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1/3] 너를 품에 안으면 [6장-1부] — 같은 나라, 다른 공기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6-1)
한참을 운전해서 서부로 내려왔다.
뉴욕을 떠날 땐 12월이었다.
진짜 겨울. 숨을 들이마시면 폐부터 차가워지는 계절.
두툼한 패딩은 목까지 올라왔고,
장갑 안에서도 손끝은 얼어붙었고,
차 문을 닫을 때 나는 금속 소리마저 딱딱하게 울렸다.
아버지는 운전대를 잡고 말이 없었다.
어머니는 조수석에서 지도랑 종이를 번갈아 봤다.
동생은 대부분 조용했다.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말을 아껴두는 얼굴이었다.
눈만 계속 움직였다. 창밖, 표지판, 길, 사람, 그리고 다시 창밖.
남쪽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겨울이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처음엔 “덜 춥네” 정도였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옷이 짐이 됐다.
장갑을 벗고,
목도리를 풀고,
패딩 지퍼를 내리고,
마지막엔 패딩을 뒤좌석에 던져버렸다.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패딩 던지지 마. 구겨져.”
소년은 대꾸 대신 창문을 살짝 내렸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공기는 차가운 게 아니었다.
피부에 붙는 공기. 축축하고 무거운 공기.
소년은 그때 잠깐 생각했다.
… 같은 나라 맞나?
밖 풍경도 같이 바뀌었다.
뉴욕에서 보던 나무들은 하늘을 긁을 듯 웅장했는데,
내려올수록 나무는 작아지고
고속도로 옆으로는 끝이 안 보이는 벌판만 펼쳐졌다.
그리고—처음 봤다.
들판 곳곳에서 가축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도로 옆 목장에 소들이 서 있었다.
느릿하게 고개를 흔들고, 꼬리를 치고, 풀을 뜯는 모습.
그게 너무 “그냥” 있어서, 오히려 이상했다.
동생이 창문에 이마를 거의 붙였다.
“야.”
한마디만 하고, 한참을 더 봤다.
그리고 아주 짧게 덧붙였다.
“… 소.”
소년이 툭 받아쳤다.
“그래. 소.”
동생은 피식—웃음이 새는 듯하다가, 다시 입을 닫았다.
똘기가 눈 밑에서만 잠깐 번쩍였다.
주유소에 섰을 때는 냄새가 달랐다.
가솔린 냄새 사이로, 흙냄새랑… 가축 냄새 같은 게 섞여 있었다.
뉴욕에선 맡을 일이 없는 냄새였다.
그때, 카우보이 모자가 보였다.
진짜로. 영화 소품 같은 게 아니라,
그냥—일상처럼.
모자, 부츠, 큰 벨트 버클. 걸을 때마다 금속이 “딸깍” 소리 냈다.
동생이 그걸 보고 아주 작게 말했다.
“영화냐.”
소년은 대꾸 대신, 눈만 한번 흘겼다.
‘이건… 내가 알던 미국이 아닌데.’
가도 가도 똑같은 길.
똑같은 하늘.
똑같은 들판.
뉴욕은 어딜 봐도 벽이 있고 사람 소리가 있고 냄새가 있었는데,
여긴 너무 넓어서 오히려 숨이 막혔다.
텅 빈 게 아니라— 끝이 없어서.
그리고 드디어 텍사스.
첫 느낌은 날씨가 아니라 공기였다.
습하고 끈적거렸다.
12월인데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푸른 나무, 벌, 나비, 이름도 모를 곤충들이 꽃 사이로 날아다녔다.
뉴욕의 12월은 죽은 계절이었는데, 여긴 살아 있었다.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만큼,
모든 것이 생생하게 꿈틀거리는 느낌이었다.
소년은 차창 밖을 멍하게 보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긴… 12월이 살아 있네.’
도시도 달랐다.
뉴욕처럼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들,
빼곡한 아파트 숲,
그런 건 없었다.
다운타운이라 해봐야 뉴욕에 비하면 그냥 동네였다.
낡은 고층 아파트 대신 넓게 줄지어 지어진 큼직한 집들이 보였다.
특히—집들이 이상하게 깨끗했다.
뉴욕에선 벽이 늘 때가 묻어 있었는데,
여긴 페인트가 새것 같고 잔디가 잘려 있었고 울타리가 반듯했다.
집이 크고 땅이 넓고 하늘이 너무 높았다.
사람이 작아 보였다.
그 작은 느낌이, 소년은 이상하게 불편했다.
그래도 나름 있을 건 있었다.
작지만 웬만한 건 다 갖춰놓은 한인마트,
한인 비디오 가게, 이발소,
작은 한식당,
현지 한인 신문이 쌓여 있는 구석,
신문사 광고지까지.
어머니가 진열대 끝을 보더니, 말끝을 잠깐 멈췄다.
“어… 저기 신문 있네.”
그리고 동생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야, ○○야. 신문 하나 가져와봐.”
동생은 말없이 손만 뻗었다.
종이를 집어 들자, 바스락—하는 소리가 났다.
조용한데도, 그 소리만 또렷했다.
소년은 그걸 보면서 이상하게 숨이 한 번 풀렸다.
그런데 동시에—
더 선명하게 느꼈다.
여기서의 한글은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날에는… 더 큰 외로움을 확인시키기도 한다는 걸.
동생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근데 눈은 여전히 뒤집힌 채였다.
조용한데—언제든 터질 수 있는 얼굴이었다.
—다음: 6장-2부에서…
[안내 — 모방 범죄 주의]
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범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며, 현실에서의 모방을 강력히 금합니다.
작품 속 사건은 허구 또는 각색이며, 어떠한 범죄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저작권 안내]
본 작품 **『너를 품에 안으면』**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창작물입니다.
작품에 포함된 모든 문장, 구성, 장면 연출, 대사, 설정 및 아이디어의 표현 방식은
저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무단으로 전재, 복제, 배포, 각색, 2차 가공,
또는 AI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합니다.
본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관련 법률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StinGBee. 무단 전재·복제·배포·2차 가공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