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g 1

제발 무사히 와라

by 스팅비 StinGBee


※ 콘텐츠 안내 / 주의

이 글에는 성범죄, 미성년자 대상 범죄, 폭력, 그리고 그것들을 마주한 사람의 분노와 혐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볍게 소비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며, 읽는 분에 따라 감정적 충격이나 불편함이 클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상태를 먼저 살피신 뒤 읽어 주세요.


흔히들 말하고 들어왔던 변태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문득 GPT에게 물어봤다. 사전적으로는 형태나 상태가 바뀌는 것을 뜻하고, 일상에서는 보통 비정상적이거나 일그러진 성적 행동을 가리킬 때 쓰인다고 했다. 그 뜻을 알고 나니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 내가 앞으로 써넣게 될 것들은, 솔직히 말해 변태라는 말조차 아까운 것들이다.


변태라는 말에는 아직도 아주 희미하게나마 인간의 범주가 남아 있다. 비틀어졌든, 망가졌든, 어쨌든 사람의 일그러진 모습이라는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런데 내가 말하려는 것들, 특히 미성년자를 상대로 선을 넘는 것들은 그런 말로는 도저히 담기지 않는다. 나는 그것들을 인간이라고도, 사람새끼라고도 부르고 싶지 않다. 너무도 증오와 혐오가 겹쳐진 나의 생각으로는 최소한의 인간 범주 안에 0.00001퍼센트라도 걸쳐 놓고 싶지 않다. 그 연결 자체가 아깝고, 불쾌하고, 모욕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다른 단어들을 떠올려 봤다. 재활용 불가 쓰레기. 그런데 그것조차 아깝다. 재활용 불가 쓰레기 또한 한때는 우리가 필요해서 만들었고, 필요해서 썼던 것들의 마지막 모습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 번은 쓰임이 있었다. 적어도 한때는 인간 생활에 필요했던 자리라도 있었다. 그러니 그것들에 그런 표현을 붙이는 것조차 아깝다.


똥이라고 하기에도 아깝다. 생각해 보면 똥조차도 사람이 건강해지기 위해 몸 밖으로 꼭 내보내야 하는 필수적인 결과물이다. 더럽고 냄새나고 치워야 하는 것이어도, 적어도 몸을 망치지 않기 위해 반드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들에 똥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도 너무 아깝다. 기생충이라고 하기에도 아깝다. 기생충은 적어도 생존이라는 본능으로 움직이고, 또 어떤 기생충은 사람의 면역체계를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혐오하는 그것들은 생존을 위해 붙어사는 수준이 아니라, 더 약한 존재의 삶과 마음과 시간을 찢고 더럽히는 쪽을 택한다. 그건 본능이라는 말로도 모자라고, 병이라는 말로도 가볍고, 실수라는 말로는 아예 모욕이다.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맞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세상에 있는 더러운 말, 혐오의 말, 모욕의 말을 다 끌어와도 이상하게 딱 맞는 말이 없다. 오히려 어떤 단어를 붙이는 순간 그 단어가 아까워진다. 그래서 결국 나는 이것들을 그냥 thing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것. thing. 그게 지금 내 머리로는 가장 맞는 표현이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성적 가해를 저지르는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 비슷한 그림을 먼저 떠올린다. 태어나서부터 가정환경이 불우했을 거라고, 그로 인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거라고, 혹은 그것들 역시 과거에 같은 피해를 겪은 뒤 그 트라우마가 악화되어 시간이 흐른 후 세상에 복수라도 하듯 반복하는 형태로 드러난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생활적으로도 무능력한 빈민일 거라고 여긴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실제로 그런 악조건에서 시작된 경우도 분명 있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들은 그런 악조건에서 시작된 것들이 아니다. 성장 과정도 나름 부유했고, 가정교육도 잘 받았고, 엘리트 학업을 받은 것들이다.


이것들 중 하나는 AA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던 여객기 조종사였다. 공군 수송기 파일럿이었고, 이라크 전쟁 참전 경력도 있었고, 훈장까지 받았던 것. 아니, 그것. 이것, thing이었다. 이 thing은 여객기 조종사다 보니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동성과 익명성을 이용해 미성년자를 상대로 온갖 추잡한 짓을 해 왔다. 그 집에 들어가 벽부터 소파까지 전부 뜯어냈다. 그리고 다락에서 무선으로 연결되는 2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를 2개를 찾아냈다.


그 안에는 80퍼센트 이상이 차 있을 정도로 미성년자 사진과 영상이 들어 있었다. 그중에는 이 thing이 마치 직접 자신이 주인공 포르노 배우라도 된 것처럼 그 불쌍한 아이들과 역겨운 행위를 하면서 찍어 둔 영상들까지 있었다. 하지만 진짜 경악할 수밖에 없었던 건 따로 있었다. 그 안에 담긴 피해 대상들 중에는 적게 잡아도 다섯 살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빈민촌 남녀 아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두려움에 굳은 눈, 울다 지쳐 떨리는 얼굴, 참다못해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 그걸 본 사람들은 아무리 독하게 마음먹고 들어갔어도, 아무리 미리 각오하고 준비했어도, 맨 정신으로 끝까지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thing은 지역에서 나름 잘 알려진 Cardiac Surgeon(자막: 심장외과 의사)이었다. 이 thing은 우리가 미리 덫을 쳐 놓은 열 살도 채 안 된 가상의 남자아이를 만나러 왔다가 잡혔다. 겉으로는 사람 목숨을 살리는 전문직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그 안에 들어 있던 건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 thing의 가방을 뒤져보니 길이만 해도 대략 24인치쯤 되어 보이는 dildo(자막: 인조 성기)와 각종 성기를 본떠 만든 기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걸 보는 순간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이건 충동도 아니고, 실수도 아니고, 우연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려 봤고, 준비했고, 들고 왔고, 실행하려고 온 것이었다. 더 기가 막힌 건 그다음이었다. 구속된 뒤 bond(자막: 보석금)를 내고 바로 나왔는데, 그다음 날 같은 죄목으로 다시 잡혀 들어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 번 체포되고, 수갑이 채워지고, 이름이 남고, 망신이 드러나는 순간 공포를 느낀다. 적어도 멈춘다. 적어도 숨는다. 그런데 이것들은 달랐다. 걸린 게 문제가 아니라, 실패하고 못 한 게 아쉬운 문제였던 것처럼 다시 움직였다.


