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에 안으면 17장-4부

(When I Hold You in My Arms)

by 스팅비 StinGBee

커버마지막 최종편.png

[PART 4/4] 너를 품에 안으면 [17장-4부] — 미끼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17-4)

일주일 전 행사가 끝났을 때,

차량 문이 닫히는 순간 윤아의 웃음은 즉시 꺼졌다.

차 안은 방음이 좋아서 바깥 환호가 물속처럼 멀었다.

매니저가 폴더폰을 접었다 폈다 하며 말을 골랐다.


“누나… 인터넷에 또 올라왔어요.”


윤아가 시선을 주자,

매니저는 다음 카페 화면을 인쇄해 온 종이를 건넸다.

종이엔 제목과 닉네임이 크게 찍혀 있었다.

[백스테이지노트]

“방금 표정, 아주 잘 버텼어요.”


윤아는 트로피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금속 표면을 한 번 쓸었다. 차가웠다.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나… 난 저 윤서 선배 계속 신경이 쓰여요?”


윤아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신경 쓸 필요 없어.”


매니저가 윤아를 보며 말했다.

“그럼 누나가 직접 손 쓰는 건—”


윤아가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낮았고, 단정했다.

“굳이 내가 손댈 필요 없어.”

잠깐의 침묵.

“정리는 세월이 해. 난 문만 잠그면되는거야.”

매니저는 대답을 못 했다.


다음 날 새벽.

윤아는 알람 전에 눈을 떴다.

문자(SMS) 알림이 쌓여 있었다.

기사 스크랩, 촬영장 집합 시간, 스폰서 미팅 변경.

그리고 마지막으로—매니저가 보내온 한 줄.

“누나, PC방에서 확인했는데… 그 카페 글 또 올라왔어요.”


윤아는 스케줄 가방을 끌고,

현관을 나가기 전 집 컴퓨터 앞에 잠깐 앉았다.

부팅 소리가 길었다. 모뎀 소리가 방 안을 긁고 지나갔다.

연결이 뜨자마자, 다음 카페 창이 열렸다.


[백스테이지노트]
“오늘 첫 이동… 생각보다 빠르겠네요.”

윤아 스케줄은 공개가 아니다. 공개되는 순간 사고가 난다.

그런데 저건 “맞추는” 게 아니라 아는 말투였다.


광고 촬영장.

화이트 세트, 바람 머신, 조명.

“청순”이라는 단어가 공간 전체에 붙어 있었다.

감독이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윤아 씨, 눈빛은 첫사랑이에요.

보고 싶은데 티 내면 안 되는 첫사랑 쪽으로 가요.”


컷!


윤아가 물을 한 모금 마시는 사이,

스태프들이 방금 컷을 두고 던진 말들이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

그때 매니저가 쪽지처럼 종이를 하나 내밀었다.

출력물이었다. 카페 글 캡처.


[백스테이지노트]
“첫사랑 눈빛, 잘하네요.”

윤아는 숨이 얕아졌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이 자식… 지금 여기 있어.”


매니저가 윤아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짧았다.

“누구요.”

윤아는 시선만 아주 작게 꺾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매니저가 바로 경호팀장 쪽으로 붙었다.
목소리는 낮고 빠르게 떨어졌다.

“지금. 출입 라인을 다시 잠가요. 외부인이 섞였을 가능성이 있어요.”


경호팀장이 무전기를 올렸다.

“출입 리스트 재확인.”
“스태프 패스 전원 체크.”
“외부인 통제. 동선 쪽부터 막아.”


근데 윤아는 그 소리가 오히려 더 신경이 쓰였다.

통제를 강화할수록, 누군가 이미 ‘안’에 있다는

느낌이 더 선명해졌다고 느꼈다.


그리고 라디오 스튜디오.

ON AIR 사인이 켜졌다. 진행자는 대본을 들고 웃었다.

“지금 스튜디오에 특별한 분이 나와 계십니다.

제23회 청아영화대상 여우주연상 수상자, 배우 고윤아 씨입니다.

윤아 씨, 인사 부탁드릴게요.”


윤아는 방송용 미소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고윤아입니다.”

진행자가 대본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어제 제23회 청아영화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셨죠.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윤아는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유지했다.

“감사합니다.”

진행자가 톤을 조금 낮췄다. 질문이 ‘진짜’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수상 소감이 화제였어요.
‘흔들리지 않게’—그 말, 어떤 마음이었어요?”

