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7장-2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커버포스터 1 최종.png 삐———

[PART 2/3] 너를 품에 안으면 [7장-2부] — 주유소, 총성과 이명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7-2)

주유소 — 잠들지 않는 밤, 총은 이미 그 자리에 있었다

주유소의 하루는 길고 고되었다.

청년은 새벽 네 시에 일어났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불을 켜야 했기 때문이다.


새벽에는 트럭이 들렀고,
아침엔 직장인들이 급히 차를 세웠고,
밤이 되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손님들이 하나둘 스쳐 갔다.


영업은 밤 열두 시까지.
주말이면 새벽 두 시까지.

몸은 분명히 지쳤지만

버틸 수 있었다.


그전까지
주유소, 편의점, 창고, 용접—
닥치는 대로 일해 왔던 시간이
여기서는 도움이 됐다.

버는 돈은 크지 않았지만

누구에게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청년을 지탱했다.

내가 성실히 일하면, 계속 굴러갈 수 있다.

그 생각 하나로 청년은 하루하루를 버텼다.


이곳에서 총은 특별한 물건이 아니었다.

청년이 처음 놀란 건,

총이 ‘숨겨진 물건’이 아니라
그냥 물건처럼 놓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큰 길가에 간판 하나 걸려 있으면

그게 총포상이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벽엔 사냥용 라이플이 걸려 있고,
선반엔 샷건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권총은 유리 진열장 안에서

보석처럼 반짝였다.


총을 고르는 사람들도 특별하지 않았다.

작업복 입은 아저씨,
캡 모자 눌러쓴 젊은 남자,
주말에 가족 데리고 나온 사람까지—

세제 고르듯, 공구 고르듯

그들은 총을 고르고 있었다.


청년이 생각한 ‘절차’는 복잡하지 않았다.

신분을 확인하고, 서류 몇 장에 사인하고,
잠깐 기다리면 끝나는 일.

적어도 그때의 청년은
그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가게 직원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First time?”
(자막: 처음이세요?)

청년은 고개만 끄덕였다.

직원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You got a preference? 9 mil or. 45?”
(자막: 따로 원하는 거 있어요? 9밀리요, 아니면 45구경이요?)


총 구경 얘기가
빵 크기 고르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오갔다.

그날 청년은 깨달았다.

여기서는 총이
‘금기’라기보다
언젠가 필요할 수도 있는 도구로 취급된다는 걸.


그래서 총은
서랍 깊숙이 숨겨지는 게 아니라
카운터 아래,
허리 뒤,
손이 닿는 거리 안에 있었다.

청년도 결국

그 흐름 안으로 들어갔다.


불안해서라기보다—
마치 언젠가는 쓸 날이 올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리고 그날이 왔다.

밤 열한 시를 넘긴 시간.

가게 안은 조용했고
형광등 소리만 일정하게 울렸다.


그때 유리 밖으로
두 개의 그림자가 스쳤다.

후드를 눌러 쓴 남자 둘.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청년은 알았다.


이상하다.


보통 사람은 놓쳤을 장면이었다.

하지만 청년은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이상한 순간’을 겪어 왔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카운터 아래에서 총을 쥐었다.

손에 익은 무게.

시선은 유리문을 향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움직였다.

복면을 얼굴로 내려쓰며

권총을 꺼냈다.

“Get the f—k down! Get down! This is robbery!”

(자막: 엎드려! 엎드려! 강도다!)


청년은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총성이 가게 안을 찢었다.

강도들은 이런 반격을 예상하지 못한 듯

순간 멈칫했다.

한 명은 그대로 밖으로 도주했다.

다른 한 명은
가게 안을 휘젓듯 뛰기 시작했다.


당황해서인지, 타이밍을 놓쳐서인지—
그 판단 하나가 그를 그 안에 남게 했다.

청년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그리고 또—


탕!. 탕!.

탕!. 탕!. 탕!.


화약 냄새가 가게 안을 채웠다.

뉴욕의 클럽에서 맡았던 그 냄새였다.

절대 잊히지 않는 냄새.

