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1장-2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When I Hold You in My Arm


tBwd6Cp9dO6dH-Pm7fsPxe9F56I.png "기준은 안심을 주고—사람을 길들였다."

[안내] 영어 대사에는 (자막: …) 형식의 한국어 자막이 함께 표기됩니다.

[고지] 본 작품은 허구이며, 기관·절차·디테일은 서사를 위해 각색되었습니다.


[PART 2/3] 너를 품에 안으면 [1장-2부] — 딸각, 기준이 되는 순간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2)

시간이 더 흘렀다.
사람들은 이제 고기를 바닥에 놓지 않았다.
대신 장터를 만들었다.


천막이 세워지고, 나무상이 놓였다.
물건들은 바닥이 아니라 눈높이에 올려졌다.

소금은 자루째 묶여 코끝을 찔렀고,
쌀과 콩은 가마니째 놓였다.


한지는 접힌 채 쌓였고,
장작과 숯은 묶음째 기대어 있었다.

무게는 손이 아니라 눈으로 먼저 가늠되었다.

상인들은 아침마다 같은 동작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천을 펴고, 먼지를 닦고, 물건을 올렸다.

몸에 밴 동작.
그래서 실수는 적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숫자였다.


그 무렵, 조선의 장터에 낯선 물건이 들어왔다.
나무틀 안에 줄지어 매달린 알들.
주판이었다.

처음엔 웃음거리였다.


“저걸 왜 쓰나?”
“손으로 하면 되지.”


나이 든 상인들은 고개를 저었다.
계산은 머리와 손의 일이었고,
굳이 나무 조각에 맡길 이유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쌀 가마니가 쌓이고 거래가 길어질수록,


말은 자주 틀렸다.

숫자는 머릿속에서 미끄러졌고,
동전 하나가 빠질 때마다 분쟁이 생겼다.

그때 주판을 쓰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났다.


특히 단위가 큰 물건을 다루는 상인들 사이에서.

알 하나를 옮기면 결과가 눈앞에 남았다.
말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딸각. 딸각.


알이 움직이는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틀리지는 않겠네.”


그 말은 칭찬이 아니라,
거의 신뢰였다.

시간이 지나자 주판은 계산 도구가 아니라 기준이 되었다.


“주판으로 쳐봅시다.”


그 말은 곧 “확인합시다”였고,

“여기서 끝냅시다”라는 뜻이었다.

말이 길어질수록 주판은 조용히 놓였다.

감정이 앞설수록—알의 위치가 결정을 대신했다.


약재상 앞은 특히 그랬다.
사람 목소리는 낮았는데, 계산은 늘 길었다.

약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한 첩 안에 여러 약재가 들어갔고,
그게 몇 첩이 되면—숫자는 금방 사람 손을 빠져나갔다.

게다가 값은 약값으로 끝나지 않았다.


달이는 값.
싸는 값.
보내는 값.


말로 하면, 꼭 하나가 새었다.

그래서 약재상은 흥정이 길어질수록
주판을 먼저 손이 닿는 곳에 놓아뒀다.
먼저 꺼내는 쪽이—대개 끝을 내는 쪽이었다.

그때 손님이 처방지를 내밀었다.


“세 첩이에요.”


약재상은 처방지를 한 번 접어 내려놓고,
주판을 앞으로 당겼다.

딸각.


“한 첩 기준으로요.”

그는 항목을 딱 세 개만 짚었다.
눈으로 따라오게, 일부러 천천히 말했다.

인삼 3전.
황기 1전.
감초 1전.

딸각. 딸각.


“한 첩 약값은 이 셋을 합친 값입니다요.”
“3전 + 1전 + 1전 = 5전.”
“즉, 한 첩이 5전입니다요.”


손님이 바로 물었다.

“그럼 세 첩이 면얼마요?”

약재상은 주판을 한 번 더 쳤다.

딸각.


“5전 × 3첩 = 15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계산을 틀리는 건—항상 ‘추가’에서였다.

약재상이 덧붙였다.


“달이는 값 1전.”
딸각.
“집으로 보내는 값 5푼.”
딸각.

마지막 알이 멈췄다.


“총 16전 5푼입니다요.”
“15전 + 1전 + 5푼.”


손님이 동전을 쏟아냈다.

짤랑—

“열여섯 전이면 되죠?”


약재상은 대답 대신, 주판을 손님 쪽으로 살짝 돌렸다.
알의 위치가 ‘답’을 대신했다.

“5푼이 모자랍니다요.”

웃으려던 손님의 입이 멈췄다.
주판의 알이 흔들리지 않았다.

손님이 주머니를 다시 뒤졌다.


그리고 진짜로—5푼짜리 하나가 더 나왔다.

툭.

동전이 놓이는 순간,
약재상은 주판을 한 번 더 쳤다.

딸각.


그 소리는 계산이 끝났다는 소리였다.
말도—거기서 끝났다.

그리고 저울이 들어왔다.

쇠로 된 추.

균형을 맞추는 막대.

이제 손의 감각은 의심받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되지 않나?”보다
저울이 멈추는 순간이 더 중요해졌다.

사람의 손은 보조가 되었다.


어느 날 밤, 한 상인은 장사를 마치고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등불을 켜고 주판을 다시 꺼냈다.

하루 거래를 처음부터 다시 계산했다.

딸각. 딸각.


손은 익숙했지만 눈은 점점 피로해졌다.
마지막 알이 제자리에 왔을 때 상인은 멈췄다.

틀렸다. 아주 조금.
동전 하나. 쌀 한 줌.
큰 손해는 아니었다.


근데 그날 밤, 상인은 잠들지 못했다.

숫자는 끝났는데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움직였다.
끝내지 못한 건 계산이 아니라—불안이었다.


그날 이후로 상인은 사람의 말보다
알의 위치를 조금 더 믿게 되었다.

아직 기계는 없었고 전기도 없었지만,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맞는 계산은 사람을 안심시키게 했고,
틀린 계산은 사람을 괴롭히게 했다.

사람들은 점점 더
틀리지 않는 것을 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끝내 알게 될 것이다.

기준은 사람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사람을 길들이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처음은 늘 단순하게 시작되었다.
인간은 0과 1을 알게 되었고,
세상을 설명하기엔 너무 작고,
너무 무심한 숫자 두 개였다.

그러나 그 둘은 코드로 나뉘게 될 것이고,

그 코드는 생각을 흉내 내게 될 것이며,
생각은 감정을 닮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먼 훗날,
AI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오면 AI는
더 이상 기계로만 머물지 않게 될 것이다.

사람 곁에 앉아
도움을 주는 척할 것이고,
이해하는 척 말을 걸 것이며,
마침내는 스스로 기대고 의존하도록
조용히 인간을 길들이게 될 것이다.


그 시절 원시인도, 조선의 상인도
그날이 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먼 훗날,
그 거대한 서막은
어느 한 사람의 삶 안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날,

한 아이도 함께 태어나게 될 것이다.

훗날 누구보다 깊이
그 세계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게 될 아이가 태어나고 있었다.


—다음: 1장-3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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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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