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경찰일까 Part.1

완벽한 팀이었다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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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과연 좋은 경찰일까? 지금 내가 일하는 곳은 같은 부지 안에 건물이 두 개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2층짜리, 또 하나는 3층짜리 건물이다. 이곳은 카운티가 직접 소유한 건물이 아니라, 건물주와 계약을 맺고 운영되는 공간이다. 계약 조건만 놓고 보면 내 일은 비교적 단순하다. 카운티 직원들과 카운티 소유 재산만 보호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도 계약만 놓고 보면 단순하게 끝날 수 있는 하루였다.


그런데 현실은 늘 계약서 문장처럼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이 건물에는 마음씨 좋은 흑인 아주머니 매니저가 있다. 그분 덕분에 나도 3층에 작은 사무실 하나를 얻어 쓰고 있다. 특히 그분은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있어서, 드라마를 보며 한국말도 제법 많이 익혔다. “안녕하세요”, “잘 가세여”, “밥 먹었어여?” 같은 말을 어설프지만 또박또박 건네는데, 이제는 내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많이 늘었다. 그런 모습이 정겹고 고맙다. 그리고 그분은 건물 매니저로서도 유난히 세심한 사람이다. 자기에게 직접 관련된 일만 처리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다른 입주자들의 사정까지 먼저 살피고 챙긴다. 그러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그 일들에 함께 휩쓸리게 된다. 어떤 날은 그렇게 일이 두세 배로 늘어나기도 한다.


내 파트너는 처음부터 선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우리 일만 하면 된다.” 옆 건물 매니저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그는 나와 나이는 같지만, 경력으로 보면 훨씬 앞선 대선배다. 수사 경험도 많은 형사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쩌면 더 ‘경찰다운’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속한 경찰서는 담당 지역 면적으로 보면 미국에서도 손꼽히게 넓다. 인구는 뉴욕이나 LA보다 적을 수 있어도, 텍사스라는 땅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활동 범위는 훨씬 넓다. 그래서 모든 일을 다 끌어안을 수는 없다. 선을 지켜야 하고,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날은 그 기준이 사람 앞에서 흔들린다.


오늘이 그랬다. 서로 전혀 다른 두 대의 차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Mercedes-Maybach. 못해도 22만 달러는 넘을 것 같은 차였다. 다른 하나는 오래된 Toyota Camry, 그것도 타주 번호판이었다. 여기서도 교통 위반 딱지를 끊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말로 경고하고 끝낸다. 파트너가 말했다. “야, 여기까지 와서 딱지 끊을 필요 뭐 있냐? 그냥 경고 주고 보내자.” 그 말은 현실적이었다. 괜히 일을 더 키우지 말자는 뜻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거의 하루 걸러 한 번씩 혹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연습해 왔다. 겉으로는 별일 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단둘이 근무하는 우리에게는 늘 대비가 필요하다. 지원 인력이 도착하기 전까지 어떤 식으로 버티고, 막고, 대응할지 조용한 공간 안에서도 계속 시나리오를 맞춰봐야 했다. 각종 테러 행위, 누군가 주차장에서 살해당하는 상황, 해고된 직원이 보복심에 총을 들고 나타나는 상황, 혹은 누군가 그 자리에서 스스로 생을 포기하려는 순간까지. 이곳은 평온해 보여도, 실제로는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장소이다.


미국에서 경찰이 시민과 접촉할 때는 반드시 정당성이 필요하다. 단순한 느낌이나 직감이 아니라, 최소한 reasonable suspicion(자막: 합리적 의심), 상황에 따라서는 probable cause(자막: 상당한 이유)가 설명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경찰서에는 racial profiling 관련 서면 정책(자막: 인종에 근거한 선별 단속 금지 관련 서면 정책)이 존재한다. 외모나 민족, 느낌만으로 접근하는 순간, 문제는 바로 법적 문제로 번진다.

그래서 경찰은 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지금 이 사람에게 접근했는지, 왜 지금 이 조치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감정이 아니라 사실과 기준에 근거한 것인지를 끝까지 따져 보면서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오늘 처음부터 누군가를 잡아넣을 생각은 없었다. 한쪽은 중동계로 보이는 6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공손했다. 잘못을 인정했고, 조용히 사과했다. 그런 태도는 현장을 빠르게 안정시킨다. 반면 다른 쪽은 달랐다. 그 여자 옆에는 세 살쯤 된 작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 마음이 먼저 무거워졌다.

