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2장-2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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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2] 너를 품에 안으면 [2장-2부] — 전화기 안쪽으로 좁아진 세계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2-2)

그날은 소풍을 다녀온 날이었다.
하루 종일 밖에서 뛰어다녔고 다리는 묘하게 풀려 있었고,
가방 안에는 구겨진 도시락 종이와 쓸모없어진 간식 봉지가 남아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 공기가 달랐다.
어른들이 집 안 가득 모여 있었다.
말이 겹치며 터지는 웃음.
손뼉을 치는 소리.


“아이고~” 하고 끌어올리는 목소리.

“이야, 오랜만이다.”

“밥은 먹었어? 앉아, 앉아.”

“여보, 여기 술하고 과일 좀 더 가져와.”


거실은 이미 어른들의 공간이 되어 있었고,
소년은 그 소음의 가장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앉아 있었지만 계속 바깥으로 밀려나는 느낌.


그때 전화가 울렸다.
따르릉—따르릉—


집 안의 웃음소리를 가르며 또렷하게 울리는 소리였다.

소년(속으로): “어? 전화네.”

“누구야, 이 시간에...?”


소년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걸 느꼈다.
그냥 전화였는데, 왜 심장이 먼저 움직였는지 소년도 설명할 수 없었다.

엄마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잠깐의 정적.

“네…?”

그다음, 아주 미세하게 목소리가 바뀌었다.

“어… 누구니?”


존댓말이 반말로 내려앉는 순간.
엄마는 수화기를 살짝 가린 채 소년을 불렀다.

“○○아, 전화 받아라.”


“네, 가요.”


아빠가 물었다.
혹시 더 올 친구인지 확인하는 것처럼.

“누구야?”


엄마는 애매하게 웃었다.

“응… ○○이 친구인가 봐요.”


소년은 주변의 소음을 피해 조심히 일어섰다.
어른들의 웃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 소리는 마치 다른 세계의 소음처럼 멀게 들렸다.

소년은 수화기를 넘겨받았다.


그 순간—전화기 너머에서 숨소리가 먼저 닿았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새어 나온 것처럼, 미세하고 흐린 숨.

조금 가쁘고, 조금 떨리는 숨이었다.


소년은 본능적으로 수화기를 귀에 더 바짝 가져다 댔다.
거실의 박수 소리 사이에서 그 숨소리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

“……나야.”


소년은 한 번 더 숨을 삼켰다.

“어… 누구?”

“나… 민정이야.”


그 이름이 귀에 닿는 순간, 소년의 심장은 한 박자 늦게 더 크게 뛰었다.
거실에서는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의자가 밀리는 소리.
“아이고~” 하고 외치는 소리.


소년은 수화기를 더 꽉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찼다.

민정이는 잠시 망설였다.

말보다 먼저, 망설이는 숨이 들렸다.

“나… 지금… 말해도 돼?”


소년은 괜히 따라 숨을 죽였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췄다.

“응. 괜찮아. 말해.”

잠깐의 정적.

“나… 너 있잖아...”


아주 짧은 숨이 전화기 너머를 스쳐 지나갔다.
망설임이 묻은 숨이었다.
고백은 늘, 말보다 숨이 먼저 흔들렸다.

그리고 민정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너, 사실 좋아하거든.”


소년의 입술이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목이 바짝 말라 있었다.

거실에서 누군가 크게 말했다.

“야, ○○아! 과일 먹어!”


소년은 반사적으로 “네!” 하고 대답할 뻔했다가,
입을 틀어막듯 더 낮게 속삭였다.

“어… 나도…”


한 박자.


“나도… 널 좋아하고 있었어.”


전화기 너머에서 민정이가 아주 작게 웃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웃을 때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숨은 더 가까웠고, 말투는 더 조심스러웠다.

민정이가 되물었다.

“진짜?”

소년이 작게 답했다.

“응… 진짜.”


둘은 잠시 웃었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이 잔뜩 남아 있었다.

잠시 후, 민정이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럼… 내일 학교에서… 그냥, 평소처럼 있어도 돼?”


소년은 거의 곧바로 대답했다.

“응. 그래도 돼.”

민정이가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거실의 소음이 다시 한꺼번에 귀로 밀려왔다.

“누구냐?”

“친구야?”

“여자친구냐?”


어른들은 웃으며 던졌고, 소년은 웃지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아니에요. 그냥… 같은 반 친구예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소년은 깨달았다.

자기 마음보다 먼저 세상이 반응해 버릴 수도 있다는 걸

그날 밤, 소년은 알지 못했다.


이 전화 한 통이
머지않아 그의 삶에서 가장 갑작스러운 이별로 남게 될 줄은.

그리고—

그 이별의 첫 조각이
‘사람’이 아니라
미처 거두지 못한 ‘반응’이었다는 걸,
그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다음: 3장에서…


[안내 — 모방 범죄 주의]
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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