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2/3] 너를 품에 안으면 [11장-2부] — 기록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1-2)
훈련장은 아침 공기가 날카로웠다.
텍사스의 겨울은 애매했다.
추운 듯 안 추운데,
대신 공기가 칼 같았다.
교관의 구령은 짧았다.
“뛰어!”
늦깎이 생도의 숨은 금방 찼다.
젊은 생도들보다 빨리.
하지만 그는 속도를 조절했다. 무너지지 않게.
기세로 밀어붙이는 사람은 결국 무너진다.
그는 그걸 너무 많이 봤다.
현장은 “열심히”를 칭찬해주지 않았다. 결과만 남겼다.
타일러가 숨이 차서 고개를 들자 콜린스가 바로 붙었다.
콜린스
“Fix your head.”
(자막: “머리 자세.”)
“Bad posture gets you hurt.”
(자막: “자세 무너지면 다친다.”)
늦깎이 생도는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한 번 더 확인했다.
체력도 결국 안전이다.
지치면 판단이 늦고, 판단이 늦으면—
현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늦깎이 생도는 알았다.
오늘은 “뛰는 날”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날”이라는 것만 생각했다..
다음으로 사격장으로 이동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바퀴가 자갈을 밟는 소리가 줄을 따라 길게 끌려갔다.
그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건 표적이 아니었다.
자기 손이었다.
사격장 안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느낌이 달랐다.
여긴 훈련장이라는 말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규칙이 아니라 원칙이 살아 있는, 싸늘한 통제 구역이었다.
입장 전 점검이 시작됐다.
묻는 형식이었지만, 그건 질문이 아니라 검열이었다.
사격장 교관은 잭슨 경사였다.
“Muzzle?”
(자막: “총구?”)
“Downrange.”
(자막: “항상 사선.”)
“Trigger finger?”
(자막: “방아쇠 손가락?”)
“Straight. Off the trigger.”
(자막: “곧게. 방아쇠 밖.”)
“Loaded?”
(자막: “장전?”)
“Only fire on my command.”
(자막: 내 명령이 있을 때만 사격해.)
“If you don’t know—”
(자막: “모르면—”)
“Stop and ask.”
(자막: “멈추고 물어.”)
그리고 마지막이 제일 단호했다.
“실수 한 번이면 퇴장이다.”
“두 번째 기회 없다.”
레지나는 손목을 한 번 더 풀었다.
아마 그 손목은 한 번 다친 적이 있는
사람처럼 움직였다.
타일러는 점수표를 붙잡았다.
종이가 아니라, 자기 숨을 붙잡는 것처럼.
마커스는 자신감이 과해질 때마다
교관의 시야에 걸렸다.
아사드는 밤 알바를 끝내고
바로 달려온 얼굴이었다.
커피로 눈을 띄운 얼굴.
늦깎이 생도는 라인에 섰다.
그는 멋으로 총을 잡지 않았다.
그가 믿는 건 루틴뿐이었다.
숨.
총구 방향.
손가락 위치.
어깨 낮추기.
그리고 방아쇠는 ‘당기지’ 않고 ‘끌고’ 간다.
탕!.
탕!.
탕!.
귀마개를 껴도 소리는 뼈로 들어왔다.
공기가 눌렸다 풀렸다. 화약 냄새가 얇게 스쳤다.
그는 더 작게 움직였다. 흔들리지 않게.
표적에 구멍들이 고르게 찍혔다.
균일함은 통제의 증거였다.
그때 옆 라인에서 누군가 손가락이
방아쇠 쪽으로 가있으면서
총구를 옆에 있는 생도에게
겨누었다.
아주 잠깐.
잠깐인데—사격장에선 그게 전부였다.
“Stop!.”
(자막: “정지!.”)
공기가 얼어붙었다.
“Step back!.”
(자막: “뒤로 물러서!.”)
“You! Holster your f—king weapon!”
(자막: 너! 당장 망할 놈에 무기 집어넣어!)
“You’re done for today, get off from my range.”
(자막: “너 오늘은 끝이다, 내 사격장에서 꺼져.”)
그 생도는 그대로 퇴장했다.
변명은 허용되지 않았다.
늦깎이 생도는 그 장면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다시 자기 루틴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살아남는 방식은 감정이 아니라 반복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조용했다.
식탁 위엔 바인더가 펼쳐져 있었다.
Texas Penal Code.
(자막: 텍사스 형법.)
그는 문장을 크게 읽었다.
핵심을 줄였다.
눈을 감고 요건을 떠올렸다.
“요건이 뭐지.”
“의도는.”
“정당화는.”
“예외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읽는 속도가 조금씩 올라갔다.
책이 아니라—화면 때문이었다.
늦깎이 생도는 공부할 때 가끔 휴대폰을 켰다.
요즘은 훈련 자료도, 판례 요약도,
모의 테스트도 앱으로 쏟아졌다.
이때까지는
아직 AI 기능이 탑재된 앱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늦깎이 생도가 쓰던 그 앱은
질문을 던지면 짧게 답을 돌려주는,
이상할 만큼 친절한 도구였다.
