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Hold You in My Arms)
[PART 3/4] 너를 품에 안으면 [14장-3부] — CAM-07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4-3)
선율은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섰다.
“Hey, Captain, let me try to get a hold of him today.”
(자막: “경감님. 김민수 씨, 오늘 바로 만나겠습니다.”)
담당 책임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은 돈보다 사람이 먼저 무너져.”
선율은 모니터를 끄지 않은 채, 폰을 집어 들었다.
저녁쯤 선율은 김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민수는 화면에 뜬 번호를 보고 숨이 턱 막혔다.
모르는 번호.
이젠 그게 그냥 “전화”가 아니었다.
그 자체가 경고음처럼 들렸다.
그는 두 번이나 거절할 뻔하다가,
손끝으로 겨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상대는 너무 침착한 목소리였다.
침착해서 더 의심이 났다.
“김민수 씨 맞으십니까.
저는 사이버팀 로버트 신 경사입니다.”
김민수는 입안이 바짝 말랐다.
‘경사’라는 단어가 오히려 공포를 건드렸다.
그 사기꾼들도 “공식”과 “절차”를 입고 들어왔으니까.
김민수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급하게 물었다.
“저… 죄송한데요. 정말 경찰서에서 전화하신 게 맞습니까?”
“그리고… 경사님이… 진짜 로버트 신 경사님 맞으세요?
제가 확인을 해야겠습니다.”
선율은 바로 대답했다.
“네. 확인하셔야 합니다.
김민수 씨가 지금 불안하신 게 정상입니다.”
김민수는 숨을 삼키듯 이어 말했다.
“그럼 제가 전화를 끊고…
경찰서 대표번호로 다시 전화해서
경사님 연결 요청하면 될까요?”
선율은 짧게 멈췄다가,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김민수 씨, 그 방식은 지금은 어렵습니다.”
“업무 절차상, 전화로 재연결 확인을 안내드리기보다는
직접 방문 확인을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김민수의 심장이 다시 내려앉았다.
“왜… 왜 어렵죠? 혹시… 이것도…”
말끝이 흐려졌다. 의심이 아니라, 공포였다.
선율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이유를 쌓아줬다.
김민수가 이해할 수 있게, 짧게. 단계처럼.
“첫째, 지금 김민수 씨는 ‘사칭’ 피해를 당하셨습니다.
전화로 확인 절차를 반복하면 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둘째, 사건 관련 내용은 민감한 정보가 포함됩니다.
대표번호 재연결 과정에서 담당자 착오가 나면 정보가 섞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김민수 씨가 직접 오셔서 신분 확인하시고,
제가 직접 안내드리는 겁니다.”
김민수는 그대로 결론을 바꿨다.
목소리가 떨리지만, 이번엔 분명했다.
“그럼… 제가 직접 경찰서로 가겠습니다.”
“제가 직접 가서…
경사님이 진짜인지 제가 눈으로 확인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게 가장 안전합니다.”
김민수는 아직도 불안했지만,
그 말에 아주 미세하게 숨이 들어왔다.
‘안전’이라는 단어가, 오늘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나왔다.
그런데 선율이 다음 말을 꺼내는 순간—
김민수의 불안 속에 작은 틈이 생겼다.
“김민수 씨,
어젯밤에 인터넷으로 접수하신 신고 건,
저희 시스템에 정식으로 접수되어 있습니다.”
김민수는 순간 멈췄다.
“정식으로… 접수요?”
“네. 김민수 씨가 올리신 자료도 확인했습니다.
녹취 파일, 줌 캡처, 계약서, 송금 안내까지요.”
“그리고 접수번호도 있습니다. 김민수 씨 기억하십니까?”
선율이 접수번호 끝자리를 말하자, 김민수의 눈이 커졌다.
그 숫자는 김민수가 새벽에
‘보내기’를 누른 뒤,
화면에 뜨던 숫자였다.
누군가 흉내 내기엔 너무 구체적인, 너무 개인적인 숫자.
“… 맞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가 김민수 입에서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이 필요했는지—김민수 자신이 제일 잘 알았다.
선율이 덧붙였다.
“김민수 씨가 하신 행동이 의미가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접수된 기록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증거가 남았다는 겁니다.”
“그게 지금 김민수 씨가 잡을 수 있는 첫 번째 손잡이입니다.”
김민수의 가슴이 미세하게 풀렸다.
돈은 이미 나갔다.
하지만… “기록”은 남아 있었다.
그건 이상하게도 희망처럼 느껴졌다.
큰 희망이 아니라, 아주 작은 희망.
‘그래도 내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구나’라는 희망.
김민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제가 지금 가면… 어디로 가면 됩니까?”
“정문 로비로 들어오시면 안내 데스크가 있습니다.”
“‘사이버팀 로버트 신 경사’ 찾으신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김민수 씨 도착하시면 제가 내려가겠습니다.”
김민수는 마지막으로,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했다.
“경사님… 혹시 지금 당장 저한테 뭘 요구하실 건 없죠?”
“계좌번호나… 주민번호나… 그런 거요.”
선율의 답은 빠르고 단호했다.
“없습니다.”
“경찰은 전화로 송금 요청을 하지 않습니다.”
“김민수 씨는 그냥 오시면 됩니다.”
통화가 끝났다.
김민수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지갑을 챙겼다.
신분증이 손에 닿는 순간, 손끝이 차가웠다.
하지만 이번엔—
그 차가움이 ‘겁’만은 아니었다.
이번엔 송금을 하러 가는 길이 아니었다.
