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4/4] 너를 품에 안으면 [5장-4부] — 총성의 기억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5-4)
(※본 편에는 폭력·총기 관련 장면과 심각한 상해/치명적 결과에 대한 묘사, 일부 욕설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탕!
처음엔
폭죽 같은 줄 알았다.
음악이 너무 커서
총소리조차
음악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사람들이 한 박자 늦게
얼어붙었다.
탕!
탕!
탕!
탕!
이번엔 달랐다.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
사람들이 동시에
숨을 삼키는 소리.
빛이 번쩍였고,
누군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소년은 보았다.
느꼈다.
총구가
사람들 머리 위로 흔들리는 걸.
그리고 어떤 순간엔—
그 끝이
자기 쪽으로 오고 있다는 걸 보았다.
시간이
얇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소년의 팔을 잡아당겼는데
그게 구해주는 손인지
끌어내리는 손인지
구분이 안 됐다.
탕!.
소년의 귀 옆에서
무언가가
‘퍽!’ 하고 벽에 박히는 소리가 났다.
그제야
몸이 먼저 반응했다.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
화약 냄새가
목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아까까지 크게 울리던 음악은 더 이상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누가 볼륨을 내린 것도 아닌데—귀가 먼저 멎어버린 것처럼.
베이스는 끊겼고, 남은 건 숨소리와 발소리뿐이었다.
사람들이 흩어졌다.
밀리고, 부딪히고, 욕이 튀고, 누군가는 비명을 삼켰다.
바닥은 끈적했고, 누군가 넘어지며 의자를 걷어찼다.
유리컵이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너무 또렷해서 더 무서웠다.
소년과 그리 멀지 않은 곳.
바닥에 쓰러진 누군가가 보였다.
조명은 여전히 사방에서 번쩍였다.
멈추지 않았다.
번쩍—
번쩍—
그때마다 바닥에 번진 피가 빛을 받아
검붉게, 번들거렸다.
너무 선명했다.
너무 진해서
현실 같지 않았다.
…그런데 냄새가 났다.
쇠 냄새.
따뜻한 바닥.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며 끌고 간 자국.
경비원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AH—f—k!. Get back! Move!”
(자막: 아, 씨발! 물러서! 비켜!)
경비원이 한 번 더, 거의 으르렁거리듯 소리쳤다.
“Don’t touch him!”
(자막: 만지지 마!)
누군가는 벽 쪽으로 몰렸고,
누군가는 출구를 찾느라 고개를 계속 돌렸다.
바텐더가 카운터 너머로 몸을 숙이며 외쳤다.
“Call 911!”
(자막: 911 불러!)
어딘가에서 유선전화 수화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딸깍— 덜컹.
누가 받았는지, 연결이 됐는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 채
사람들은 계속 움직였다.
움직여야만 할 것처럼.
그 순간 소년은 알았다.
이건 화면이 아니었다.
클럽은 아직 번쩍이는데—세상은 이미, 다른 쪽으로 넘어가 있었다.
너무 선명했다.
너무 진해서
현실 같지 않았다.
그 순간
소년은 생각했다.
아, 이곳에선 이렇게 살다 간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여전히 남은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누군가는 문 쪽으로,
누군가는 화장실 쪽으로,
누군가는 그냥—
바닥으로.
소년도 뛰었다.
뛰었는데
발이 내 발 같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가다
누군가와 부딪혔고
그 사람의 땀과 술 냄새가
한꺼번에 얼굴로 덮쳤다.
밖으로 나오는 순간
차가운 공기가 폐를 찢듯 들어왔다.
그제야
소리가 들렸다.
비명.
욕.
유리 깨지는 소리.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사이렌.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시작해
점점 가까워졌다.
소년은 길 한쪽에 서서
숨을 쉬었다.
숨이 쉬어지긴 했는데
숨이 자기 것이 아니었다.
그 밤은
소년의 몸 어딘가에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남겼다.
멍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피처럼 흐르지도 않았다.
대신
가끔 아무 일도 없는데
가슴이 먼저
‘탕’ 하고 움찔하는 방식으로 남았다.
어둠 때문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든
갑자기 시작될 수 있다는 걸
몸이 먼저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뒤, 우현히 형과 통화를 하고
소년은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매일 밤새
눈물과 기도로
소년을 찾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날 밤도
잠을 자지 않았다는 걸.
소년을 찾으러 다니다가
돌아와서도
불을 끄지 않았다는 걸.
어머니는
방 한쪽에 무릎을 꿇고
밤새 기도했다.
“하나님…”
“제 아들만은 살려주세요.”
“다른 건 다 잃어도 괜찮으니까
저 아이만은…”
기도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목소리는 갈라졌다.
소년은
그 사실을
나중에 들었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가
소년을
집으로 돌아오게 했다.
어머니는 소년을 보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바라보다가
울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무사히 돌아와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꾸짖음도,
질문도 아니었다.
그냥
붙잡는 말이었다.
그날,
소년은
집으로 돌아왔다.
아니,
돌아와야만 했다.
새벽마다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넘게 맨해튼 세탁소에
일하러 다니면서도
잠을 줄여가며
기도하던 어머니를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한때
전속 모델이었고 사모님이라 불리던
어머니의 얼굴과 손은
이미
많이 달라져 있었다.
손등의 핏줄이 더 도드라졌고,
손바닥은 거칠었고,
눈 밑엔
밤을 견딘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족은
짐을 쌌다.
텍사스로 가기 위해.
상자에 담기는 건
옷과 그릇만이 아니었다.
이 집에서의 밤들,
깨지는 병 소리,
숨을 죽이고 버틴 시간들이
같이 접혀 들어갔다.
소년은
차창 밖을 보며
처음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꺼내는 순간,
지금까지 겨우 버티고 있던 마음이
소리도 없이 무너질 것 같았다.
소년은 아직 몰랐다.
이 모든 밤들이
다른 곳 다른 장소에선 곧 화면 속 세계에서
다시 다른 방식으로
되살아나게 될 줄은.
그리고 그 화면 속에서는—
주먹도, 총성도, 피도
언젠가 모두 숫자로 바뀌게 될 거라는 걸.
0과 1.
켜짐과 꺼짐.
있음과 없음.
으로 만들어진 코드는
이미 오래전 시작되었고,
사람은 그 위에
돈을 올리고, 관계를 올리고,
결국 자기 자신마저 올려놓기 시작한다.
세상은 결국,
전기가 통하느냐 끊기느냐로 나뉘고
그 단순함은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의 얼굴까지 흉내 내게 될 것이다.
그곳에선
주먹의 감각도, 피의 온기도 없이
모든 것이 끝내 빠르게 오고 가는 신호가 될 뿐이다.
소년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알게 된다.
현실은 아픈데—
화면은 아프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사람은 때로,
상처 입지 않는 쪽이 더 안전한 세계라고
너무 쉽게 믿어버린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세계가
어느 날은 “안전”처럼 보이고,
어느 날은 “탈출구”처럼 보이다가,
마침내—소년을 삼키게 된다는 걸.
그리고—
아프지 않은 대신,
더 오래 남는 방식으로
사람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걸.
소년은 아직
정말로 몰랐다.
—다음: 6장-1부에서…
("아프지 않은" 화면이 소년을 붙잡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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