틀린 문제를 짚어주고,
빈칸을 채워주고,
심지어 왜 틀렸는지까지 설명해 줬다.
사람처럼 말하진 않았지만,
사람보다 훨씬 덜 지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건 기록을 남겼고, 평가를 남겼다.
몇 점에서 막혔는지.
어떤 조항에서 흔들렸는지.
멈춘 1초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늦깎이 생도는
그게 이상할 만큼 편했다.
사람은 표정을 읽어야 했다.
눈치도 봐야 했다.
하지만 기계는
숫자만 남겼다.
숫자는 차갑고,
그래서 오히려 안전했다.
그 주엔 강의실 분위기가 달랐다.
칠판이 아니라 스크린이 먼저 켜져 있었다.
형광등 아래에서 화면만 더 하얗게 빛났다.
슬라이드 첫 줄이 떴다.
CYBER & IDENTITY CRIMES
(자막: 사이버 & 신원 범죄)
그리고 그 아래.
AI-ASSISTED SCAMS
(자막: AI가 붙은 사기)
교관은 길게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다.
짧게 말했다.
“처음엔 기본부터 간다.”
아카데미는 늘 그랬다.
깊이 파고들기 전에, 먼저 손을 다치지 않는 법부터 가르쳤다.
교관
“너희가 현장에 나가서 제일 먼저
마주치는 사이버 범죄는 ‘해킹 영화’가 아니다.”
“대부분은 신원 도용, 계정 탈취,
투자 사기, 피싱이다.”
“그리고 피해자는—
대부분 ‘내가 속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CHAIN OF CUSTODY
(자막: 증거 보관·인계 절차)
교관
“디지털 증거는 ‘화면’이 아니라 ‘
절차’로 살아남는다.”
“너희가 폰을 만지는 순간,
로그가 바뀐다.”
“앱이 갱신되고,
시간 기록이 덮인다.”
“증거를 잡으려고 손대다가—
증거를 죽이는 경우가 제일 많다.”
교관은 테이블 위에 작은
파우치를 하나 올렸다.
검은 천. 입구가 단단히 접히는 형태였다.
교관
“현장에서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확보하면.”
“함부로 켜지 마라.”
“지문·페이스 ID로 풀어보려 하지 마라.”
“네가 ‘확인’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변호사는 ‘조작’이라고 부른다.”
늦깎이 생도는 목 뒤가 아주 얇게 뻣뻣해지는 걸 느꼈다.
총과 다른 긴장.
눈에 안 보이는 게 더 무서웠다.
슬라이드엔 실제 같은 문장들이 짧게 박혀 있었다.
DO NOT SEARCH THE DEVICE
(자막: 기기를 임의로 검색하지 말 것)
PHOTOGRAPH FIRST
(자막: 먼저 현장 상태 촬영)
DOCUMENT EVERYTHING
(자막: 모든 과정을 기록)
교관
“이걸 못 지키면, 사건이 무너진다.”
“그리고 사건이 무너지면—
책임은 너희에게 온다.”
“범인은 ‘법대로’ 빠져나가고,
너희는 ‘절차대로’ 걸린다.”
다음 슬라이드가 떴다.
DEEPFAKE / VOICE CLONING
(자막: 딥페이크 / 목소리 복제)
교관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훈련생들을 한 번 둘러봤다.
“너희들, AI라는 말은 들어봤나?”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누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구는 애매한 얼굴로 눈만 깜빡였다.
교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은 그냥
미래의 신기한 기술쯤으로 생각할 거다.
근데 나중엔,
그게 사람을 속이는 데도 쓰이게 된다.”
교실 안이 조금 조용해졌다.
“엄마 목소리로 전화가 올 수도 있다.
상사 목소리로 급한 지시가 떨어질 수도 있다.
친구 목소리로 살려 달라는 말이 들릴 수도 있다.”
교관은 생도들을 천천히 훑어봤다.
“문제는
그게 가짜여도
진짜처럼 들린다는 거다.”
“사람은 익숙한 목소리에 약하다.
의심보다 먼저 반응하고,
확인보다 먼저 움직인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
돈이 빠져나가고,
정보가 넘어가고,
인생이 망가진다.”
늦깎이 생도는 무심코 손을 내려다봤다.
아까부터 계속—
자기 손이 어딘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총을 잡기 전의 손이 아니라,
‘기록’을 남길 손.
교관
“지금 여기서 너희가 배우는 건 해킹하며
사기 치는 놈들 잡는 게 아니다.”
“의심하는 법.
“기록하는 법.”
“증거를 망치지 않는 법.”
“그리고 피해자한테
‘당신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수법이 바뀌어서’라고 말하는 법이다.”
슬라이드 맨 아래에 작게 적힌 문장이 있었다.
YOU WILL BE RECORDED
(자막: 넌 기록될 것이다)
늦깎이 생도는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콜린스의 칠판이 다시 떠올랐다.
기록은 언제나 사람보다 먼저 남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사람보다 먼저 판단하게 될 것이다.
—다음: 11장-3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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