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2/4] 너를 품에 안으면 [8장-2부] — 변태와 나만의 꿈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 8-2)
(※ 본 편에는 온라인 집단 괴롭힘/욕설 표현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실컷 떠들고 있을 때부터,
매번 늦게 들어오는 아주 골 때리는 놈이 항상 방을 찾았다.
원래는 사람들은 웬만해서 채팅을 키보드로 했고,
가끔 몇몇 마이크로 잠깐 이야기하고 끊는 쪽이었다.
그런데 이놈은 달라도 완전히 달랐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들어오는 순간부터—뭔가가 달랐다.
텍스트는 거의 안 쳤다.
“ㅎㅇ”도 없었다.
그냥
아이디가 뜨고
초록불이 켜지면
잠깐의 정적.
그리고
마이크가 켜지는 소리.
(탁)
한 10초 정도 아무 소리 없다가—
순간.
쓰읍— 하—
너무 가까운 숨이라
청년은 이어폰을 한 번 뺐다가 다시 끼곤 했다.
실수로 새는 숨이 아니었다.
들려주려고 내는 숨이었다.
목소리는 중년 이상으로 들렸다.
톤은 낮았고, 저질스럽다기보다는—
차라리 성우를 해도 될 만큼 차분하고 독특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그런 목소리에서 저런 저질스러운 소리가 나온다는 걸,
청년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 순간부터 서서히,
성적 모욕뿐만 아니라 남자인 청년이
들어도 못 들어줄 만큼 역겨운 말들,
능구렁이같이 낮지만 차분한 소리,
가끔 섞이는 숨소리까지—
혼자서 방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놨다.
여자들도 많았는데,
누구는 바로 나가고, 다들 조용해졌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욕했다.
“아이씨, 저 변태 또라이 새끼 또 왔네.”
“야, 나가라. 방 더럽히지 말고.”
“빨리 꺼져.”
어떤 이들은 재미있고 어이없다는
식으로 낄낄거렸다.
“아 ㅋㅋ 또 시작이네.”
“와, 변태력 미쳤다.”
“콘텐츠네 콘텐츠야... ㅋㅋ”
청년도 더는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나왔다.
그러다 며칠 뒤,
여전히 방 분위기는 같았고,
자주 보이는 같은 아이디들,
그리고 나만의 꿈.
한 번은 청년도 나만의 꿈이 궁금해져서
1:1 요청을 해볼까 생각했다가
그냥 관뒀다.
얼마 안 돼서 또 그놈이 들어왔다.
여전히 같은 식으로 저질스럽고
역겨운 소리를 내고,
사람들은 어김없이 욕하고 떠들었다.
그러나 그는 강적이었다.
마치 이 방이 자기 손아귀에 있다는 듯,
차분한데도 누구 신경 하나 안 쓰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더럽게 지껄였다.
그리고 늘 그랬다.
그는 한바탕 휘저어 놓고는 정확히 10분 이상은 있지 않고,
바로 사라졌다.
그때 청년이 가만히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놈은
한 아이디, 한 사람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 사람이 듣든 안 듣든 개의치 않고
계속 저질스러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 한 사람이 누구인지 자세히 보니—
나만의 꿈이었다.
혹시 그 저질놈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나만의 꿈을 보면서
마치 말 한마디 대꾸도 없는
그 존재쯤은 얼마든지 꺾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던 걸까.
또 하나 이상한 점은—
그 와중에도 나만의 꿈은
계속 로그인 상태였다는 것이다.
초록색 불은 꺼지지 않았고,
끝까지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 초록불이 이상하게—
방 전체를 더 조용하게 만들었다.
곧바로 변태의 온갖 더러운 성적으로 공격을
나만의 꿈을 향해 노골적으로 천천히
능글스럽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는 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을 끌었다.
상대가 불쾌해하고 숨이 막히는 그 순간을,
자기 손끝으로 만지는 것처럼 즐기는 변태였다.
그 변태는 또다시
마이크에 숨소리를 들이붓듯 가까이 대고,
일부러 길고 축축한 한숨을 내뱉었다.
“쓰으읍… 하—”
숨이 아니라 침이 섞인 기름 같았다.
끈적하고 더럽고, 사람 피부에 달라붙는 소리.
그는 그 숨소리를 문장 앞에 붙였다.
