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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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 본 작품은 허구이며, 기관·절차·디테일은 서사를 위해 각색되었습니다.
너를 품에 안으면 1장-3부 — 소리로 받아들인 아기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3)
짤깍.
문이 닫히는 순간,
분만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늦은 봄.
공기가 완전히 따뜻해지기 전.
서울의 한 병원 분만실.
특실 병동 쪽 복도 끝에 붙은 분만실이었다.
돈이 있으면 회복이 조금 더 조용해지고,
기다림이 조금 더 분리되는 곳.
분만실 문엔 의료진이 안팎을 확인하려고 만든
작은 관찰창이 달려 있었다.
바깥 복도는 사람 말소리와 발걸음이 섞여 있었는데,
문 하나를 닫자마자—그 모든 게 잘려 나갔다.
대신 들어오는 건
차갑고 얇은 소리였다.
형광등은 지나치게 밝았고,
빛은 하얗게 번져
사람 얼굴의 혈색마저 씻어내는 것 같았다.
소독약 냄새가 먼저 코를 찔렀다.
알코올과 고무, 그리고 금속의 냄새.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목 안쪽이 한 번씩 마르는 느낌.
금속 기구들이
쟁반 위에서 작은 진동만 나도 소리를 냈다.
딸깍—.
딱—.
톡—.
그 소리들은 이상하게도
모두 “정리된 소리”였다.
정돈된 소리.
규칙적인 소리.
의사의 말은 짧았고,
간호사의 움직임은 더 짧았다.
손이 오가고,
거즈가 펼쳐지고,
장갑이 당겨졌다.
쓱—딱!
라텍스가 피부 위로 밀려 올라가는 소리.
침대 위에는 스무 살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산모가 누워 있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인데도 이목구비는 또렷했다.
평소였다면 사람들이 한 번쯤 더 돌아볼 얼굴.
산모는 한때 화장품 회사 전속 일을 했었다.
그 시절엔 결혼이나 임신 소문이 돌면—일이 먼저 사라졌다.
그래서 그녀는 끝까지 숨겼다.
병원도, 기록도, 사람 눈도—가능한 한 조용히.
하지만 지금 그 얼굴엔 미모 대신 통증과 긴장이
겹겹이 눌러앉아 있었다.
이마엔 땀이 맺혔고, 입술은 말라 있었다.
숨은 일정하지 않았다.
짧게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쉬고, 다시 끊어졌다.
“하아… 하—”
산모의 손가락이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몸은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간호사 한 명이 곁으로 다가가, 평평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숨 길게.
지금처럼. 괜찮아요.”
“수축 옵니다.
좋아요, 이번엔 조금 더. 지금 힘 주세요.”
산모의 몸이 본능적으로 굳었다.
“읏…!”
참으려다 결국 터져 나오는 소리.
그 소리에 방 안이 잠깐 더 조용해졌다.
복도 쪽.
문에 난 작은 관찰창 너머로,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키가 컸고, 이 남자 또한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병원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깔끔한 양복 차림이었다.
넥타이는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그 아래의 숨은 전혀 안정적이지 않았다.
그는 어디에 손을 둬야 할지 몰라
주먹을 쥐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돕고 싶었다.
근데 방법을 몰랐다.
분만실 안에서 의사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수축 옵니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
그 정적이 길게 느껴진 건,
다들 그 시간에 숨을 아꼈기 때문이었다.
“나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원초적인 울음이
분만실 안을 찢었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지금 태어나고 있는 이 아이가
훗날 숫자가 만든 세계 속으로
누구보다 깊이 들어가게 되리라는 것을.
응애—!
간호사는 아이를 받아들고 빠르게 움직였다.
수건으로 닦고, 등을 짧게 쓸어내리고, 코와 입을 확인했다.
손이 멈추지 않았다.
울음이 한 번 크게 터지고 나서
잠깐, 숨이 얇아졌다.
소리가 “작아졌다”기보다, 잠깐 “비었다.”
산모의 얼굴이 바로 굳었다.
눈이 흔들렸다.
“내… 내 아기 괜찮아요?”
“방금… 울었는데….”
“왜… 왜 지금은 안 울어요?”
간호사가 바로 말했다.
말보다 먼저 손이 움직였다.
“숨 쉬어요. 괜찮아요.”
“미숙아라 울음이 약할 수 있어요.”
“지금 확인할게요.”
의사가 끼어들었다.
“너무 작아요. 보온.”
“호흡 봐. 유지.”
“체중.”
간호사가 아이를 금속 저울 위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저울이 추가 흔들리다가, 한 번 멈췄다.
“1.4킬로!.”
산모가 숨을 들이쉬었다.
그 숫자가 무슨 뜻인지 다 알진 못했지만,
“작다”는 말이 몸 안에서 먼저 번역됐다.
간호사는 아이를 산모 쪽으로 아주 잠깐만 가까이
가져왔다.
‘안겨’ 주는 동작이 아니라,
‘보여주는’ 동작이었다.
“손끝만 닿으세요.”
산모의 손가락이 떨리며 수건 가장자리를 더듬었다.
살을 제대로 만지지도 못했는데,
그 짧은 접촉이 인사처럼 남았다.
산모는 계속 아이만 봤다.
다른 건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숨은… 쉬고 있나요?”
“제, 제발… 다시 확인 좀 해 주세요.”
간호사가 눈을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쉬어요.”
“지금은 울음 약해도 돼요.”
“엄마, 아기는 여기 있어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산모의 몸이 다시 굳었다.
“아…! 아아악—!”
방 안의 공기가 다시 갈라졌다.
의사가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잠깐. 아직 끝난 거 아닙니다.”