윤아는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그리고 웃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밖에서는 그냥 센스로 들릴 정도로.


“오늘 큐시트에… 제 대답도 써 있는 거 아니죠?”

진행자가 빵 웃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오늘은 진짜로 궁금해서요.”

스튜디오가 함께 웃었고, 분위기는 가볍게 풀렸다.

윤아는 그 웃음 사이로,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말했다.

“그때는… 흔들리면 안 되는 날이었거든요.”


광고 음악이 깔리고 마이크가 꺼진 순간—매니저가 조용히 속삭였다.

“누나. 카페에 글 올라왔어. 지금.”

윤아는 물었다.

“뭐라고.”

매니저가 아주 짧게 말했다.
“방금 멘트… 대본이 아니었는데,라고.”

윤아는 웃지 않았다.
대신 아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매니저가 낮게 물었다.
“…그럼요?”

윤아는 창밖을 한 번 보고, 말끝을 짧게 잘랐다.

“응. 이제 라인 봐.”


차 안. 윤아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무심한 톤이었는데, 그게 더 단단했다.

“겉으로는 조용히 가. 안에서는 확실하게 잡는 거야.”


윤아가 매니저를 보며 말했다.

“너, 합성사진으로 몇 장 뽑아 봐.”

매니저가 입술을 깨물었다.

“누나, 요즘 합성사진… 걸리면 바로 기사 터져요.”


“그러니까 밖으로는 안전하게 해.”

윤아는 단호했다.

“대놓고 내 얼굴 넣는 건 하지 마. 실루엣까지만 넣는 것으로 하고.”


매니저가 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실루엣만으로도 요?

누나, 요즘은 원본 파일까지 뜯겨요. 걸리면… 끝인데.”


윤아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래서 더 정확하게 만들라는 거야.”


“누나, 합성은 티 나면—”


“그러니까 티 안 나게 하라고.” 윤아가 잘랐다.


윤아는 말투를 낮추고, 지시를 ‘작업 지시’처럼 쪼갰다.


“얼굴은 비워 놓고.
대신 사람들이 ‘고윤아 같다’고 믿을 단서는 남겨 놔.”


매니저가 숨을 삼켰다.

“단서요?”


“그래 단서는 남겨. 손이랑 손목. 액세서리…

가방끈이랑 각도. 이 정도면 알아듣지?”


윤아는 창밖을 보며 덧붙였다.

“역광으로.

간판 불빛이 얼굴 쪽으로 안 오게.
사진을 보는 사람이 ‘확인’하려고 확대하게.”


“배경은 어디로요?”


“사람들이 윤아가 ‘들렀다’고 믿을 만한 분위기.
네온 번진 바닥, 간판 글씨는 반만.
시간대도 애매하게. 밤인지 새벽인지 헷갈리게.”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포토샵으로 새로 만들어서 올리면—”

윤아가 바로 잘랐다.

“새로 만들지 마.”

“그럼요?”

윤아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겹쳐.”

매니저가 한 박자 늦게 되물었다.

“…겹치라고요?”

“응. 있는 사진 써.”

윤아가 손가락으로 허공에 프레임을 그리듯 짚었다.

“내 얼굴 없는 비슷한 구도 있잖아. 거기에 단서만 얹어.

다시 말하지만 손목이랑 액세서리, 가방끈… 그런 거.”


윤아는 한 박자 쉬었다. 말투는 차분했는데, 그게 더 단정했다.

“그리고… 파일은 세 개로 나눠.”

매니저가 바로 되물었다.

“세 개요?”

윤아가 손가락으로 공중에 점을 세 번 찍었다.

“겉으로는 비슷하게 보이게. 근데 한 군데씩만 달라.”

“어디를요?”


“티 안 나게.” 윤아가 짧게 끊었다.
“간판 글자 하나. 소품 위치. 그림자 각도… 그런 거.”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는 표시였다.

“그다음은요?”

윤아가 이어 말했다.

“각각 다른 라인으로만 흘려.”

매니저가 펜을 들었다.

“어느 라인이요?”


“A는 스태프 쪽. B는 광고 쪽. C는 방송국 출입 쪽.”

매니저가 잠깐 멈췄다.

“왜 그렇게 나눠요?”

윤아가 짧게 말했다.

“새는 데가 어디인지 보려고.”

매니저가 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세 장 다 비슷한데… 한 장만 밖으로 돌면?”


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라인이야.”