마치 시작 신호처럼.
그리고 곧바로—
능숙하게, 낮고 저질적인 톤으로,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
발음은 이상할 정도로 정확하고 깨끗했다.
혀가 꼬이지도, 단어가 흐려지지도 않았다.
마치 이런 순간을 위해 연습을 했거나,
누군가에게 교육받은 사람처럼.
그래서 더 끔찍했다.
흥분해서 실수하는 놈이 아니라,
통제하고 있는 놈이었다.
그 변태의 숨소리와 말끝이 떨어질 때마다,
방 안의 공기가 한 겹씩 더 썩어 가는 느낌이었다.
그 변태가 내뱉는 말보다 더 더러운 건,
놈이 일부러 끌고 늘이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곧
‘지금 너는 내 손안에 있다’는 듯한 압박이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의 욕이 터졌다.
남자 목소리도, 여자 목소리도 섞여서
난장판처럼 쏟아졌다.
“아이— 씨발! 그만해!”
“존나 더럽다, 이 미친 변태새끼야!”
“개 미친놈, 개 또라이 새끼야!”
“병신 같은 새끼— 지금 뭐 하냐?”
“진짜 역겨워. 꺼져, 씨발놈아!”
“방장 뭐 하냐고! 관리 안 해?!”
누군가는 마이크를 빼앗아 보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누가 잡은 마이크는—쉽게 안 뺏겼다.
지지직—
“마이크 내려! 내려 씨발—!”
툭 하고 끊겼다.
치익—
“야 너 신고— 신고한다 이 개새끼야—!”
또 반 토막만 남기고 끊겼다.
중간중간 사람들 마이크 소리가 짧게 들렸다 끊겼다.
욕이든 비명이든 다 반쯤 잘린 채 공기 중에 떠다녔다.
그런데도 그 변태는 아랑곳 안 하고
꼭 둘이만 있으면서 대화하는 것처럼
차분하면서 더럽고 지저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난 네가 뭘 싫어하는지 알아.”
그는 단어를 흘리지 않았다.
자음과 모음을 또박또박 끊어,
발음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바른 소리로 뱉었다.
그런데 문장 끝은 꼭—
혀끝으로 천천히 굴리듯 길게 늘어졌다.
차분했고, 느긋했고,
그 느긋함이 오히려 느끼하게 달라붙었다.
짧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내뱉었다.
숨은 짧은데, 말은 길었다.
속도를 일부러 늦추는 사람의—연습된 여유였다.
“근데… 네가 더 싫어하는 건, 네가 지금도 그걸 못 끊고 있다는 거잖아.”
문장 구조는 또렷한데, 소리는 미끌미끌했다.
“못 끊고”에서 음을 살짝 눌러 못 끈—고처럼 길게 끌고,
“있다는”은 아주 조금 낮춰 있—다—는 식으로 내려앉혔다.
마지막 “잖아”는 거의 속삭이듯, 잖아… 하고 끝을 늘려—
더 노골적이고 역겹게 들렸다.
그 말이 위로가 아니라 비웃음으로 남게 만들었다.
그 정확한 발음이 더 역겨웠다.
실수로 튀어나온 말이 아니라,
상대가 무너질 지점을 계산해서 눌러 찍는 소리였다.
차분한 톤은 친절이 아니라 목줄 같았다.
조용히, 천천히—끊을 용기까지 같이 조여 오는
그 변태는 한 박자 쉬고, 다시 숨을 넣었다.
“쓰으읍… 하—”
그 숨이 들리는 순간,
누구의 욕도, 누구의 외침도 잠깐 먼 데로 밀려났다.
마치 그 소리 하나가
“지금 이 방은 내 거야”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그는 그제야, 아주 느리게—마치 확인하듯 말했다.
“하— 난 네가 뭘 좋아하는 걸 알아.
넌 그 걸 다시 나로부터 기억나게 해 주길 원하잖아”
이때 누군가가 툭, 캡처를 던지듯 말했다.
“야, 저 목소리… 그놈 아니냐?”
“그때 야후에서 악명으로 돌던 거. 이름이… 오동추.”
청년은 혼자 피식 웃었다.
"오동추? ㅋㅋ
아이디 한 번 기갈나게 골랐네 ㅋㅋ"
근데 진짜 이상한 건
이름이 아니라—
왜 하필 나만의 꿈을 향해 그러는지였다.