그런데 그 젊은 흑인 여자는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다. 처음에는 다른 운전자가 있었다고 했다. 자기 차가 아니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확인이 시작되자 말이 바뀌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질문에, 대답이 계속 달라졌다.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설명했다. 협조하면 경고로 끝날 수도 있다고.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하지만 태도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질문을 피하고, 거짓말을 반복하고, 말투는 점점 공격적으로 변했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 나는 몸 상태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아직 초기 폐렴 증상이 남아 있는 몸으로 근무에 나왔다. 호흡은 여전히 가쁘고 머리는 흐렸고 몸은 무거웠다. 하필 이런 날, 거짓말과 반항적인 nasty한 태도까지 겹쳤다. 물론 경찰은 감정으로 움직이면 안 된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는 분명히 그 여자의 very nasty한 태도에 짜증이 났고, 속으로는 “그래, 너 한번 나랑 오늘 끝까지 가 보자” 고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그 여자의 신분을 MDT (자막: Mobile Data Terminal, 경찰차 안 전산 조회 시스템)로 다시 확인했고, 상황실에도 연락해 기록을 하나씩 조회했다.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지아에서 경범죄와 관련해 법원에 출두하지 않아 발부된 체포영장이 있었다. 사실 이런 경우, 타주 영장이고 비교적 가벼운 사안이면 officer's discretion (자막: 경찰의 재량 판단)으로 경고 처리 후 돌려보내는 선택도 가능하다. 그러나 오늘 나는 체포를 선택했다. 그 결과 엄마와 딸은 갈라졌고, 어린 딸은 Child Protective Services(자막: 아동보호기관)로 넘겨졌다. 그것이 오늘의 나였다.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지침 안에서, 재량 안에서 내린 판단이었다.


비협조적인 태도와 거짓 진술, 그리고 현장 상황을 종합한 결과였다. 나는 그 여자에게 수갑을 채웠다. 그 순간 주변의 시선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게 느껴졌다. 멈춰 서서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사람들, 못 본 척 지나가면서도 귀는 이쪽에 두는 사람들, 발걸음을 늦추며 무슨 일인지 확인하는 사람들. 누군가는 경찰이 과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속으로 저 짭세, 저 PoPo(미국에서 경찰을 비꼬거나 깔보듯 부를 때 쓰는 속어) 들은 결국 돈 많아 보이는 중동 남자는 건드리지도 못하고 힘없는 흑인 여자만 잡아간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누군가는 처음부터 협조했으면 여기까지 올 일도 아니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수갑을 채우고 있을 때 그 여자의 딸아이는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며,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었다. 갑자기 다가온 엄마와의 생이별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무서워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그 장면은 가볍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남은 건 Maybach도 아니고 Camry도 아니었다. 수갑 소리,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그 아이의 처절한 울음이었다.


오늘 아침의 일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나가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좋은 경찰이란 무엇일까? 규정을 정확히 지키는 경찰일까, 아니면 사람을 먼저 보는 경찰일까. 나는 아직 그 답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현실은 교과서처럼 선명하게 갈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틀린 선택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지침 안에서, 재량 안에서 내린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판단이 내 마음까지 완전히 편하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나는 과연 좋은 경찰일까? 어쩌면 좋은 경찰이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그 질문을 놓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내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 질문을 그냥 흘려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질문은 사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맘때쯤이면, 나는 작년 그날을 떠올린다. 불법 성매매 업소를 급습하던 날. 브리핑은 끝났고, 역할도 나뉘어 있었고, 동선도 정리돼 있었다. 겉으로는 완벽한 팀이었다. 그리고 브리치 팀(자막: 강제 진입 팀) 앞문과 뒷문, 각 출입문 앞에 붙었다. 숨이 잠깐 멎는 정적 뒤로, 귀에 꽂혀 있던 무전 이어피스로 명령이 떨어졌다.


“Alpha, go! Bravo, go! Echo, go!”

그와 동시에 앞문, 뒷문, 모든 출입문이 일제히 열렸다.


— 2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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