또 다른 thing은 내가 개인적으로도 안면이 있었던 thing이었다. 3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베테랑 SRT 소속 경사. 경찰서 안은 물론이고 지역에서도 잘 알려져 있었고, 존경까지 받던 thing이었다. 생김새도 체구도 얼굴도 꼭 유명한 레슬러 스티브 오스틴 같은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던 건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 thing은 입양한 딸과 그 딸의 친구를 성적으로 노렸고, 또 다른 여경과 상황실에서 일하던 여성 디스패처와 짜고 수년 동안 미성년자에게 술과 마약을 투여하고, 인신매매까지 저질러 왔다. 결국 꼬리가 잡혔고 수사망이 좁혀 오자, 이 thing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함께 가담했던 things들을 제거하러 움직였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겁에 질려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상황이 터졌다. 이 thing은 도주 끝에 다른 카운티 경찰들과 세 시간 넘게 대치하다가 결국 자기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 말고도 꺼내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많다. 이들 things 안에는 변호사도 있었고, 판사도 있었고, 다른 카운티 경찰서장도 있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교사, 교수, 박사도 있었고, 성직자도 있었다. 폭력을 행사하면서 자기 아내나 딸까지 돈벌이에 이용한 things들도 있었다. 뉴스에 나오는 건 일부다. 내가 보고 맡았던 것들 중 대부분은 기사 한 줄로도 남지 않았다. 인간의 가면을 쓴 things. 나는 그런 things들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싫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저럴 수 있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다.


누구는 그것들을 두고 의학적으로 정신병의 한 종류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에게 어떤 병명도, 어떤 진단명도 붙여 주고 싶지 않다. 병이라고 부르는 순간, 어딘가 설명이 생기고, 어딘가 이해의 틈이 생기고, 어딘가 인간의 언어로 정리해 주는 느낌이 들어서 싫다. 어젯밤 뉴스에도 또 다른 동양계 의사가 미성년자를 건드렸다가 잡혀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실려 나왔다. 현재로선 난 아무리 내 땅콩만 한 뇌로 생각해 봐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한쪽에서는 자상한 남자, 성실한 직장 동료, 모두가 믿고 인정해 주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데 뒤에서는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짓들을 서슴지 않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저지른다. 예전에는 피자게이트 같은 음모론을 믿고 총까지 들고 나섰던 젊은 청년을 보며 저런 모지리 또라이가 다 있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직접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고, 직접 경험하고 나니 사람이 왜 그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왜 분노가 이성을 밀어낼 정도로 커질 수 있는지 그 감정 자체는 아주 조금 알 것도 같았다. 그래도 분명한 건 있다. 그 분노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또 다른 폭력으로 넘어가는 순간, 결국 더 많은 것을 망가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이해 못 하는 건 여전히 같다. 어떻게 저런 things들이 멀쩡한 얼굴로 세상 속을 걸어 다니고, 존경까지 받으며, 가장 약한 존재들을 골라 가장 더러운 방식으로 망가뜨릴 수 있는지. 지금의 나는 그것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설명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다. 그건 실수도 아니고, 일탈도 아니고, 충동도 아니고, 병명 몇 글자로 정리될 일도 아니다. 그건 그냥 인간의 가면을 쓴 things들이 저지른 추악한 가해다.


시카고에서 내려오는 Thing을 잡기 위해, 계속 확인 전화를 돌리고 있는 나의 절친이자 파트너 K.

그리고 지금, 나는 동료와 함께 사무실에 앉아 비교적 여유 있게 전화를 돌리고 있다. 시카고에서 내려오고 있는 또 다른 thing 때문이다. 내 아까운 주말까지 잡아먹은 이 thing. 지금은 그저 제발 문제 없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근처로 접근하면, 나와 파트너가 뒤에서 미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겉으로는 여유 있어 보일지 몰라도 머릿속은 다르다. 또 어떤 얼굴을 하고 나타날지, 또 어떤 멀쩡한 척을 하고 내려올지, 또 어떤 가면을 쓰고 우리 앞에 서게 될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역겹고, 더럽고, 지겹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는 같다. 나는 그것들을 끝내 인간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그냥 이렇게 쓰겠다.

이것. Thing.


다음 화에서는 가정폭력의 잔인함을 써 보려 한다.


The Thing을 너무 잡고 싶은 마음에, 어렵게 허락을 받아 내 개인 차까지 써 가며 따라붙기로 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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