방에는 여자 닉네임도 많았다.
반응을 잘하는 사람도 있었고, 욕도 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 보통은 그런 쪽을 건드리기 마련인데—
그놈은 이상하게도
딱 한 명만 집요했다.
나만의 꿈.
그 아이디가 온라인이면
그놈은 꼭 나타났다.
그리고 꼭, 그 아이디만 “부르는” 말을 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낮은 톤으로 속삭였다.
“거기 있지.”
“말 안 해도 다 알아.”
“도망가도 소용없어.”
“그때처럼 또 숨네.”
다른 사람들은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이니까, 그냥 센 척이니까.
어차피 마이크 끄면 끝나는 일이라고.
하지만 청년은
그 톤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누군가를 안다는 톤.
찾고 있다는 톤.
이미 안쪽까지 들어와 있다는 톤.
그런데도 나만의 꿈은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초록불은 켜져 있는데
말이 없었다.
청년은 처음엔 생각했다.
자리 비운 거겠지.
켜 놓고 나갔겠지.
가끔은 그런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 패턴이
너무 오래 반복됐다.
초록불이 켜지고,
그놈이 나타나고,
말이 쏟아지고,
방이 욕으로 끓고—
그리고 끝까지
나만의 꿈은 아무 말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
몇 주가 지나도.
그쯤 되자 청년은
불편함을 넘어
묘하게—찝집해졌다.
정말 듣고 있는 걸까?
듣고 있는데도 못 움직이는 걸까?
뉴욕에서 몸이 굳어버리던 순간이 떠올랐다.
주변 소리는 다 들리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던 그 순간.
움직이지 못하는 침묵.
선택이 아닌 침묵.
나만의 꿈도…
그런 침묵일까?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청년의 선이 얇아졌다.
그전까진
그냥 구경이었다.
그냥 온라인의 미친놈 하나였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건 “방” 문제가 아니라
사람 문제처럼 느껴졌다.
관찰이
공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하게도—
그놈은 늘 그랬다.
딱,
10분.
한바탕 휘젓고
정확히 10분을 넘기지 않고
사라졌다.
마치
시간을 재고 온 사람처럼.
그날 밤도
초록불은 켜져 있었다.
나만의 꿈.
청년은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마우스를 움직였다.
커서가
아이디 위에 멈췄다.
클릭.
작은 메뉴창이 떴다.
귓속에서는 아직도
그놈의 숨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쓰읍— 하—
청년은 스스로도 이유를 몰랐다.
그냥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자리를 비운 건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건지.
아니면—
정말로,
듣고 있는데도 못 움직이는 건지.
메뉴 맨 아래에
익숙한 버튼이 보였다.
1:1 요청.
커서는 그 위로 내려갔다.
딱 거기서,
손이 멈췄다.
마우스 왼쪽 버튼에 얹힌 검지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괜히…
선을 넘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침묵’에
내가 먼저 손을 뻗으면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침입이 될 수도 있었다.
청년은 숨을 한 번 삼켰다.
목 뒤가 서늘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놈의 말이 떠올랐다.
“거기 있지.”
“말 안 해도 다 알아.”
청년은 욕을 뱉듯 혼잣말했다.
“… 미친.”
커서를 살짝 옮기려는 순간—
방 목록이 한 번 깜빡였다.
누가 들어왔다.
늘 그랬던 것처럼,
늦게.
아무 말 없이.
정적.
(탁)
마이크가 켜지는 소리.
그리고—
정확히 10초 후
쓰읍— 하—
청년은 반사적으로
손을 키보드에서 뗐다.
마치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커서는 아직도
1:1 요청 위에 있었다.
그게
그날 밤,
가장 불길한 우연이 될지도 모른 채—
청년은 일어났다.
냉장고로 향해 맥주를 꺼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자,
커서는 그대로였다.
1:1 요청 위.
청년은 맥주 캔을 땄다.
딱— 치익.
한 모금, 크게 들이쉬었다.
목구멍이 따끔하게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한숨.
크게 들이쉬고,
길게—내뱉었다.
“하…”
청년은 화면을 뚫어지게 보다가,
마치 도망칠 길을 스스로 끊는 사람처럼
손가락을 천천히 올렸다.
