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3

반으로 쪼개진 두개골

by 스팅비 StinGBee

Screenshot 2026-03-22 142826.jpg

⚠️ 콘텐츠 안내 / 주의

이 글에는 가정폭력 관련 내용과 실제 사건 비디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한 내용과 영상인 만큼, 일부 독자님들께는 불편하거나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들께서는 시청 및 읽기에 각별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정폭력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벌어지지만, 생각보다 훨씬 덜 알려진다. 경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하나는 분명하게 보였다.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들 중 뉴스에 실리는 건 체감상 20%도 안 된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살인이나 성범죄처럼 사건이 크게 터졌을 때다. 강도 사건조차 그렇다. 총이 나와도, 사람이 크게 다치지 않았고, 눈에 띄는 장면이 없으면 그냥 기록으로 남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는 분명 긴장감이 넘쳤던 사건이었는데도 세상 밖으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결국 뉴스에 나오는 건 사건 전체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자극적이고, 보여줄 수 있고,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일부만 앞으로 나온다. 그래서 가정폭력은 더 묻힌다. 다른 사건들에 비하면 가정폭력은 뉴스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정폭력은 덜 심각해서가 아니라, 너무 자주, 너무 가까운 곳에서, 그리고 대부분 집 안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피해자들 중에 자신이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길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치심도 있고, 보복이 두렵기도 하고, 가족이 완전히 무너질까 봐 입을 닫는 경우도 많다. 가해자 역시 그 일이 집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으려 한다. 결국 이 일은 드러나지 않은 채 덮이고, 숨겨지고, 모른 척한 채 반복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해자는 점점 더 대담해지고, 폭력은 날이 갈수록 더 잔혹해진다. 조용하다는 건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독자님들께 하나 양해를 구하고 싶다. 성격이 급하신 분들은 내 글을 보면서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표현도 거칠고, 문법도 들쭉날쭉하고, 앞뒤가 안 맞는 부분도 있고, 내용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꾸 뜸을 들이고 빙빙 도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아마 어떤 분들은 “글 쓸 줄도 모르는 왱왱거리는 벌 한 마리가 들어와서 그냥 끄적이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 맞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냥 무식하면 용감한 쪽이다.


문법이 맞는지, 표현이 문학적인지, 구조가 완벽한지, 글의 깊이가 충분한지, 솔직히 그런 건 잘 모른다. 그냥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써버린다. 그래서 브런치 메거진용으로 제목도 ‘생각일기’라고 붙여 버린 것이다. 나는 작가도 아니고, 책을 낼 생각도 없다. 어쩌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한테 이 글은 잘 쓰기 위한 글이 아니라 버티기 위한 글이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쓰는 거고, 그게 어느 순간 브런치에 쌓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한 시간 차를 몰고 내 땅에 가서 총을 쏘고 오는 것도 이제는 귀찮고, 총알값도 만만치 않다. RV나 배를 타고 캠핑이나 낚시를 가기에도 시간 여유가 쉽게 나지 않는다.


내 직업은 워낙 변수가 많아서 정해진 시간에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 최대한 많이 쓰고, 최대한 많이 올린다. 한 기자님이 내가 겪어 온 일이나 실제로 마주하는 일들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책으로 내보라는 제안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한 브런치북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춰 꾸준히 글을 올리는 방식은 내 현실적인 스케줄과는 잘 맞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고 싶지 않다. 괜히 못 지키면서 스스로 마음에 빚을 지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이렇게, 내 방식대로 쓴다.


또 한 가지는 꼭 말하고 싶다. 나를 포함해 많은 경찰관들은 아침에 눈을 뜨고 집을 나설 때마다 속으로 기도를 한다. 오늘도 무사히 임무에 충실하게 해 달라고. 필요한 순간에 비겁해지지 않게 해 달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우리는 매일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나가도, 마음 한쪽에는 매일 그 가능성을 알고 나간다. 물론 그런 날은 끝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끝까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하늘에 계신 분이 허락하시는 동안에는 나도 내 자리에서 열심히 버텨 보려 한다. 그리고 지겹도록, 생각나는 대로, 내가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글을 올려 보려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힘과 응원을 보내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유혜성 작가님, 따뜻하게 마음을 건네주시고 늘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 멀리 있어도 동료애가 느껴지고, 쉽게 설명되지 않을 만큼 범상치 않은 Ubermensch 작가님께도 감사드린다. 내 지난 아픔을 정말로 알아봐 주고, 마치 함께 줄을 잡고 가듯 버텨주고 있는 티보치나 작가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아마 내가 죽는 날까지도 그 깊이를 다 알 수 없을 것 같은 무화 작가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그 외에도 김하루 작가님, 이너프 작가님, 푸른 반딧불 작가님, 이 유림 작가님, 박정민 작가님, 조이 작가님, HB 작가님, 미리나 작가님, 꽃보다 예쁜 여자 작가님, 빛나는 작가님, 발얼음 작가님, 푸른 꽃 작가님, 도씨 작가님, 안태희 작가님, 신비 작가님, 테라 작가님, My Way 작가님, 온 세상이 내 편 작가님, 안명심 작가님, 페르세우스 작가님, 글로리아 작가님, 리치 작가님, 들숨 작가님, 비둘기 작가님, 그리고 늘 조용히 찾아와 주시고 매번 응원해 주시는 작가님들께도 이 자리에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이분들이 있기에 나는 매일 마주하는 미친 세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응원할 수 있었다. 나에게 이 자리는 정말 로또에 맞은 것처럼 귀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다. 다시 말하지만, 내 동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과 내가 직접 마주했던 가정폭력 현장의 참혹함을 하나하나 전부 다 쓰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나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앞으로 이 이야기는 몇 편으로 나눠서 이어가려 한다. 독자님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조금만 더 참고, 끝까지 함께 따라와 주셨으면 한다. Patience and Endurance (자막: 인내와 견딤). 이 이야기는 그 두 가지가 없으면 끝까지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경찰관들이 서로 겉으로는 잘 표현하지 않아도, 가장 두렵고 가장 긴장할 수밖에 없는 콜 중 하나가 바로 domestic disturbance / assault (자막: 가정 내 소란 / 폭행)이다. 이유는 복잡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하다. 우리는 들어가야 하는 집의 구조를 사전에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문 하나를 열고 들어가는 순간, 어디에 누가 숨어 있는지, 어느 방향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다. 집 안에 있는 평범한 물건들조차 순식간에 흉기가 되고 살인 도구로 바뀌어 버릴 수 있다. 부엌칼, 유리병, 의자, 공구, 심지어 장식품 하나까지도 극한 상황에서는 사람을 해치는 무기가 된다.