순식간에
가게 안은 연기로 자욱해졌고,
유리는 깨졌고,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청년은 나중에 생각했다.
그 싸움은 대략 십여 분가량 이어진 듯했다.

하지만 실제 시간은

몇 분도 채 되지 않았다.


경찰이 도착했고 조사가 이루어졌다.

질문, 답변, 서류.

청년은 담담하게 응했다.

총을 쐈다는 사실보다

그 상황에서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더 낯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갑자기
다른 장면들이 밀려왔다.

뉴욕.

클럽.
총성.
피.
화약 냄새.


그날의 주유소보다
어린 나이에 겪었던 그 밤이
더 선명했다.

청년은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총격전이 아니라,

이미 몸속에 들어와 있던 기억들이
밤새 깨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몰랐다.

이 총성은 끝이 아니라
신호였다는 걸.

이명 — 총알은 스쳐 갔는데, 소리는 남았다.

총성이 울렸을 때,
청년은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소리를 느끼지 못했다.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니라
아드레날린이 뇌를 꽉 채워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의 세계에는 소리가 없었다.

움직임만 있었고,

빛과 그림자,
방아쇠를 당기는 감각만 남아 있었다.


그러다 모든 게 끝난 뒤—

경찰이 도착하고 질문이 시작되고,
청년이 의자에 앉아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을 즈음에야
귀가 멍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압력이 걸린 것처럼 먹먹했고,

잠시 뒤


삐—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주 얇고, 끊기지 않는 소리.

청년은 고개를 흔들어 봤다.

귀를 눌러 봤다.

침을 삼켰다.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총성이
귀 안에 눌러 박혀 버린 것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그 소리는 계속됐다.

엔진 소리 위로, 라디오 위로, 숨소리 위로—


삐———


다음 날에도.

눈을 떴을 때도 먼저 들린 건 그 소리였다.

청년은 그때 처음 생각했다.

이게… 사라지지 않으면 어쩌지.

총알은 몸을 스쳐 갔지만

소리는 안쪽에 남아 버린 것 같았다.


다음 날 주유소는 문을 열지 않았다.

유리는 깨져 있었고,
선반은 쓰러졌고,
바닥에는 아직 닦이지 않은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핏자국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었다.

탄두 자국.

벽에 파인 작은 구멍들.
카운터 아래에 흩어진 탄피.


청년은 고무장갑을 끼고
걸레를 들었다.

세제를 푼 물에 걸레를 적셔
바닥을 몇 번이고 문질렀다.

문질러도, 문질러도
기억 속에 눌어붙은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았다.

화약 냄새였다.

그 냄새는
코끝보다 먼저
기억을 건드렸다.


걸레를 쥔 손이 잠깐 멈췄다.

전날 밤의 장면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정확하게 되살아났다.

근거리였다.

너무 가까워서 얼굴이 보였다.

눈, 입,

숨을 들이마시는 가슴의 움직임까지.


청년은 생각했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장면이라고.

사람 얼굴을 보면서 방아쇠를 당긴다는 건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일이라고.


그는 항상 대비하고 있었다.

총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어떤 각도로 꺼내야 하는지,
위험할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머릿속에는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그 모든 이론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인간성도, 망설임도,

‘이래도 되나’라는 질문도.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놀라운 건 그 사실이었다.

청년은 당황하지 않았다.

손이 떨리지도 않았고 머리가 하얘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상대보다 더 침착했다.

강도들의 눈에는 당황이 있었고,

예상 밖의 상황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하지만 청년에게는 그게 없었다.

이미 어딘가에서 여러 번 겪어본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뉴욕의 밤.

클럽의 총성.

그때 맡았던 화약 냄새.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건 처음이 아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생각보다 정확하게 대응했다.


그 사실이 청년을 안심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청년은 걸레를 쥔 채 한참을 서 있었다.

내가 침착했다는 게… 정상일까?

대답은 없었다.

대답을 찾으려 들면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 바닥을 닦았다.

지워지는 건 자국뿐이었다.

머릿속 장면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날 청년은 알게 되었다.

살아남는 법은 배울 수 있지만,

그 이후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자신 안 어딘가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쪽으로 조금 움직였다는 것도


—다음: 7장-3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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