바로 그다음,
1:1 요청 버튼을 눌렀다.
딸깍—
보냈다.
청년은 잠깐 멈춰 앉아 혼자 생각했다.
다음은?
설마 연락이 올까?
혹시라도 오면 뭐라고 말할까…
나만의 꿈에게서 빠른 반응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기다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을수록, 더 기다리게 됐다.
시간이 늘어졌다.
화면은 그대로였다.
청년은 다시 맥주를 땄다.
그리고 또 한 모금.
빈 맥주캔들은 책상 위에
하나,
둘,
한 줄씩 늘어나기만 했다.
청년은 속으로 ‘역시나’ 하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날은,
기대가 아닌 기대를 품은 채
그렇게 지나갔다.
어느 날, 청년은 채팅에서 만난 쟈니워커란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쟈니워커 또한 한국 사람이었고, 워싱턴주에 사는 친구였다.
쟈니는 야후 채팅에 꽤 오래 있었고,
채팅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잘 알았다.
어떤 종류의 사람과는 어느 선에서 대화를 끊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상대하면 안 되는지—
그런 걸 몸으로 아는 친구였다.
그날도 쟈니는 들떠 있었다.
며칠 전, 드디어 신형 Corvette(자막: 콜벳)
를 샀다며
사진이니 옵션이니 하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엔진 소리 얘기까지 꺼내며, 마치 직접
들려주기라도 할 듯 신이 나 있었다.
그 또한 나만의 꿈을 알고 있었다.
한 번쯤 대화 신청을 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말끝이 이상하게 짧아졌다.
“어… 그 나만의 꿈…
나도 한 번 눌러 봤는데, 아무것도 안 오더라.”
청년은 그 한마디가
괜히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쟈니는 곧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말끝이 살짝 올라갔고, 웃음이 섞였다.
자랑할 게 하나 더 있다는—그런 톤이었다.
쟈니는 채팅으로 만난 한국 여자와 사귀고 있다고 했다.
그녀도 청년과 같이 살고 있는
텍사스에 좀 외각 쪽 떨어진 곳에 산다고 하면서,
은근히 자랑을 섞어 말했다.
그 둘은 그냥 “채팅으로만”이 아니었다.
이미 몇 번 실제로 만나서 서로 왕래하고 있었다.
주말마다 시간을 맞춰 보고,
서로 사는 곳까지 오가며
얼굴을 익힌 사이라고 했다.
쟈니는 “여자 친구 소개해줄게”라며
따로 만든 방에 청년을 초대했다.
그녀의 이름은 **아일리아(윤)**이었다.
목소리는 예쁘고 곱게 들렸다.
청년은 그 순간,
말로만 듣던 온라인 채팅이
진짜로 데이트가 되고—
어떤 이들은 결혼까지 간다는 게
가능하다는 걸, 처음 실감했다.
그때였다.
화면 아래, 메시지 창이 떴다.
청년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
시선이, 반사적으로 그 창에 꽂혔다.
나만의 꿈이었다.
며칠 전, 청년은 맥주를 들이켜고
한숨을 길게 내뱉은 뒤
1:1 요청 버튼을 눌렀다.
딸깍— 보냈다.
기대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화면을 더 자주 보게 됐다.
빈 맥주캔은 책상 위에 한 줄씩 늘어났고,
그날은 ‘역시나’라는 말로
스스로를 달래며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는데,
화면 아래가 아주 작게 흔들렸다.
타이핑 표시가 떴다가 사라졌다.
다시 떴다가, 또 사라졌다.
몇 초가 아니라—
누군가 문장 하나를 고르느라
숨을 고르는 시간처럼 길었다.
마침내 짧은 한 줄이 떴다.
길게 설명하지도,
반갑다고도 하지도 않는
필요한 말만 남기고 언제든 잠수할
수 있게, 출구를 만들어 둔 문장이었다.
“스팅비님… 지금 계세요?”
청년은 잠깐 멈췄다.
말이 없던 사람이
처음으로 “나”를 찍어 부르는 느낌.
대화요청.
승낙.
처음엔 정말 간단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타이핑 표시가 떴다가 사라졌다.
다시 떴다가, 또 사라졌다.
마침내 한 줄이 떴다.
몇 초 뒤.
“저…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청년은 화면을 더 가까이 봤다.