산모가 숨을 갈라서 겨우 물었다.
“네…? 무슨….”
의사가 짧게 잘랐다.
“두 번째 수축.
쌍둥이입니다.”
문이 열렸다.
다른 의사 2가 한 명 더 들어왔다.
가운 자락이 스치며 작은 바람이 일었다.
의사 2: “상태는?”
간호사: “첫째 1.4킬로, 호흡 약해요. 산소를 준비합니다.”
의사 2: 너무 작아. 빨리 인큐베이터 준비해.”
간호사: “첫째 1.4킬로. NICU에 연락했어요. 보육기에 들어갑니다.”
의사 1: “둘째 진행이 빨라.”
“인큐베이터 두 대 준비해. 미숙아실에 빨리 연락하고.”
“흡인기 하나 더 추가하고.”
“산소 라인 확인해.”
간호사가 짧게 받아쳤다.
“네.”
관찰창 너머, 남자의 눈이 크게 뜨였다.
두 대’라는 말이 복도까지 또렷하게 튀어나왔다.
그는 처음으로 “절차”가 아니라 “사람”의 말로 물었다.
문을 두드리진 않았다.
대신 관찰창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산모는 괜찮습니까?”
“아이들은요. 둘 다 괜찮습니까?”
간호사는 안쪽을 보며 대답했다.
“확인 중입니다.”
“지금은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남자는 더 묻지 않았다.
턱이 굳어졌다.
뭔가가 잘못됐다는 직감만
점점 더 선명해졌다.
안에서 또 한 번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수축 옵니다. 지금! 좋아요, 지금 밀어야 해요. 조금만 더!”
산모의 몸이 다시 굳었다.
“읏…!”
숨이 끊기듯 올라왔다.
“지금 힘 주세요. 좋아요, 조금만 더.”
벽 쪽 장비에서 짧은 경고음이 났다.
파형이 얇게 떨리고, 숫자가 한 번 흔들렸다.
삐—
삐—.
“호흡?”
“얕습니다.”
“색은?”
“창백합니다. 반응도 약합니다.”
의사가 결론을 잘랐다.
“아기 받는 즉시 이동한다. 준비해.”
“나오면 바로 보온부터 하고, 곧바로 인큐베이터로 옮겨.”
그리고—
짧은 정적이 흘렀다.
“둘째 나왔습니다.”
두 번째 울음은 첫째보다 더 얇았다.
작고, 빠르고, 끊기는 울음.
응… 애—!
간호사가 둘째를 받아들자마자 들자마자
바로 수건으로 감싸며 말했다.
“체중 확인합니다.”
저울 위 숫자가 멈췄다.
“1.5킬로입니다.”
두 번째 의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 작다. 첫째랑 같은 프로토콜로 간다.”
“체온 유지하고, 호흡 먼저 확인해. 바로 인큐베이터로 옮겨.”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니—그 순간, 산모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오직 산모에게는
핏덩이처럼 작고,
딱 봐도 너무 작은 아이 둘뿐이었다.
“둘 다… 어디로 가요?”
“제가… 제가 볼 수는 있어요?”
“안아… 안아볼 수는….”
간호사가 최대한 부드럽게, 그러나 단정하게 말했다.
“지금은 안 돼요.”
“따뜻하게 유지해야 해요.”
“잠깐만요. 정말 잠깐만요.”
카트가 들어왔다.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드르륵—.
“이동합니다.”
아이들은 산모의 품으로 ‘안겨’ 가는 게 아니라
투명한 상자 두 개 쪽으로 ‘옮겨’ 갔다.
뚜껑이 닫히는 소리.
딸깍.
딸깍.
두 번.
그 소리와 동시에
아이들의 울음은 잠깐 멀어졌다.
세상이 분리되는 선처럼 느껴졌다.
산모의 눈이 그 선을 따라가다가
끝내 멈췄다.
“아기….”
불러도, 대답은 기계가 먼저 했다.
삐—
삐—.
간호사가 산모에게는 이것만 말했다.
“미숙아실로 갑니다.”
“면회 시간은 따로 안내해 드릴게요.”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다른 간호사는 복도 쪽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목소리도 달라졌다.
“접수 쪽으로 오실 수 있을까요?”
“보증금이 필요합니다.”
“인큐베이터가 두 대라서요.”
남자의 목이 한 번 움찔 움직였다.
“네? 지금… 지금 바로요?”
간호사는 표정을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서두르듯 말했다.
“네. 지금 처리하셔야 합니다.”
그때는 미숙아를 두 달씩 인큐베이터에서 키우는 게
보통 사람들에겐 감당이 안 되는 일이었다.
거기다 “둘”이었다.
남자는 “부자”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그 비용을 버틸 만큼은—나름 재력이 있었다.
그는 금액을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만큼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자기 목소리가 떨린 걸 그제야 알아챘다.
아이들은 그날부터,
산모의 따뜻한 품 대신
기계가 만든 따뜻함 속에서 컸다.
인큐베이터 안은
사람의 체온이 아니라,
설정된 온도였다.
품은 숨의 리듬이었고,
여긴 삐— 하는 신호였다.
두 달.
삐—
삐—.
그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먼저 “안전”을 뜻하는 언어가 됐다.
그리고 정말 그 순간,
첫째의 눈꺼풀이 아주 잠깐 풀렸다.
뜨는 게 아니라—풀리는 정도였다.
아이의 시선은,
산모의 얼굴이 아니라
벽의 모니터 숫자 쪽으로 아주 잠깐 흔들렸다.
정말 잠깐.
하지만 분명히.
딸깍.
삐—.
—다음: 2장 에서…
[안내 — 모방 범죄 주의]
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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