이번엔 확인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김민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범인들이… 정말 잡힐 수도 있겠다.’
아주 작은 희망이었지만,
그 희망 하나로 사람은 한 번 더 버틴다.
경찰서는 생각보다 밝았다.
밝은데 차가웠다.
따뜻한 조명으로 “안심”을 파는 곳이 아니라,
차가운 형광으로 “현실”을 보여주는 곳이라서.
민수는 접수번호가 적힌 종이를 손에 쥐고 민원창구 앞에 섰다.
손바닥엔 땀이 차 있었다.
땀이 난다고 해서 죄가 되는 건 아닌데,
사람은 불안하면 자꾸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인터넷으로 접수했는데요.”
민수가 번호를 불렀다.
“담당 수사관님 성함이…
신선율 경사님이라고 연락이 와서요.”
직원은 컴퓨터를 몇 번 두드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접수돼 있습니다. 담당자 확인 원하세요?”
직원은 덧붙였다.
“One moment, please.”
(자막: 잠시만요.)
민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요.”
직원은 민수의 휴대폰 화면을 힐끗 보며 안내했다.
“대표번호는 홈페이지에 있는 번호로 직접 누르시는 게 제일 확실합니다.
전화하신 다음에 ‘사건 담당자 연결’ 요청하시면 돼요.”
민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경찰서 홈페이지에
떠 있는 대표번호를 직접 눌렀다.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심장이 괜히 빨라졌다.
‘혹시 또…’
그 생각이 올라오려는 순간, 민수는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한 번 당한 사람은 의심이 “생각”이 아니라 “반사”가 된다.
잠깐의 대기음.
안내 음성이 짧게 지나가고, 내부 연결이 걸렸다.
“This is Robert Shin. How may I serve you?”
(자막: 로버트 신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민수는 순간 숨을 삼켰다.
영어가 들려서가 아니라—
이제야 진짜 “공식 통화”처럼 느껴져서.
“아… 안녕하세요.
김민수라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접수한 사건 건 때문에요.
제가 담당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이번엔 선율의 목소리가 한국말로 돌아왔다.
단정하고, 빠르지 않게.
“아, 네. 김민수 씨 맞으시죠.
제가 김민수 씨 사건 담당자입니다.”
짧게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지금 1층 민원창구에 계시면,
2층으로 올라오시면 됩니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민수는 통화를 끊고, 폰을 잠깐 꼭 쥐었다.
이제야 가슴 한쪽이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
의심이 사라진 게 아니라,
의심이 “정리”된 느낌이었다.
2층 복도는 더 조용했다.
사람 목소리가 낮아지는 곳엔 이유가 있다.
여긴 누군가의 실수가 기록으로 남고,
누군가의 불행이 종이로 남는 곳이니까.
선율은 민수를 자리로 안내했다.
“김민수 씨, 자료 잘 받았습니다.
녹취 파일, 캡처, QR 기록, 송금 관련 화면… 다 확인했어요.”
민수의 눈이 커졌다.
“그럼… 잡을 수 있습니까?”
너무 빨리 튀어나온 말에 민수는 급히 고쳤다.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돈이라도….”
선율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민수는 그 침묵이 제일 무서웠다.
“김민수 씨.”
선율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지금 단계에서 ‘즉시 환급’이나 ‘
즉시 검거’를 약속드릴 수는 없습니다.”
민수의 얼굴이 굳었다.
희망이 꺼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선율은 말을 이어갔다.
“다만, 이게 개인 사기가 아니라는 건 확실합니다.
김민수 씨 자료에 시설의 흔적이 있어요.
사람 몇 명이 집에서 치는 수준이 아니라…
라인처럼 굴리는 쪽입니다.”
민수는 ‘시설’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져서 되물었다.
“시설이요…?”
“네. 흔히 말하는… 공장형입니다.”
선율은 캡처 한 장을 띄웠다.
영상 모서리를 확대하자 픽셀이 뭉개진 글자가 남아 있었다.
CAM-07
그리고 날짜와 시간.
“이거 보이시죠?”
“네….”
“이건 누가 자막으로 붙인 게 아닙니다.
화면에 박혀 있는 오버레이예요.
즉, 누군가가 ‘카메라’로 찍은 게 아니라,
감시 화면이 원본일 가능성이 큽니다.”
민수의 목젖이 크게 움직였다.
“그럼… 누가 보고 있었다는….”
“네. 누군가가 보고 있고, 관리하고 있고…
통제하고 있었던 겁니다.”
선율은 다음 캡처로 넘겼다.
복도 끝에서 스친 표지판. 딱 한 프레임.
영어 아래 중국어, 그리고 현지어로 보이는 글자.
“언어가 섞여 있죠.
한 조직만 굴리는 공간이면 이렇게 섞일 이유가 적습니다.
여러 인력, 여러 관리층이 섞인 시설 쪽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율이 QR 기록을 띄웠다.
도메인은 달랐다. 로고도 달랐다.
그런데 버튼 위치가 같았다.
문장 흐름이 같았다.
체크박스가 늘 같은 구석에 있었다.
“간판만 바꿔 끼운 템플릿입니다.”
선율이 낮게 말했다.
“개인이 즉흥으로 만든 게 아니라, 시스템이에요.”
민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미워할 대상이 한 명이면 쉬운데,
이건… 세상이 덤벼든 느낌이었다.
선율은 그 침묵을 오래 두지 않았다.
오래 두면, 사람은 다시 무너져서.
대신—선율의 머릿속이 먼저,
‘그 시스템의 내부’로 넘어갔다.
—다음: 14장-4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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