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1/3] 너를 품에 안으면 [9장-1부] — 사라지지 않는 피 냄새: 친구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 9-1)
(※묘사의 사실성을 위해 일부 구간에 거친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시는 채팅에 들어갈 일 없다고 다짐했으면서도,
가끔은 ‘나만의 꿈’이 꾸며 놓은 방에 이유도 모르게 발이 갔다.
그때마다 방 안에는
모노의 ‘넌 언제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만의 꿈’은 보이지 않았다.
예전처럼 로그인 표시도 꺼져 있었다.
한두 번쯤 들렀을 뿐인데,
들를 때마다 같은 노래가—
마치 일부러 반복 재생을 걸어 둔 것처럼
똑같이 흘러나왔다.
노래를 잠시 듣다가
청년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 다시 기다려 볼까.
내가 너무 말도 없이 나와 버렸나.
변명이라도, 이유라도… 들어볼까.
그런데도 결국,
청년은 공허함을 등에 업은 채
완전히 현실로 돌아왔다.
“다시는 채팅에 빠질 일 없다.”
그 말은 다짐이기도 했고,
도망치기 위한 주문이기도 했다.
일상에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빈틈이 생기면,
청년은 그 빈틈을 술과 사람들로 메웠다.
시간만 나면 친구들과 어울렸다.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가고,
클럽을 돌았다.
남자들끼리 모이면 늘 같은 말이 나왔다.
“오늘 밤 어디 갈까? 어디가 물 좋냐?”
“여자 좀 꼬셔야지.”
그리고 가끔—정말 가끔—취기가
올라오면 친구들은
청년에게 뉴욕 이야기를
꺼내 달라고 했다.
“야, 너 뉴욕에서 겪었던 거 있잖아.
애내들한테 한번 말해봐.”
처음엔 싫었다.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뉴욕의 트라우마는
서서히 희미해졌다.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선명하던 공포는 흐릿해지고,
기억은 ‘과거의 사건’이 되어 갔다.
그때부터였다.
기분이 업되고 분위기가 익어 오르면
가끔—정말 가끔—취기가
더 올라오면 사람들 앞에서
청년은 그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엔 사실 그대로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 과장도 섞였다.
사람들이 웃고, 감탄하고,
술잔을 채워주면—그게 마치
상처를 지워 주는 것 같아서.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그 무렵, 친구들 중에 유난히
튀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하나는 양진영.
여자를 밝히고,
대마초도 골초처럼 피우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문제아”라고 불리던 놈이었다.
언제나 선을 넘었고,
그 선이 어디인지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진수.
유학생이었다.
원래 청년은 같은 교민 친구또래와
어울렸지 유학생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는데
왠지 진수하고는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매번 노래방에서 진수가
마이크를 잡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친구는 한국에서 성악을 배웠던 터라
웬만한 고음은 힘들이지 않고 올려 버렸다.
그 친구가 노래를 부르면,
다른 방에서 듣고
합석을 요청하는 여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오빠, 너무 잘 불러요. 우리랑 같이 한 곡만 더 불러요.”
어떤 여자는 아예 대놓고 이렇게 말했다.
“오빠, 노래 진짜 잘하시네요. 한 곡만 더 해 주시면 안 돼요?”
어떤 여자는 수줍은 척
목소리를 가늘게 빼고 웃었다.
근데 웃으면서도 시선은
계속 문 쪽을 힐끔거렸고,
손끝으로는 옆방 번호가 적힌
리모컨을 슬쩍 밀어 보였다.
내숭이 섞인 합석이었다.
그때마다 항상 진수는
마이크를 잡고 웃으며 불렀다.
✨♪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청년과 달리,
진수는 농담도 잘했고
진수의 말을 듣다 보면
코미디언처럼 웃겼다가도
어쩔 때는 사람 감정을 움직일
만큼 부드러웠다.
그런데 딱 하나—
청년이 진수에게 미칠 듯이
열받는 점이 있었다.
진수 옆에는 늘 여자가 붙었다.
그것도 눈을 깜빡이면 현실감이
사라질 정도로 예쁜 여자들이.
더 열받는 건…
이 새끼가 거기서
또—진짜 “하늘에서 내려온 듯”
천사처럼 예쁜 여자들 앞에서 튕긴다는 거였다.
그것도 애매하게 가 아니라, 깔끔하게.
지가 뭐라고.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말이 거절이지, 거의 면접 탈락 통보처럼 정중했다.
여자들은 “어… 네…” 하고 웃다 가도,
나가서 바로 친구한테서 표정이 바뀌었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건—
그런 놈을 몇몇 “천사”들이 좋다고,
진짜로 짝사랑까지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세상은 가끔,
이런 데서 사람을 열받게 만든다.
청년은 술기운에 마이크를 잡고 015B 노래를 불렀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그녀 남자친구가 있고…
항상 젤 못생긴 친구가 훼방을 놓지…”♪✨
친구들은 웃었고, 진수도 웃었다.
그렇게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청년의 어머니도 진수를 좋게 봤다.
