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10장-3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커버사진 1.png ‘이번엔 도망 안 간다.’

[PART 3/3] 너를 품에 안으면 [10장-3부] — Congratulations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0-3)

그는 한참을 그 글자를 봤다.

웃긴데… 그냥 종이 한 장인데,

손끝이 조금 저릿했다.

심장이 괜히 빨라졌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날 그는 집에 와서 학교 홈페이지를 뒤졌다.

조건이 쭉 나왔다.

신체검사. 백그라운드 체크. 약물검사. 지문. 인터뷰. 체력 기준.

경찰 아카데미는 생각보다 절차가 까다로웠다.

입학 자격만 놓고 보면 “고졸이면 된다”는 말이 맞는 경우도 있었다.
근데 그 말은—말 그대로 “입구” 얘기였다.


원서를 내는 순간부터 걸러졌다.

범죄경력. 신용 조회. 약물 검사. 지문 채취. 신체 조건. 체력 기준.

하나라도 걸리면 끝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반이 떨어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카데미를 졸업한다고 바로 경찰관이 되는 게 아니었다.

아카데미는 “경찰관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과정에 가까웠고,
실제 채용은 각 경찰서(기관)에서 절차가 또 따로 돌아갔다.


작은 규모의 경찰서는 고졸부터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규모가 있는 곳들은 최소 2년제, 많게는 4년제를

기본으로 보는 분위기가 분명했다.


지원서 한 장으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었다.

신원 조회에서 한 번 걸러지고,
아카데미 과정에서도 다시 걸러지고,

그다음엔 각 기관에서 치르는 필기·실기 시험, 면접, 거짓말 탐지기, 체력…

“다 했는데 끝”이 아니라,

“끝인 줄 알았더니 다음 단계”가 계속 나왔다.


지원서를 쓰면서 알아봤던 것만으로도 느껴졌다.
여긴 마음만 먹으면 들어가는 곳이 아니었다.

예전에 누군가 “개나 소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경찰 된다”는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말은—70~80년대에나 통하던 얘기라는 걸,

그는 이제야 똑똑히 알았다.


리스트를 보며 그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속으로 말했다.


‘이건… 진짜다.’


4년제 편입은 “언젠가”의 계획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지금”이었다.

그는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경찰 아카데미 지원해 볼까.”


아내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난 당신이 언젠가 그쪽으로 갈 것 같았어.”


며칠을 고민하고, 그는 원서를 냈다.

지원서 질문들은 날카로웠다.

그냥 체크박스가 아니라 “너라는 사람”을 파고드는 느낌.

땀나는 손으로 하나씩 써 내려갔다.


신체검사도 받았고,
체력 테스트를 준비하려고 트랙을 뛰었다.

처음엔 숨이 찼다.

예전 병실의 기억이 문득 올라와서,
그는 트랙 한가운데서 잠깐 멈췄다.


‘또 무너지면 어떡하지.’


그 생각이 들자 목이 잠겼다.

근데 그 순간, 반대로 생각이 돌아섰다.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더 제대로 살아야지.’


그는 다시 뛰었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 날, 이메일이 왔다.

제목이 눈에 먼저 박혔다.


“Congratulations.”


그는 그걸 보고도 바로 클릭을 못 했다.

마우스 위에 손을 올려놓고, 화면만 멍하니 봤다.

이상하게도 기쁨보다 먼저 온 건 공포였다.


‘내가… 됐다고?’
‘진짜로… 나를 뽑았다고?’


클릭을 했다.

합격 통지 이메일.

오리엔테이션 날짜.
준비물 리스트.
유니폼 규정.
첫날 집합 시간.


그는 모니터를 한참 보고 있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웃다가… 눈이 뜨거워졌다.

아내가 옆에서 물었다.

“What is it?”

(자막: [뭐야?] (옆에서 툭))


그는 말을 하려다 목이 막혔다.
그냥 화면을 돌려 보여줬다.

아내가 이메일을 읽고,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Congratulations.”

(자막: [축하해.] (아내 목소리))


그 말 한마디에 숨이 꺾였다.

아파서 살려달라고 빌던 사람이,

이제는 살아서 뭘 하겠다고
문 앞에 선 거였다.

그날 밤 그는 준비물 리스트를 다시 읽었다.

검정 부츠. 운동복. 노트. 펜. 신분증. 각종 서류.


사소한 물건들이었다.
근데 그는 그걸 하나씩 체크하면서,
마치 자기 인생을 다시 조립하는 기분이 들었다.

거울을 보며 머리도 정리했다.

옷장에 옷도 미리 걸어뒀다.


아침 알람도 맞췄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처음으로 “내일”을 무서워하면서도 기다렸다.

예전의 그는 죽음 앞에서 희망의 끈을 붙잡았고,

이제는 삶 앞에서 두려움의 끈을 붙잡고 있었다.

그 끈은 얇았지만—

이번엔,
끊어지지 않게,

그가 스스로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다음 날 새벽, 알람이 울리기 전부터 눈이 떠졌다.


천장을 보며 속으로 말했다.

‘그래… 가보자.’

그리고 아주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

‘이번엔… 끝까지 간다.’


—다음: 11장-1부 에서…


[안내 — 모방 범죄 주의]

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범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며, 현실에서의 모방을 강력히 금합니다.
작품 속 사건은 허구 또는 각색이며, 어떠한 범죄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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