“예를 들어 C가 밖으로 나오면—”

“방송국.”

윤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덧붙였다.

“진짜로 믿게 만들 필요 없어. 확인하려고 움직인 쪽만 나오면 돼.”


매니저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미끼네요.”

윤아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미끼.”


어딘가의 야외처럼 보이는 조명.

간판 불빛. 바닥에 번진 네온.

누가 봐도 “윤아가 잠깐 들른 느낌”인데—결정적으로 얼굴이 없다.


모자, 목도리, 역광.
기사화는 안 되는데, 사람들은 믿는 선.


매니저가 물었다.

“이걸로 물까요?”


윤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본체가 ‘확인’하게 만드는 떡밥이야.

잡는 건… 속에서.”


윤아는 라인을 쪼갰다.

같은 사진이 아닌, 서로 다른 파일을—

서로 다른 사람에게 흘렸다.


파일명도 다르게 뿌려봐.

press_ya_A.jpg

press_ya_B.jpg

press_ya_C.jpg


겉으론 비슷한데, 문장 한 단어와 소품 위치가 다르다.

누가 새면—어느 라인에서 새는지 바로 나온다.


윤아가 말했다.

“진짜로 믿게 만들 필요 없어.

우선 누가 새는지만 나오면 돼.”


다음 날 밤.

매니저가 PC방에서 카페 글을 출력해 왔다.

종이 가장자리에 커피 얼룩이 묻어 있었다.


[백스테이지노트]
“방금 그거… 사진까지 돌렸네.”

매니저가 캡처를 가리켰다.

“… 누나. 이 캡처는 C 버전이에요.

C에만 있는 소품이 찍혔어.”


윤아는 딱 한마디만 했다.

“흥, 물었네.”


“그럼 이제—”


윤아는 “잡자”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그건 너무 시끄러운 단어라서.

“정리해.”


윤아는 폭로하지 않았다.
터뜨리면 윤아도 튄다. 윤아는 튀지 않는다. 윤아는 지운다.


그날로,

출입 권한이 정리되고

방송국 공유 컴퓨터 접근이 정리되고

현장 명단이 정리되고

“내부 사정”이란 말로 사람이 하나 빠진다

공지 문장은 늘 짧다.

“프로그램 내부 사정으로, 금주부터 인력 구성이 일부 조정됩니다.”


이름은 없다.
이름이 나오면 소리가 난다.

밤 11시 46분.

매니저가 말했다.


“누나. 끝났어. 그 사람… 내일부터 현장 못 들어와. 출입도 끊겼고.”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리고—집 컴퓨터 화면, 다음 카페 새 글 알림이 한 줄 더 떠 있었다.


[백스테이지노트]
“조용히 처리했네. 역시...”


매니저의 얼굴이 굳었다.

“… 누나, 아직 끝난 거 아니죠?”


윤아는 화면을 오래 보지 않았다. 오래 보면 흔들린다.

윤아는 그냥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울의 불빛이 유리창에 붙어 있었다.


불빛이 많을수록, 도시의 어둠은 더 단단해 보였다.

윤아가 말했다.

“응. 아직은 끝난 게 아니야.”


매니저가 숨을 삼켰다.

“그럼…”


윤아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은 협력자 하나만 빠진 거야.”

“근데—본체는 남아.”


잠깐의 침묵.

윤아가 덧붙였다. 마치 스스로에게 선을 긋듯.

“그래도… 오늘은 이것으로 끝.”


윤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소리 없이,
웃으면서—
입꼬리만, 아주 조금.

협력자 하나를 묻고—

아주 작은 정리가 끝났다.

“윤서...
이제 남은 건 너 하나야.”



—다음: 18장-1부 에서…


[안내 — 모방 범죄 주의]

본 작품에는 범죄 수법·수사 절차·법정 장면이 현실적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범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며, 현실에서의 모방을 강력히 금합니다.
작품 속 사건은 허구 또는 각색이며, 어떠한 범죄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저작권 안내]

본 작품 **『너를 품에 안으면』**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창작물입니다.
작품에 포함된 모든 문장, 구성, 장면 연출, 대사, 설정 및 아이디어의 표현 방식은
저작자의 사전 허가 없이 무단으로 전재, 복제, 배포, 각색, 2차 가공,
또는 AI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합니다.

본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관련 법률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StinGBee. 무단 전재·복제·배포·2차 가공 금지.

작가의 이전글너를 품에 안으면 17장-3부