유학생이었던 진수는 참 제미도 있었고 착해 보였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의리도 있었다.
청년은 속으로 생각했다.
‘도대체 이 못생긴 새끼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래도 의리는 있는 놈이네..."
어느 날 저녁, 친구 여럿이랑 진수 집에 있었다.
술이 몇 잔 돌고, 분위기가 뜨거워질 때쯤—
진수가 자랑이라도 하듯 툭 던졌다.
“야, 한국에 나랑 제일 친한 친구 중에
이번에 탤런트가 된 여자가 있다.
진짜… 겁나 예뻐.”
친구들이 바로 받아쳤다.
“설마 네가 어떻게…?”
“개 뻥치고 있네. 네가 그런 친구가 어디 있어?”
“거짓말하지 마 ㅋㅋ”
그때 진수는 친구들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웃지도 않고 말했다.
“뭐라, 이 쒜끼들. 내 말이 맞으면?”
그리고 자신 있게 입꼬리를 올리더니,
농담처럼—근데 어딘가 진심 같은 톤으로 덧붙였다.
“날 뻥쟁이로 만든 쒜끼들… 대골빡 뽀사뿐다.”
방이 터졌다.
“야야야 ㅋㅋㅋㅋ”
“증명해 봐 그럼.”
“지금 한국 드라마에 나오긴 하냐?”
진수가 기다렸다는 듯 비디오를 꺼내 틀었다.
지지직 잡음이 한 번 지나가고,
드라마 화면이 잡히더니—
처음 보는 신인 여배우가 등장했다.
딱 봐도 신인이었는데,
이목구비가 너무 또렷해서
화면이 한 번 더 밝아 보일 정도였다.
눈이 한 번에 붙을 만큼 선이 또렷했다.
진수가 화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야, 이 쒜끼들아—봐라! 바로 쟤다!”
친구들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깔깔거렸다.
“야!, 개—소리 집어치라우 ㅋㅋ”
“저렇게 예쁜 여자가 니 절친이라고?”
“네가 그런 친구가 어디 있어!”
진수는 더 당당했다.
“좋아. 그럼 내가 통화하면 어쩔 건데?”
잠깐의 침묵.
그 침묵이 오히려 더 웃겨서,
누군가가 “그래해봐!” 하고 또 터뜨렸다.
곧바로 진수가 또 조롱거리가 됐다.
그날은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넘어갔다.
청년은 그 속에서 이상하게도 편했다.
이전 채팅 같은 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사람들 틈에서 떠들고,
일 얘기하고, 여자 얘기하고,
싸웠던 얘기 꺼내며 지내는 게
생각보다 빨리 적응되고—좋아졌다.
일주일 뒤, 또 진수 집이었다.
또 같은 멤버였다.
드라마 OST 비슷한
노래가 TV에서 흘러나오고,
술잔이 돌았다.
늘 그렇듯, 얘기는 결국 두 갈래로만 흘렀다.
여자 이야기 아니면, 누가 누구랑 싸웠던 이야기.그때 진수 핸드폰이 울렸다.
진수는 받기 전에 번호를 확인하고,
친구들을 한 번 쭉 훑어봤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야. 야야… 조용히.”
진수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나 진수.”
“잘 지내지 너는?”
진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뜨기 시작했다.
“그래 연아, 너 드라마에서 봤어.
야, 너 진짜 연기 잘하더라.”
순간 친구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저거 누구랑… 설마 연이야?’
진수는 더 신나서 말했다.
“나도 보고 싶다.
너 이대로 쭉 가면 대박 날 거야.”
그리고—진수가 웃으면서 덧붙였다.
“근데 야… 옆에 내 친구 쒜끼들이
내가 너랑 친구라니까 한 놈도 안 믿는다.
네가 이 쒜끼들한테… 목소리 좀 들려줘라.”
진수는 전화를 진영이에게 먼저 넘겨 줬다.
진영이는 조심스럽게 받았고,
얼굴에서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다음 전화가 청년에게 넘어왔다.
전혀 예상 못 했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정말 드라마에서 듣던 그 신인 여배우의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저 연이에요.
반가워요.”
“진수 말대로 저랑 진수는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절친이에요.”
“진수… 잘 부탁드립니다.”
바쁜 와중에도 정말 친구를 위해서 전화를...
또렷하고 친절한 웃음이 섞인 목소리였다.
청년은 목소리만 듣고도
‘아, 진짜구나’라는 게 바로 느껴졌다.
전화를 끊자마자 방 안이 폭발했다.
“야 미친… 진짜였어?”
“방금 그 목소리 들었냐?”
“야, 진수 너 뭐야 진짜로?”
진수는 완전히 이긴 얼굴로 한 번 웃더니—혀를 찼다.
“거봐, 이 쒜끼들아. 내가 뭐랬어?”
그리고 한 박자 쉬고, 장난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감히 이 형님 말을 못 믿고… 쯧쯧.”
그날 밤은 진수랑 친구들, 그리고 청년까지
다 같이 오래 기억할 만한 밤이 됐다.
—다음: 9화-2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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