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11장-3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커버포스터 1 최종.png “우리는 항상 보일 겁니다. 항상 기록될 겁니다.”

[PART 3/3] 너를 품에 안으면 [11장-3부] — 시험 그리고 졸업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1-3)

시험장은 교실이 아니었다.

테스트 센터였다.

드디어 시험날이었다.

정말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지난 10개월 동안 배웠던

텍사스 형법(형사법) 조항을 외웠다.


처음 시작할 땐 ‘이 많은 날을 어떻게 버티나’

싶었는데, 막상 마지막 시험날이 되니

시간이 벌써 여기까지 와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합격할 자신감이 넘친다기보다는—

설령 떨어지더라도, 후회는 없을 만큼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떨림이나

긴장은 크지 않았다.

몸은 준비됐고, 마음은 이미 한 번 더

루틴으로 정리된 상태였다.

펜도 없고 종이도 없었다.

오직 클릭. 선택. 다음.

딸깍 소리가 시간이었다.
모니터 상단에 작은 문구가 떠 있었다.


EXAM SESSION IS RECORDED.

(자막: “시험 진행은 기록됩니다.”)


늦깎이 생도는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콜린스의 칠판이 떠올랐다.


YOU WILL BE RECORDED.

(자막: “넌 기록될 것이다.”)


여긴 강의실이 아니라,

이미 작은 법정 같았다.

콜린스가 길게 말하지 않고

한마디만 던졌다.


“Texas Penal Code.”

(자막: “텍사스 형법(형사법) 조항.”)


그 말이 생도들 머릿속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늦깎이 생도는 자리에 앉았다.

마우스를 쥔 손바닥이 살짝 젖어 있었다.
모니터 밝기가 눈을 찔렀다.

딸깍 소리 하나가 너무 크게 들릴 정도로,

방이 조용했다.
세 시간이 흘렀다.


딸깍.
딸깍.
딸깍.


단어 하나가 조항을 바꾸고,

조건 하나가 결론을 바꿨다.

늦깎이 생도는 몇 번 멈췄다.

아는 문제인데도 손이 멈추는 1초.

그 1초가 가장 위험했다.


과거가 끼어들려 하면—

그는 숨을 쪼갰다.

들숨.
날숨.
한 번 더 날숨.


그리고 문장을 다시 읽었다.
감정이 아니라 기준으로.

딸깍. 다음.
결과가 붙는 복도는 좁았다.


사람들이 몰리면 공기까지 좁아졌다.
레지나는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타일러는 물을 마셔도 목이

마른 얼굴이었다.

마커스는 벽에 기대 팔짱을 끼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아사드는 휴대폰을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늦깎이 생도는 일부러 뒤쪽에 섰다.

결과를 먼저 보면—

혹시 이름이 없을 때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한 박자 늦게 갔다.
늘 그랬듯이.

종이가 붙었다. 사람들이 몰렸다.
늦깎이 생도는 천천히 이름을 찾았다.


이름이 보였다.
PASS.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웃음은 늦게 왔다.

먼저 눈이 감기고, 숨이 나왔다.
몸이 먼저 “살았다”를 확인했다.


아사드가 옆에서 말했다.

“You did it.”

(자막: “해냈네.”)


늦깎이 생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늦깎이 생도
“Yes, we did it.”
(자막: “우리 다 해냈어.”)


졸업식 날, 강당은 밝았다.
의자는 반듯했고, 앞줄엔 가족들이 앉아 있었다.

꽃다발, 작은 국기, 카메라.

플래시가 연습처럼 한 번씩 터졌다.

무대 위엔 배지 케이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저 작은 금속 하나 때문에,

사람들이 인생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맨 앞줄 통로에 늦깎이 생도가 앉아 있었다.
제복이 딱 맞았는데 표정은 조용했다.

조용한 사람은 보통 안에서 더 시끄럽다.
손가락 끝이 아주 조금 떨렸다.

두려움이 아니라—

끝에 도달한 몸의 반응이었다.


교장이 짧게 말을 마쳤다.
박수가 나왔다.

이어서 여자생도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는 숨을 한 번 고르고
객석을 천천히 바라봤다.

“저희는 여기서
총 쏘는 법만 배운 게 아닙니다.”


객석에 가벼운 웃음이 번졌다.

“잠을 덜 자고도 버티는 법,
식은 커피로 하루를 넘기는 법,
그리고 피곤한 얼굴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서 있는 법도 배웠습니다.”

사람들이 웃었다.

