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손, 사라진 의욕, 그리고 남는 책임
예전 같았으면 “오케이” 하고 몸이 먼저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솔직히 귀찮았다.
짜릿함도, 재미도… 예전만 못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여태 쏜 탄을 다 합치면 못해도 수만 발은 될 것이다.
처음엔 그 소리도, 반동도, 정확히 맞아 들어가는 감각도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또 해야 하는 일”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욕은 줄었는데 점수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대체로 5등 안에는 든다.
권총도, patrol rifle도, 기관단총도.
손이 기억하는 것들이 있다.
그게 좀 묘하다.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도, 숙련은 남아 있다는 게.
사격장에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진다.
말이 줄어들고, 표정이 단단해진다.
거기서 느끼는 건 기술보다 다른 쪽이다.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날아간 탄환은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내 손가락의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누군가의 생명이 사라질 수도 있다.
설령 상대가 범죄자라 해도 그 무게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정당화가 된다고 해서 마음까지 가벼워지진 않는다.
오히려 그 무게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걸, 몸이 먼저 안다.
그래서 훈련은, 그냥 ‘잘 쏘는 연습’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텍사스에서 받는 ALERRT 같은 훈련은 더 그렇다.
핵심은 완벽해져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완벽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법이다.
기다리는 사이에 더 많은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
미국에선 종종,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총기사고가 벌어진다.
공공장소, 정부기관 건물, 그리고 특히 학교나 교회 같은 곳.
누구에게나 “설마”였던 공간에서, 갑자기 현실이 무너진다.
그래서 현장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누군가 오기만을 기다리기엔, 몇 분이 너무 길다.
ALERRT가 결국 가르치는 것도 그거다.
완벽해져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완벽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법.
그 순간에 필요한 건 기술보다 망설임을 줄이는 준비라는 것.
근데 현실은 또 다르다.
할 일은 많은데, 재교육은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훈련은 계속 쌓이는데, 하루는 늘 24시간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훈련은 열정이 아니라 자격으로 남는다.
사람들이 가끔 착각하는 게 있다.
경찰이 몸에 차고 있는 장비는 그냥 “차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테이저나 페퍼 스프레이 같은 장비는 물론이고, 심지어 수갑까지도
정해진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인증)**을 받은 뒤에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따고 끝이 아니다.
각자 착용·휴대하는 장비는 매년 재교육을 다시 받고,
그때마다 인증(자격 갱신) 절차를 거쳐 인증서를 받아야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걸 쓰는 순간, 결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사용이 정당했는지, 과했는지,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지—
모든 건 기록으로 남고 이후 판단을 받는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감정보다 기준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결국 훈련으로만 남는다.
그렇다고 내가 매 순간 방아쇠를 당기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만약 상대가 내 가족, 무고한 시민이나 내 동료를 위협한다면—
그때 나는 1초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건 용감해서가 아니라, 망설임이 더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총알 수백 발, 장비, 방탄복까지 다 착용하면
몸에 걸리는 무게가 **50파운드(약 23kg)**는 훌쩍 넘는다.
발걸음이 무거운 건 당연하다.
근데 그 무게는 장비만이 아니다.
책임이 같이 얹힌다.
내일도, 누군가의 “오늘”을 지켜야 한다는 무게.
사격장에서 나올 때는 늘 같은 생각이 남는다.
“오늘도 통과했냐”가 아니라,
“내일도 내가 흔들리면 안 된다.”
사격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몸은 이미 끝났다고 아는데 마음은 아직 사격장에 남아 있다.
몇 번을 했어도 똑같다.
“익숙함”이 긴장을 없애 주진 않는다.
그저 긴장을 다루는 법을 조금 더 빨리 배울 뿐이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집에 오면 말이 줄어든다.
허리에 걸친 것들—벨트, 홀스터, 탄창 파우치, 무전기, 온갖 장비가
—그 순간엔 갑자기 ‘무게’가 아니라 ‘기억’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생각한다.
지금 당장, 바닥에 다 던져버리고 싶다고.
잘 정리해서 두는 게 맞는 걸 안다.
장비는 장비답게 다뤄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그 충동이 올라오는 건,
내가 던지고 싶은 게 장비가 아니라
그 장비가 붙잡고 있는 하루의 긴장이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단단해야 했고,
안에서는 조용해야 했고,
그 사이에 낀 몸은 계속 “대기 상태”로 버텼다.
집에 들어오면,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숨을 쉬게 된다.
그리고 그 숨의 첫 번째 욕심은 아주 단순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잠깐 돌아오고 싶다는 것뿐이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뒤뜰로 나간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딴다.
시가에 불을 붙인다.
낮에 있던 총 소리는 다 꺼졌는데—이상하게도 머릿속은 아직 사격장에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폰을 켜고 오늘 밤도 브런치를 연다.
쓰려고 연 게 아니라, 그냥 오늘을 정리하려고 연다.
이상한 건, 댓글이 없어도 괜찮아졌다는 거다.
답장이 없어도 괜찮다.
이젠 눈에 익은 아이디만 봐도 괜히 반가워진다.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아, 여기 있네” 하고 마음이 먼저 인사한다.
생각해 보면 그게 사람 사는 방식이기도 하다.
가끔은 대화보다, 존재만으로도 버티게 되는 날들이 있으니까.
훈련은 무게를 가볍게 만들진 않는다.
다만—내일도 그 무게를 들 수 있게 만든다.
의욕이 사라진 날에도, 발걸음이 무거운 날에도,
결국 몸이 나를 앞으로 한 걸음 더 보내준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이, 누군가에겐 전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욕이 꺼진 날에도 하루를 무너지지 않게 붙잡는 힘은, 누구나 쉽게 못 하는 용기입니다.
오늘도 조용히 버티고 계신 여러분의 하루가, 오늘만큼은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셨으면 하며,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시길 바랍니다.
오늘 밤은 이상하게 시원한 맥주가 자꾸 당기네요. 내일부터 월요일까지 쉬는 거 생각하니까… 몸이 미리 파티를 하나 봅니다 ㅎㅎ
꽐라 돼서 괜히 더 솔직해지기 전에… 저는 이만 도망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