더 무서운 건 그 안의 분위기를 바깥에서는 다 읽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문 하나 사이에 두고 이미 폭발 직전인 경우가 있고, 때로는 가해자가 경찰이 올 것을 미리 계산하고 무장한 채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경찰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상황은 순식간에 ambush (자막: 기습 매복 공격)로 바뀔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는 경찰관들이 수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가정폭력 콜은 단순히 부부싸움이나 집안 문제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닫힌 문 뒤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아주 위험한 현장이다. 문 앞에 서는 순간부터 이미 긴장은 시작된다. 집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하나, 갑자기 끊기는 정적, 울음소리인지 고함소리인지 모를 숨죽인 떨림, 문을 두드렸을 때 안에서 바로 반응이 오는지, 아니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지, 그 몇 초 안에 경찰은 계속 계산하게 된다. 안에 피해자만 있는 건지, 가해자가 아직 흥분 상태인지, 술이나 약에 취해 있는지, 아이들이 같이 있는지, 이미 누군가 다쳐서 쓰러져 있는 건지, 아니면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조용히 숨 죽이고 있는 건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경우의 수는 너무 많다.


그래서 이 콜은 늘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밖에서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경찰이 문 앞에 서 있는 몇 초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몇 초 안에 경찰은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 머릿속으로 다 그려본다. 가정폭력 콜은 시끄러운 집안 문제가 아니라, 닫힌 문 뒤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전장에 더 가깝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집 안의 공기는 거의 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겁다.


그날도 그랬다. 상황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가장 먼저 신고 전화를 받는 상황실은, 출동하는 경찰관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뽑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신고는 옆집에서 들어온 것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악을 쓰며 싸우는 소리, 물건이 깨지는 소리, 그리고 뭔가 더 크게 터지기 직전 같은 불길한 기운이 벽 하나를 넘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여자의 비명 소리가 처절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원 경찰이 오기를 기다릴 시간조차 없었다. 그 소리를 듣고도 문 앞에서 더 계산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나는 그대로 발로 문을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 바닥에는 남자가 여자의 위에 올라탄 채 미친 듯이 주먹을 내리꽂고 있었다. 마치 UFC 경기에서 상대를 깔아 놓고 파운딩을 퍼붓듯, 얼굴만 집중적으로 full swing으로 내려치고 있었다. 주먹이 사람 얼굴에 박힐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계속 울렸다. 나는 그대로 소리쳤다. “Motherfucker, STOP! Get the fuck away from her!” (자막: 이 개새끼야, 멈춰! 그 여자한테서 당장 떨어져!) 하지만 그 새끼는 멈추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 방 안에 누가 더 있는지, 옆에서 누가 뭘 들고 튀어나올지 따질 틈도 없었다.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건 바닥에 깔린 여자 얼굴이었다. 피와 멍으로 이미 형체가 무너져, 알아보기 힘들 만큼 망가져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예전에 맞아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던 우리 엄마 얼굴이 겹쳐 올라왔다. 그다음은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삼단봉을 들어 그 새끼 머리를 있는 힘껏 내려쳤다. 원칙상 삼단봉으로 머리 쪽을 가격하는 건 금지에 가깝다. 나도 그걸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런 걸 계산할 여유조차 없었다.


내 눈앞에서는 여자가 죽어가듯 맞고 있었고, 나는 그걸 당장 멈춰야 했다. 그 새끼의 머리는 마치 두개골이 반으로 쪼개진 것처럼 피를 사방으로 뿜어냈다. 그리고 곧바로 힘이 풀린 채 그대로 무너져 정신을 잃었다. 내 제복과 장비는 순식간에 그 새끼의 피로 물들었다. 그런데도 내가 진짜 숨이 막힌 건 그다음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잠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얼굴은 내가 평생 잊지 못할 어떤 얼굴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아래 영상은 실제 경찰들이 현장에서 직면한 현실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휴스턴에서 영장 체포를 하던 중 벌어진 일인데, 상황이 무너지는 데는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가정폭력 현장도 이와 아주 비슷한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문 하나, 몇 초의 정적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는 순식간에 생사가 갈릴 수 있다. 그래서 참고용으로 이 영상을 함께 올린다.



다음 5부에서...











매거진의 이전글Thing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