방패로 썼던 날.
그날 팔에 총을 맞았던 아사드가, 팔을 한 번 쓸어내리며 말했다.
“야, 로페즈. 너 방금 뭐라 그랬어? … 여자친구?”
아사드가 눈만 들어 로페즈를 쳐다봤다.
피곤한데도, 말은 또렷했다.
“캡틴 말 못 들었어?”
“한국말하는 경찰관 찾는다고 했잖아.”
“그럼 당연히 초면 아니겠어?”
로페즈가 입을 벌리려는 순간, 아사드가 마지막으로 못을 박았다.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 어떻게 여기 부서로 들어왔는지 몰라.”
입꼬리만 올라갔다. 딱 그 정도—사람을 깎아내리는 웃음.
잠깐 정적.
그리고 로페즈가 아사드를 향해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었다.
“F—k you, man.”
(자막: 엿 먹어, 인마.)
웃음이 터졌다.
진짜로 즐거워서라기보다—
피곤한 얼굴들이 잠깐이라도 숨을 쉬기 위해 내는 소리였다.
누군가가 한 마디를 더 던졌다.
“야, 우리도 이제 한국어 배워야 되는 거 아냐?”
“‘안녕하세요’만 해도 승진한다며?”
또 한 번 웃음.
그때 캡틴이 손을 한 번 들어 올렸다.
웃음이 딱 끊겼다.
“됐고. 로버트.”
농담이 끝나자, 현실이 다시 들어왔다.
선율은 웃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상하게도—김민수의 목소리가 그 틈으로 다시 들어왔다.
“저 말고도 또 당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선율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몸이 무거웠다.
무거운데도, 내려가야 했다.
동료들이 계속 여자와 선율의 관계를 자기들 마음대로 상상해 붙였다.
말이 말꼬리를 물었고, 웃음이 웃음을 밀어냈다.
서로 더 신나서 떠들어대는 걸 보면서,
선율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농담인 걸 알았다.
근데 피곤한 몸엔—그 웃음조차 피로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1층 로비로 내려갔다.
그 순간엔 몰랐다.
오늘 들어오는 사람은 “참고인”이 아니라—
앞으로 자기 인생을 비틀어 놓을 얼굴이라는 걸.
—다음: 15장-3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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