그녀는 따라 웃지 않고
잠깐 숨을 골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배운 건
어떻게 지킬 것인가였습니다.”


객석이 조금씩 조용해졌다.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
언제 끝까지 버텨야 하는지,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결국 저희가 먼저 앞에 서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녀는 마이크를 고쳐 잡았다.

“오늘 이후

저희는 늘 누군가의 시선 안에 있을 겁니다.
보이게 될 거고,
기록될 거고,
때로는 아주 작은 판단 하나까지
설명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잠깐의 정적.

그녀가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그러니까 어쩌면
오늘부터 제 인생은
리얼리티 쇼가 되는 셈입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차이가 있다면
NG가 없고,
편집도 없고,
제작비는 제가 낸다는 거겠죠.”


웃음과 박수가 겹쳤다.

그녀는 마지막 말을 또렷하게 남겼다.

“그래도 저희는 서겠습니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 서야 하니까요.”

길지 않았지만
충분히 오래 남는 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선서 시간이 왔다.
모든 생도들이 일어섰다. 오른손을 들었다.

늦깎이 생도도 오른손을 들었다.
그 손은 과거에 떨렸던 손이다.

그 손이 오늘은 흔들리지 않았다.
선서 문장이 이어졌다.


길지 않았지만 무거웠다.
가족들이 숨을 죽였다.

그 순간, 늦깎이 생도는 알았다.

여기까지 온 건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걸.


선서가 끝나고 배지 수여가 시작됐다.
이제부터는 이름이 불린다.


기록으로 남는 이름.
교장이 명단을 읽었다.


“Shin, Robert.”

(자막: 신, 로버트.)


강당이 먼저 반응했다.

영어 이름은 익숙한 리듬이라서.

그리고 한 박자 뒤.


“Seon-yul Shin.”

(자막: 신선율.)


공기가 바뀌었다.
짧게. 확실하게.

그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늦깎이 생도”로만 존재할 수 없었다.


이름이 현실을 붙잡았다.
선율이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조명 아래로, 카메라 앞으로, 사람들 앞으로.
서장이 낮게 말했다.

CHIEF
“Congratulations.”
(자막: “축하한다.”)


서장은 악수를 하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딱 선율이에게만 들리게.

CHIEF
“Welcome, Robert.”
(자막: “환영한다, 로버트.”)


선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하면 목소리가 흔들릴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가족 핀 안내가 있었다.


“가족 한 분, 앞으로 나오셔서

배지를 핀 해주시면 됩니다.”


선율이 뒤를 봤다.
어머니가 일어섰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손엔 작은 배지가 들려 있었다.

반짝였고—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머니 손이 선율의 왼쪽 가슴,

심장 위로 올라왔다.


딸깍.


핀을 여는 소리.
천을 뚫고 들어가는 감각이 전해졌다.

차가운 금속이 따뜻한 옷감 위에 앉았다.


딸깍.


배지가 고정됐다.
어머니는 손을 바로 떼지 않았다.

똑바로 달렸는지, 잠금이 안전한지… 한 번 더.
정말로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잘했어… 축하한다…”


선율은 고개만 끄덕였다.
대답하면 진짜 울 것 같아서.

셔터 소리가 이어졌다. 악수. 축하. 웃음.
짧은 시간인데 이상하게 길었다.

선율은 배지 케이스를 쥐었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문득 떠올랐다.


YOU WILL BE RECORDED.
(자막: “넌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 강당의 카메라는 그를 찍었다.
하지만 선율은 안다.

월요일부터는 “축하”가 아니라

“검증”이 시작된다는 걸.

그는 왼쪽 가슴을 아주 작게 눌러 확인했다.
배지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필요한 여러 장 서류에 서명을 마치자, 휴대폰 알림이 올라왔다.

화면엔 짧은 안내가 떠 있었다.


“Report in by 0800. Find SGT Kash and pick up your body cam, radio, and Taser.”
(자막: 오전 8시까지 출근. 케쉬 경사 찾아 바디캠/무전기/테이저 수령할 것.)


FIELD TRAINING / BODYCAM ISSUED
VIDEO REVIEW: AUTO-FLAG ENABLED.

(자막: “현장 실습 / 바디캠 지급 완료”)
(자막: “영상 검토: 자동 플래그 기능 활성화”)


선율은 그 문장을 몇 초 더 바라봤다.
‘자동’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눈에 걸렸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먼저 판단한다는 느낌.

그는 숨을 한 번 내쉬고—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도시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선율이는 그 도시 안으로 들어갈 사람이었다.


—다음: 12장-1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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