“네. 말씀하세요.”
타이핑이 길어졌다가, 짧게 끊겼다.
마치 문장을 여러 번 고르는 사람처럼.
“당분간… 우리 1:1 하는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줄래요?”
“아무 한 테도요?”
“네.”
“쟈니워커 포함해서요.”
청년은 순간 멈칫했다.
쟈니 이름이 여기서 나올 줄은 몰랐다.
“왜요?”
그녀가 바로 답하지 않았다.
타이핑 표시만 깜빡였다.
“그냥…”
“지금은, 그게 편해요.”
청년은 이유를 더 캐묻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가,
그 마음을 삼켰다.
“알겠어요. 말 안 할게요.”
답장이 오기까지 한 박자.
그리고 짧게.
“고마워요.”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무게가 있었다.
고맙다는 말이 아니라, 허락을 받은 느낌.
청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네.”
청년은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쳤다.
“공개방에서… 어떤 변태... 그 인간이
나만의 꿈님 자꾸 따라다니면서
성적으로 노골적으로 괴롭히잖아요. 괜찮아요?”
타이핑 표시가 잠깐 떴다가, 바로 꺼졌다.
그리고 너무 빨리 답이 왔다.
“괜찮아요.”
짧아서 더 이상했다.
“그런 종류의 인간들… 전혀 신경 안 써요.”
청년은 그 문장이 더 불안했다.
신경 안 쓴다는 말이 ‘괜찮다’는 뜻은 아니니까.
“근데 왜… 신경 안 써요?”
이번엔 답이 늦었다.
타이핑 표시가 길게 깜빡였다.
한참 만에.
“신경 쓰면…”
“그 사람들이 이긴 거잖아요.”
청년은 그 말이 단단해서, 더 조심해졌다.
그는 다시 물었다.
이번엔 조금 더 직접적으로.
“근데… 솔직히 궁금한 게 있어요.”
“왜 그렇게 오랫동안 채팅방에 있으면서
사람들한테 아무 반응도 안 했어요?”
그 질문을 보내고 나서, 청년은 약간 후회했다.
너무 빨랐나 싶어서.
타이핑 표시가 떴다.
지워졌다.
또 떴다.
또 지워졌다.
그리고 한 줄.
나만의 꿈이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잠깐 뒤, 문장이 이어졌다.
“그건 나중에요.”
“때가 되면… 차근차근 말해 줄게요.”
딱 거기서 멈췄다.
더 묻지 말라는 선이 분명했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듯, 짧게 답했다.
“알겠어요.”
근데 청년은 결국—가장 궁금한 걸 참지 못했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그럼… 이것도 물어봐도 돼요?”
“네.”
청년은 숨을 한 번 고르고 쳤다.
“저 말고도
1:1 요청 많이 받았을 거잖아요.”
“근데 왜… 저한테 답장을 줬어요?”
이번엔 타이핑이 오래 걸렸다.
마치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느라,
말을 입 밖으로 내기 전처럼.
“많이 망설였어요.”
그녀가 먼저 그렇게 썼다.
그리고 다음 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기 얘기를 크게 만들어요.”
“알아달라거나,
확인해달라거나,
뭘 요구하거나.”
청년은 화면을 보고만 있었다.
그녀가 멈추지 않고 이어갔다.
“근데 스팅비님은…”
“말이 없는데도, 늘 있었어요.”
“묻지도 않고,
끌어당기지도 않고,”
“그냥… 옆에 있는 사람처럼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청년은 가슴 한쪽이 묘하게 꺼졌다.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들킨 것처럼.
그녀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래서 더 궁금했어요.”
“좋은 사람 같기도 했고…”
“제가 답해도,
뭔가를 요구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청년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짧게 쳤다.
“저… 요구 안 해요.”
“그냥… 대화하면 돼요.”
잠깐 뒤.
“그럼…”
“우리, 천천히 해요.”
그 말이 인사처럼 느껴졌다.
처음으로 ‘문이 조금 열리는’ 소리 같았다.
—다음: 8장-3부 에서…
[안내 — 모방 범죄 주의]
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범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며, 현실에서의 모방을 강력히 금합니다.
작품 속 사건은 허구 또는 각색이며, 어떠한 범죄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저작권 안내]
본 작품 **『너를 품에 안으면』**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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